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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이브를 하면서는 도저히 녹차를 발견할 수가 없다. 녹차가 꼭꼭 숨어 있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위 사이사이에도 숨어 있고, 산비탈 밑에도 숨어 있다. 하지만 차에서 내려 비탈산을 조금만 올라보자. 차이는 게 녹차나무고, 보이는게 녹차밭이다.
키는 무릎이나 차올까. 굵기는 엄지손가락 정도다. 하지만 나이는 꽤 먹었다. 3-400년 이상. 이 일대에 녹차가 번지게 된 것은 1200년 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신라의 김대렴이 이 일대에 씨를 뿌렸다고 전해진다.
녹차밭이 많아서 이곳 화개장터에서 화개동천 100리길엔 죄다 녹차전문 공방이다. 그 수가 이십은 넘는다. ‘산골제다’, ‘쌍계제다’, ‘지리산제다’, ‘화개제다’ 등. 이곳에선 새봄에 따는 녹차의 첫 잎을 아주 귀히 여긴다. 우전이라는 차 잎이다. 이것은 좋은 차 만드는데 고급원료다. 당연히 이런 차는 서울에서 최고가에 대접을 받는다. 100g에 12-20만 원 정도. 고급은 60만원짜리도 있다.
90년대 초 KBS에서는 <맛따라 길따라>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김종관씨를 만났다. 60만원하는 고급은 그가 만든다. 하지만 그는 지금 주력 상품을 바꾸고 있다. 녹차냉면이다.
올해 매출을 50억원으로 본다. 녹차냉면에 녹차가 얼마 묻어있는지 물어 보았다.
“녹차냉면 한 그릇이면 15.5%의 녹차원액 추출물이 혼합됐지요. 녹차 100잔하고 맞먹습니다.”
녹차냉면에 이렇게 많은 녹차가 묻어 있다니 다행이다. 요즘 붕어빵에 붕어가 없고 녹차돼지에 녹차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에도 녹차잎을 딴다. 하루에 400kg 정도다. 녹차냉면 만들기에 쓴다. 이 지역에서 여름에 녹차 잎을 따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이른 봄 4-5월에만 따는 줄 알았다. 그래서 6월이후 녹차 잎은 녹차밭에 버려졌다. 하지만 김종관 사장은 6월부터 더 바빠진다. 그는 12월 엄동설한에도 흰 눈 떨어내고 녹차잎을 딴다.
“요즘 우리 녹차냉면 무지기 바쁩니다. 전국적으로 잘 팔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녹차냉면이 아니면 김 사장은 요즘 뭘할까?
“지리산 화개골에서 그냥 노는 거지요. 뭐 해봐야 녹차나 만들고...” (김종관 사장) 녹차냉면이 철을 만났다. 요즘 하루에 125,000개씩 팔려 나간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녹차의 모습을 이렇게 바꾸고 있다.
지난 6월 밤꽃이 진동할 때다. 그 바쁜 와중에 이색 만남이 있었다. 김 사장이 부산에서 오신 한 분을 초대한 것이다. 쌀에 미친(?) 나준순 부부다. 나 사장은 부산에서 ‘5℃이온쌀’을 만든다. 브랜드 쌀인데 시쳇말로 요즘 잘 나가는 쌀이다. 쌀에 금을 입히고 은을 입혀 ‘금쌀’,‘은쌀’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인사동에서 쌀을 오브제로 한 미술전시회에 출품하기도해서 아주 좋은 문화마케팅을 벌리기도 했다. 두 분이 닮은 점. 열심히 한다는 점이다.
한사람은 녹차, 한사람은 쌀.
“개인은 재미있으면 열심히 하는 게 가능하지요. 쌀이 재미있어 가정 팽겨 쳐 놓고 다닙니다.”
뼈있는 이야기(?). 실제 우리나라 농협RPC는 대부분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그 적자투성이 RPC의 작품 주체는 농림부인지도 모른다. 적자나면 메워주고 또 적자나면 메워준게 농림부이기 때문이다.
“농협RPC에는 막 퍼주면서 아직도 개인 RPC에 정부지원은 없습니다. 불공정이지요.”(나준순 사장)
지난주 일요일, 충청도 금산에 다녀왔다. 한국벤처농업대학 학생들에게 특강이 하기 위해서였다. 주제는 ‘홍보를 잘 하는 농가가 성공한다.’ 두 분이 생각나서 사례강의를 했다. 김 사장은 ‘인간성’을 통한 홍보전략, 나 사장은 ‘쌀의 문화 마케팅’을 사례로 들었다. 지난 달, 지리산 첫 만남이 오늘 새롭다. 두 분은 시원한 초록 냉녹차를 여러 잔 마셨다. 그리고 ‘녹차쌀’ 이야기를 했다.
“녹차와 쌀의 만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