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표정이 굳어 있는 상태에서 엄숙하게 시작됐던 유엔 회의장에는 순간 폭소가 터져 나왔다. 격려사를 한 전주대 이남식 총장의 이같은 농담은 유엔 회의장을 부드러운 분위기로 만들어 나갔다.
7월 2일 오후 3시, 전주대학교 대강당에서는 유엔 한국협회가 주최하고, 전주대학교가 주관하는 제9회 전국 대학생 모의 UN회의가 개막됐다.
전국 52개 대학에서 대학 대표학생 500여명과 지도 교수 50여명, 배석 참관인단으로 고등학생 1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전국대회이다.
지난 95년, 유엔 창설 50주년 기념으로 창설돼서 지금까지 해마다 개최돼왔으며, 호남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전주대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4개 위원회를 두어 제1위원회(유엔 평화유지활동 개혁문제), 제2위원회(지속가능 발전 세계정상회의 문제), 제3위원회(여성지위문제), 안전보장이사회(이라크 문제) 등으로 나뉘어 회의가 진행된다.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는 처음으로 영어 회의로 진행되며, 100여명 규모의 고등학생들이 참관단(observers)을 구성해 배석한다.
30도가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 3박4일간 묵을 옷가지 등을 가득 채운 여행가방을 굴리면서 숙소를 향해 가던 각국 대표들의 모습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들떠 있는 모습들이었다.
아주대 박지희씨는“전국의 대학생이 모여서 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것을 배우러 왔다"며 "안보리에 참여하는데 안보리 회의는 또, 처음으로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게 되어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아주대 권유미씨는“이제 졸업반인데 그동안 대학 생활에서 특별히 해본 것이 없던 차에 이번 모의 유엔 회의에 참석하게 돼서 보람을 느낀다"며 "덴마크 대표로 참석하고 있는데, 덴마크 입장에서 회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아주대 이은별씨는“안보리 회의 영어로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이 영어는 어느 정도 한다고 생각하지만 형식을 갖춰야 할 포멀(formal)한 회의를 경험한다는 것은 아주 드문 기회라고 생각해서 졸업을 앞두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이송미는 우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배울 것이라고 생각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홍지훈씨는 포스터를 보고 직감적으로 배울 만한거다, 다른 사람은 나하고 어떤 생각이 다를까? 어떤 차이가 날까? 하는 마음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총괄한 전주대 법정학부 임성진 지도교수는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국제화에 대한 교육을 받는데, 실제적으로 살아있는 교육이 아니라, 간접적인 이론상의 교육에 그친다, 과연 국제사회의 정치경제 질서가 어떻게 현실적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런 국제회의를 직접 몸으로 체험하고, 자기가 그 나라의 대표가 돼 직접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또 국제사회의 역학관계가 UN 이라는 기구 속에서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일 본회의 개회식에 이어 3일에는 위원회별 1차 회의에서 각국 대표의 기조연설 일정이 진행되고 의제토의가 이어진다. 4일에는 의제토의가 거듭되며 마지막날인 5일에는 각 위원회의 보고서 청취와 최종 점검을 마치고 수상자 시상과 함께 본회의가 폐회된다.
장마와 함께 찾아온 더운 여름날, 세계 각국을 대표해 참석한 대학생들이 3박4일간 다섯차례의 회의와 수시, 비공식 회의 등을 통해 각 분과별, 위원회별로 어떤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할지 벌써부터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