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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뢰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공청회를 개최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뢰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공청회를 개최했다. ⓒ 박신용철

"74년 파주시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한 뒤 농지를 조성했어, 농지조성에 앞서 국방부와 12조항이 들어 있는 계약을 했는데 그 계약조항 안에는 '농지조성 중 발생되는 사고나 사망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본인에게 있다'는 조항이 있었어. 아무리 지뢰를 밟아 다리가 잘리고 사람이 죽어도 농사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배해상청구를 할 수 없게 만든 거지.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사람은 그 고통을 잘 몰라." - 파주시 대인지뢰 피해자 백중권씨

대인지뢰피해자 A씨도 "민통선에 경작 승인을 내줄 때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고 민간인이 살도록 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그런데 국가는 책임 없다. 시효가 지났다고 말한다. 장애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해결되는 것인지…. 지뢰로 인해 장애인이 된 사람들은 지난 20년~30년 동안 피해를 봤고 가정이 파탄났다. 지뢰사고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민간인을 수용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월 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는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경기도 양구군, 연천군, 파주군 등에서 올라온 지뢰 피해자 30여명이 지뢰로 인해 다리가 잘리거나 사망했는데도 피해보상조차 받지 못해왔던 현실을 고발했다.

"대인지뢰 피해자 6천여명 이상...피해보상 이뤄지지 않아"

대인지뢰 피해자
대인지뢰 피해자 ⓒ 이시우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 지뢰피해자는 2천명 이상 되며 군인 피해자는 민간인 피해자의 두배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민통선 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은 2533세대 8135명. 민통선 내의 유일한 '면' 단위 부락인 해안면의 경우 668명 주민 가운데 지뢰피해자가 50여명(전체 8%)으로 알려져 있으며 철원군 대마리는 694명 중 29명, 생창리는 349명 중 20명, 마현리는 884명 중 20명 등의 지뢰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대인지뢰 피해국인 앙골라가 주민 200명당 지뢰피해자가 1명인 것을 감안하면 민통선 지역의 지뢰 피해자 비율이 적지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민통선지역은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으나 1950년대 이후부터 영농이 허용되었는데 폐허화된 농지 개간을 위해 지뢰작업을 하면서 많은 민간인들이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관할 군 당국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전적으로 개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서약 때문에 아무런 배상신청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군 당국과의 서약은 지금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세계에서 지뢰 매설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민통선 지역의 주민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며 매년 지뢰에 의해 다리가 잘리거나 목숨을 잃어 왔으나 국가와 군 당국의 무대책으로 인해 치료나 보상, 생활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대인지뢰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대량 살포해 민간인 피해 속출"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이 '한국의 대인지뢰 현황과 민간인 대인지뢰 피해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이 '한국의 대인지뢰 현황과 민간인 대인지뢰 피해실태'를 발표하고 있다. ⓒ 박신용철
한반도에 대인지뢰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무렵. 정전협정이 난항을 거듭하던 1953년 7월 27일 이전까지 미군은 헬기를 이용해 M14 플라스틱 대인지뢰를 휴전선 일대에 대량 매설했으며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방에 지뢰를 급하게 매설하여 관리와 지뢰지대 표시가 매우 허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대인지뢰 현황과 민간인 대인지뢰 피해실태'에 대해 발표한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재국(안양대 교수) 집행위원장은 "한국 지뢰문제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홍수에 의한 대인지뢰 유실"이라며 "한국군이 사용하는 미제 플라스틱 지뢰인 M14나 KM14는 가벼워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떠나려가기도 하고 작고 국방색을 띠고 있어 발견하기도 어렵고 금속성이 거의 없어서 최신형 탐지기에도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재국 집행위원장은 "한국전쟁 무렵 미군이 대량 살포한 M14플라스틱 대인지뢰는 탐지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매설지뢰 수나 매설지도 등 기본적인 정보를 미군이 한국군에게 부대를 이양할 때 알려주지 않아 제거작업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군 주둔 지역 이외의 비주둔 지역에도 미확인 지뢰지대가 상당수 있어서 민간인들조차 지뢰피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매년 장마철이 되면 민통선 지역에서 산사태나 하천이 범람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M14같은 지뢰가 유실되게 된다. 군 당국은 유실된 지뢰를 찾는다며 탐지기를 동원하고는 하는데 이것을 두고 그는 '쇼'라고 비난했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플라스틱 지뢰는 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인지뢰로 두발이 잘려나간 피해자가 공청회에 참석해 진지하게 듣고 있다.
대인지뢰로 두발이 잘려나간 피해자가 공청회에 참석해 진지하게 듣고 있다. ⓒ 박신용철
매년 홍수로 인해 많은 양의 지뢰가 유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98년 한 해 동안 유실된 지뢰가 358발로 이중 47발만 회수되었으며, 1998년 8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1년 3개월 동안 군 작전을 통해 회수된 지뢰는 3000발, 1999년 4월~6월까지 군 작전을 통해 회수된 것은 1300발에 이르고 있어 유실된 지뢰수가 상당할 것임을 반증해주고 있다.

