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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 조디 윌리엄스 대표는 방한 중 대인지뢰 피해자들에게 의족 기증행사를 가졌었다.
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 조디 윌리엄스 대표는 방한 중 대인지뢰 피해자들에게 의족 기증행사를 가졌었다. ⓒ 이시우
한국의 대인지뢰 피해자들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01년 지난 9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세계대인지뢰대책회의 (ICBL) 조디 윌리엄스 대표가 방한하면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 위해 방한했던 조디 윌리엄스씨는 남·북한 동시 대인지뢰금지 협약(오타와 협약)가입, 대인지뢰 피해자에 대한 정부 보상, 미국에 대한 후방지역 지뢰제거 요구 등을 의논하는 한편 자신이 직접 가져온 의족을 지뢰피해자에게 나눠주는 행사를 가졌다.

조디 윌리엄스씨는 경기도 파주군 파평면 장파리와 금파리 일대 지뢰피해자를 대상으로 '지뢰피해자 의족 기증식'을 가졌다.

이 동네는 한국전쟁 후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형성된 마을로 농한기가 되면 전 주민이 민통선 안에 있는 미군부대로 들어가 시야를 가리는 풀과 나무를 정리하는 마초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데 장파리와 금파리에 살아 있는 대인지뢰피해자만도 13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한반도 곳곳에 대량 매설하기 시작한 지뢰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무고한 민간인들을 살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2천여명 이상의 민간인과 4천여명 이상의 군인들이 대인지뢰의 피해자가 되어 생명을 잃거나 다리가 절단되었다.

전세계적으로 20분에 한 명꼴로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대인지뢰는 제조비용이 약 5달러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제거하는 데에는 약 1천달러의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1997년 현재 대인지뢰는 전세계 68개국에 총 1억 1천만개가 설치되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매년 2만 6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대인지뢰에 의한 어린이 피해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1999년 국제원조단체인 '어린이구조'가 발표한 보고서에는 매년 8천명~1만여명의 어린이가 매설지뢰를 밟아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NGO가 이끌어낸 오타와협약 '20세기 최대의 평화운동'

조디 윌리엄스 대표의 의족기증식이 끝난후 행사가 다 끝나고 동네사람들끼리 모여 얘기 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이씨는 웃으며 한마디 했다. '나 테레비에 나온덴다'
조디 윌리엄스 대표의 의족기증식이 끝난후 행사가 다 끝나고 동네사람들끼리 모여 얘기 할 때가 되서야 비로소 이씨는 웃으며 한마디 했다. '나 테레비에 나온덴다' ⓒ 이시우
전쟁무기는 전시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전쟁무기인 대인지뢰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을 야기하기 때문에 '비인도적 무기'이라는 비난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세계대인지뢰금지협약(이하 오타와 협약)이 체결되기에 이른다.

대인지뢰금지운동은 미국의 '베트남참전용사회'와 독일의 '메디코 인터내셔널'이 모태가 되어 시작되었고 1991년 11월에는 '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ICBL)'이 결성되었으며 지난 97년 11월에는 'NGO가 비인도적 무기인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르웨이 노벨평화위원회로부터 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ICBL)과 조디 윌리엄스 대표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조디 윌리엄스씨는 1991년 11월 미국의 '베트남참전용사회(VVAF)'에서 일하면서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자신들이 매설했던 지뢰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러한 사실을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에 알리게 된다. 전세계의 시민들이 대인지뢰의 피해를 막는 움직임에 동참하게 되면서 대인지뢰금지운동은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그동안 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은 제네바군축회의에서 CCW(특정통상무기금지 및 제한조약: 과도한 상해를 입히거나 무차별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통상무기의 사용금지와 폭발물 사용금지 제한에 관한 의정서. 1996. 5.10)를 채택하도록 만들었고 1996년 6월 16일에는 미국의 대인지뢰포기선언와 같은 해 12월 UN의 대인지뢰금지협약 촉구 결의 등을 이끌어냈다.

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1997년 12월 3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대인지뢰금지협약(대인지뢰의 사용, 비축, 제조, 이전의 금지 및 폐기에 관한 조약)'을 성립시키기에 이른다.