조재국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우리 정부는 지뢰 피해자가 별로 없다고 발표했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명도 없다고 했다"라며 "1993년~2003년까지 신문지상에 발표된 지뢰피해자만도 민간인 66명(사망 17명, 부상 49명), 군인 116명(사망 48명, 부상 68명) 총 182명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대인지뢰피해의 가장 큰 폐해는 '한미주군둔지위협정(이하 한미SOFA)'에 있다, 한미SOFA 제4조에는 미군이 사용한 시설과 지역을 한국에 반환할 때 원래 상태로 원상회복하거나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는 후방지역의 지뢰들은 상당량 미군에 의해 매설되고 관리되다가 1975년 한국군에 이양되었고 현재에도 미군부대에서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가장 민간인 피해가 자주 일어나는 민통선 지역은 아직도 한미연합사령관의 관할 및 작전권 내에 있어서 지뢰피해에 대한 책임은 사실상 미국정부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군은 부대를 철수하거나 이전할 때 매설해놓은 지뢰를 제거하거나 매설지뢰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지 않아 지뢰지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민간인의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미확인 지뢰지대, 후방도 지뢰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연천군이 민통선 이남지역인 연천군 10개 읍·면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개면 25개리에 미확인 지뢰지대 141만 1606㎡가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으며 민통선 이북지역에서도 141만5606㎡의 미확인 지뢰가 발견되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는 후방지역에서는 지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해 왔으나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현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강 이남의 후방 36개 지역에서도 40개의 지뢰지대가 발견되었고 이는 모두 한국 공군 혹은 육군 관할 지역이었으며 군부대가 이전하여 지뢰를 전혀 관리하고 있지 않은 지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후방 36개 지뢰지역 중 12개 지역에서 지뢰사고가 발생해 총 3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대인지뢰피해보상책임 국가에 있다"

'대인지뢰 제거와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김다섭 변호사는 지뢰피해는 한국전쟁 중 전 국토에 걸쳐 16개 우방국이 무차별적으로 매설했던 지뢰와 DMZ 등 접경지역 지뢰에 의한 것과 90년대 중반 홍수로 유실되어 후방으로 이동한 지뢰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섭 변호사는 "후방 레이더 기지 주변에도 지뢰를 매설했는데 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될 때 지뢰가 유실되어 사고가 발생한 경우 국가에서 보상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전방에서 해류를 타고 서해안 도서지역으로 지뢰가 흘러들어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을 거부해왔다"고 말했다.

김다섭 변호사는 또 "손해배상의 경우 '가해자나 손해자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사고 발생일에서부터 10년간'이라는 시효 때문에 대부분 지뢰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을 받지도 못했다"며 "당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국가배상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지뢰피해자가 지뢰로 인한 피해를 입증해야만 하는 '입증책임주의'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왔다"고 했다.

그는 "지뢰피해에 대한 안내나 예방조치 등을 취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현 법제도하에서는 시효가 지나 보호받기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고엽제 피해자들, 삼청교육대 피해자, 북파공작원들의 행동을 거론하면서 현행법이 안되면 법을 개정 또는 제정해서라도 억울하게 피해본 것을 정당하게 보상받고자 하는 의지를 모아야 한다고 격려하게도 했다.

ⓒ 박신용철

"민간인·군인 지뢰피해자 보상 시급히 이루어져야"

'대인지뢰 피해자들에게 왜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 토론자로 나선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김숙임 대표는 "그동안 우리는 지뢰 피해자의 희생을 방치하는 것은 거짓된 평화를 누려왔다"며 "국민 모두가 언제 어디서 대인지뢰 희생자가 될지 모르는 심각한 현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김숙임 대표는 "대인지뢰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우리가 속한 국가가 어느 나라인지 묻고 싶을 정도"라면서 "전쟁상태에서 지뢰를 매설했고 피해를 당하는 것은 무책임한 국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책임있는 국가나 정부는 국민의 인권·생명·안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여기고 정책을 집행하는 나라"라며 "민간인 대인지뢰 피해보상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아들이 있다는 김 대표는 대인지뢰에 의한 피해가 민간인보다 군인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군인 피해자는 국가안보와 군사안보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마땅히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이제는 '군사중심의 안보'에서 인간 삶의 안보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안보'로 바뀌어 인간답게 사는 사회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MD 등 무기도입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국방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지뢰피해자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뢰제거 및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해야"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실태조사위원이자 '민통선 평화기행' 저자이기도 한 이시우 사진작가는 후방뿐 아니라 DMZ에 있는 모든 지로를 제거해야 함을 역설하면서 국방부가 '군작전상 대인지뢰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시우 실태조사위원은 "비무장지대와 미확인지뢰지대를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합참 작전과는 전화통화를 통해 군작전상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어 국방부와의 이견을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미확인지뢰지대가 군 작전상 효용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대인지뢰 피해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대인지뢰 피해자 30여명이 참석했다. ⓒ 박신용철
그가 미확인지뢰지대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배경에는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만큼 민간인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군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과 과거 큰 길가에 지뢰를 매설해 전차가 넘어올 때 방어용으로 사용했으나 현재 새로운 길이 뚫려 과거의 길은 사용하지 않고 있고 전시에도 새로 뚫린 길을 사용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군사적 효용성도 없을 뿐 아니라 미확인지뢰지대로 인해 농민들과 관광객들의 지뢰피해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시우 실태조사위원은 "지뢰의 군사적 목적은 국토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인데 국민들이 마음을 실어주지 않으면 전쟁수행에 장애가 될 것이므로 접경지역, 민통선, 미확인지뢰지대의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면서 "민간인 지뢰피해자의 보상뿐 아니라 지뢰피해가 또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뢰제거 조항을 법률안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군당국이 지뢰를 제거한 후 영농 승인을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폭발물 사고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건부 승인각서 때문에 지뢰사고로 다리가 잘리거나 목숨을 잃어왔지만 국가를 상대로 치료비조차 보상받지 못해온 고통을 당해온 민간인들의 피해보상뿐만 아니라 한반도 곳곳에 매설되어 있어 언제라도 지뢰 피해가 발생될 여지를 없애기 위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 제출되었다.

이 법률안은 지난 2000년 김형오, 박세환, 강창희(한나라당), 정대철, 김성호(민주당) 의원과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가 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무차별적으로 인명의 살상을 초래할 수 있는 대인지뢰의 제거 및 민간인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은 DMZ를 포함한 이남 지역의 지뢰지역 실태 조사 및 대인지뢰 우선적 제거작업과 지뢰지역에서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예방 대책 그리고 대인지뢰피해자보상위원회를 통한 피해자 보상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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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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