대인지뢰금지협약(이하 오타와 협약)은 △대인지뢰의 사용 및 취급 전면 금지 △조약 가입 후 4년 이내에 모든 비축지뢰 폐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10년 이내에 매설지뢰 제거 △협약준수를 위한 국내 입법 등의 투명한 조치 시행 등을 규정하고 있다.

2002년 7월 31일 현재 오타와 협약에 서명한 나라는 143개국이며 이들 중 국회비준을 끝낸 나라는 125개국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이란,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 등 20여개국은 서명을 유보하고 있다.

미군이 대량 살포한 M14플라스틱 대인지뢰는 탐지기에도 탐지가 안되고 홍수가 나면 유실될 위험성이 크다.
미군이 대량 살포한 M14플라스틱 대인지뢰는 탐지기에도 탐지가 안되고 홍수가 나면 유실될 위험성이 크다. ⓒ 이시우
한국은 2001년 5월 제네바군축회의에서 채택한 CCW에는 가입했으나 오타와협약에는 가입을 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중국·북한을 일방으로 미국을 또 다른 일방으로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을 위반한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이 숨어 있다.

정전협정 제2조 13항에는 "…본 정전협정이 효력을 발생한 후 72시간 내에 그들의 일체 군사역량, 보급 및 장비를 비무장지대로부터 철거한다…"라고 규정했으나 미국은 정전협정이 발효된 지 3년 뒤부터 핵폭탄·핵탄두·핵지뢰·핵배낭·핵미사일 등을 배치해 정전협정을 위반해왔다.

한반도에 대량의 지뢰를 살포했던 것도 미군이고 DMZ 등 접경지대의 군사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주한미연합사령관인데도 미국은 오타와 협정 초안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처음엔 '한국이 북한과 대치상태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예외로 취급해 달라', '오타와 협약가입에 가입은 하되 6년간의 조약실행을 연기하는 유예조항을 넣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대인지뢰금지운동(ICBL)의 '예외없이, 유예없이, 빈틈없이' 조약을 성립시켜야 한다는 방침에 밀려 이러한 주장을 철회하고 독자적으로 대인지뢰 대체무기를 개발해 2006년까지는 한국을 오타와협약에 가입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당시 미국은 '비인도적 살상무기인 대인지뢰철폐운동의 취지는 인정하지만 한국의 안보적 상황'을 거론하면서 한국의 오타와 협약 가입 유보나 대체무기 개발 후 가입을 주장했고 '미국부성 산하에 지뢰대책반을 설치하면서 2010까지는 지구상의 모든 지뢰를 없애는 운동을 주도하겠다'는 'Demine 2010 initiative'를 발표했다.

또한 미국은 1999년말까지 한국의 비축지뢰를 제외한 탐지 불가능한 모든 대인지뢰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2000년 이후 발생한 대인지뢰 피해자는 민간인 13명, 군인 18명이 이르고 있어 미국이 협정은커녕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오타와협약 초안작성 과정에서 '한반도의 예외조항 및 9년간의 실시유예조항 삽입'이라는 미국의 주장과 동일하게 대응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DMZ를 제외한 후방지역에서 지뢰를 매설하지도 않고 전방에서도 철저한 지뢰관리로 민간인 피해자가 없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2001년 3월 국방부는 오타와 협약 가입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의 실체가 변화되지 않는 한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여러 방면에서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으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가시지 않고 있다. 당장 지뢰 사용을 중지하고 4년 이내에 보유지뢰를 폐기해야 하는 협약 가입은 불가하다"고 밝혔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 논리에 민간인 대인지뢰 피해자 계속 양산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타와협약에 가입하는게 불가능하다는 미국과 한국정부의 입장으로 인해 대인지뢰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은커녕 정당한 생명권마저 위협받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대인지뢰 제거와 피해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가 열렸다.
지난 7월 2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대인지뢰 제거와 피해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가 열렸다. ⓒ 박신용철
대인지뢰에 의한 피해자들은 접경지역에 농경지를 개간하면서 '지뢰 등에 의한 사고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다'는 군당국과 맺은 각서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시효가 3년을 넘겼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려면 우선 국가배상절차 결정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 피해자 스스로가 지뢰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으로 인해 그동안 대부분의 대인지뢰 피해자들은 치료비조차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변화된 남북관계 속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2000년 10월 29일 국가배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대인지뢰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려면 국가배상심의회의 배상결정을 거친 후에야 법적 대응이 가능했으나 국가배상법이 개정된 후 국가상대의 손해배상 소송은 배상심의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손해해상 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 스스로의 피해입증 책임 부분도 법원에서 지뢰소송에 있어서는 국가에 비해 약자의 지위에 있는 대인지뢰피해자들의 입장을 고려야 피해입증 책임을 완화 내지 경감시키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02년 11월 3일 서울지법에서는 2000년 강화도 석모도에서 지뢰사고를 당한 이복남씨에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고 2002년 11월 13일에도 2000년 고성에서 지뢰사고를 당한 홍간낭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뢰피해자들 대다수가 민법상 손해배상청구 시효 3년을 넘겼기 때문에 현행법상으로는 피해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2일 국회의원회관 1층 소회의실에서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민주당 이창복 의원·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공동주최로 '대인지뢰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지뢰제거작업 대상지역을 DMZ까지 넓혀 한반도에 평화를 이룩하고 대인지뢰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면서 "한반도는 대인지뢰의 무풍지대 중 하나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김형오 의원은 한반도에 평화의 시기가 오더라도 비무장지대에 집중적으로 매설되어 있는 지뢰 때문에 땅속전쟁을 한번 더 치러야 할지 모른다고 우려하면서 지금부터라도 지뢰를 제거하여 평화시기를 준비하고 대인지뢰 피해자들에게도 보상을 해야할 할 시기라며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대인지뢰의 제거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법률안'의 배경은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보호해야할 국가와 군당국이 오히려 대인지뢰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면서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는데 지뢰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뢰를 제조, 사용, 관리하는 국가에 있으므로 지뢰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조치와 비인도적 무기인 지뢰를 제거하여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인 지뢰피해자 한 명도 없다'는 무책임한 정부, 국제 지원조차 받지 못하게 만들어

오타와 협약 초안작성과정에서 한반도 후방에는 대인지뢰를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전방에서도 철저한 관리로 민간인 피해자가 없다던 한국정부, 그러나 매년 대인지뢰 피해자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정부와 오타와 협약과정에서 한배를 탄 미국조차도 국무성 지뢰대책반을 통해 인도적인 지뢰대책사업을 실행하고 있는데 지난 5년 동안 약 10억달러를 사용했으며 지난 2001년에는 베트남에 지뢰제거 작업과 피해자 구원 프로그램을 위해 165만 달러를 제공하기도 했다.

ⓒ 박신용철
이외에도 미국정부는 지뢰피해자를 위한 기금(WVF)을 창설해 1989년~2001년까지 15개국 지뢰피해자들에게 7100만달러를 제공하였고 아프카니스탄, 모잠비크, 캄보디아, 보스니아, 앙골라 등 27개국도 돕고 있다.

미국이 지뢰제거와 피해자를 돕는 나라들 대다수는 미군에 의해 지뢰가 대량 매설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의한 인도적 지원을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것은 한국정부가 민간인 지뢰피해자가 보고된 바가 없다는 공식견해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공식적으로 대인지뢰 피해자가 없다며 자국민의 구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도 유엔의 여러 지뢰대책 프로그램과 지뢰대책후원단체 그리고 유엔자원기금신탁기금에 원조하고 있다는 점을 세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례로 한국정부는 996년~2002년까지 98만 달러(13억원)를 지원했는데 국내 민간인 지뢰피해자들의 피해보상과 치료비를 한 번도 지원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엄청난 액수의 지원금으로 이는 피해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동서냉전의 산물로 반세기가 넘도록 분단되어 고통받고 있는 한반도는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걸음을 힘겹게 내딪어왔다. 그러나 대인지뢰에 대한 문제는 평화, 통일운동의 중심이슈로 부각된 것이 없었다. DMZ, 민통선 지역주민의 일이거나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사고라고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인지뢰 피해자의 많은 수가 서울, 경기도 주민이라는 것을 보더라도 대인지뢰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평화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 평화적이어야 한다면 평화를 준비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대인지뢰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결국 평화불감증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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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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