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겠지만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에게 묻는다. 대통령 오더가 없으면 일 못하나. 당을 해산하겠다고 하면 되지. 휴가지에 가 있는 대통령에 왜 전화하나. 지금도 오더를 기다리나. 그런 것 없이 하자. 이제 나와라."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
민주당 신당파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한나라당 의원 5명이 '지역주의 타파·국민통합·정치개혁'을 선언하며 7일 탈당을 감행한 데 이어, 같은날 오후 이른바 '외곽신당'이 본격 진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신당의 세갈래 물줄기 중 두 줄기는 가닥을 잡았고 이제 민주당의 합류만 남겨둔 모양새다.
7일 오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이하 신당연대) 창립대회에는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 등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3명과 이창복, 정동채, 신기남, 이호웅, 임종석, 이종걸 등 민주당 신주류 의원 6명, 그리고 김원웅, 유시민 등 개혁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이외에도 이수금 전농 의장, 이해학 목사, 조성래 부산정개추 위원장, 조성우 민화협 상임의장, 이철 전 의원, 신평 변호사 등 신당연대 합류를 선언한 시민단체 관계자 300여명도 참석해 넓은 회의장을 가득 메워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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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빈들판, 그 텅빈 들판에 사랑하는 사람이여, 이 꽃씨를 묻습니다"
사실 이날 대회는 민주당 신주류의 마지막 선택을 '압박'하는 자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시민 개혁당 의원은 노골적으로 "다들 안나오고 뭐하느냐"고 목청을 높였고, 한나라당 당적을 막 벗어 던진 탈당파 의원들도 자신들의 결단을 거울삼아 줄 것을 당부했다. 창립대회에 참석했던 민주당 신주류 의원들이 난처함을 호소할 정도였다.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격려사에서 "우선 오늘 결단을 해 주신 이부영, 이우재, 김부겸, 안영근, 김영춘에게 쉽지 않은 결단이었고 기득권을 버리고 외롭지만 의로운 결단한 이들을 우리모두 국민과 함께 지켜주자"며 탈당파 의원들을 치켜세웠다.
이어 그는 "이제 일이 돼가는 듯한 생각이 든다, 오늘 한나라당 개혁세력의 합류를 통해 새로운 정치 세력 형성을 위한 물꼬를 텄다"며 참석자들의 함성과 박수를 유도했다. 특히 그는 "빈들판, 그 텅빈 들판에 사랑하는 사람이여, 이 꽃씨를 묻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약속입니다"라는 한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신당 합류세력에 대한 깊은 신뢰의 뜻을 표시했다.
탈당파 김영춘 "국민들의 개혁 열망 사그러지는게 안타까웠다"
이날 한나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영춘 의원은 "현실의 거대한 늪 속에 빠져서 이제는 재가 된 줄 알았던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우리들이 피부로 느끼면서 많은 반성의 시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면서 탈당의 변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죽어있는 줄 알았던 혹은 현실의 거대한 늪 속에 빠져서 이제는 재가 된 줄 알았던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통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우리들은 피부로 느꼈다. 그러면서 많은 반성의 시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대선이 지나고 몇 달 지나고 그 불길이 시그러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점점 다시 정치권이 현실의 논리 속에 돌아가 안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점점 더 우리 국민들은 꿈보다는 현실로 개혁보다는 당장의 안일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는 안되는 데…'하며 안타까워했다.
타오르는 그 불길을 붙잡고 더 활활 불을 태우고자 몸 던져 싸우자고 탈당을 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싸우자고 결심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신기남 민주당 의원은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들을 향해 "축하한다, 존경한다, 한나라당 의원들 정말 하네요 기어코"라며 "그것참 어렵던데"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제 개혁세력이 모두 한 데 모여서 새로운 정치의 흐름을 형성하고 주도해 가야 할 절대절명의 시기에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나라당 의원들에 추월당해서 면목이 없다, 자성하고 용기를 내 현명한 전략을 세워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곧 바다에서 아니 강에서 만날 것"이라며 "조금 더 기다려 달라, (같은) 당에서 만나자"며 말을 맺었다.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터져나왔다.
유시민 "숟가락 들고 와서 푸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
유시민 개혁당 의원은 한층 더 높은 톤으로 민주당 신주류의 탈당을 독려했다. 유 의원은 특유의 말솜씨로 청중들을 사로잡아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청중들의 함성과 박수를 받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인간에 비하면 미물이랄 수 있는 매도 자신의 둥지를 부수고 배수의 진을 치고 간다. 이제 부숴 버리자. 지난해까지는 차차기라고 했고 이제는 차기라고 한다.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 선배들에게 묻겠다. 밥상 다 차려놨는데 왜 안 오나. 숟가락 들고 와서 푸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문제인가.
빨리 오라. 복잡할 게 뭐 있나. 그렇지 않나. 오늘 이 시각 대한민국 정치를 그 지긋지긋한 지역주의 정치의 늪에서 구해내는 사람이 다음 대통령이 되고 집권세력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일을 하라. 왜 못하나.
오늘 그 말도 안 되는 당을 박차고 나온 한나라당 의원들 정말 축하한다. 한나라당을 나오신 동지들은 자기 정치 인생을 '올인' 했지 않나. 개혁신당이 성공 못하면 내년 총선에서 모두 떨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올인하자. 특히 민주당에 있는 여러 의원들 망설이지 말라. 다 되게끔 돼 있다. 무엇을 더 망설이는가. 오시면 지켜드리겠다. 모시겠다. 올려놓겠다."
조성우 신당연대 상임대표가 10만 진성회원 모집, 지역주의 청산, 건전한 정책정당 건설 등의 내용을 담은 창립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을 끝으로 이날 행사는 끝났다.
| | "개혁신당 정치이념 노 대통령 그것과 같다" | | | 조성래 상임대표 기자간담회서 밝혀 | | | |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는 7일 오후 창립대회에 앞서 내부총회를 갖고 조성래 부산 정개추 위원장과 박명광 범개혁신당추진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조성우 민화협 상임의장를 상임대표로 선출했다.
조성래 상임대표는 이날 대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과 신당연대와의 관계설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이념이 개혁신당과 상응하고 민주세력의 결합이라는 것은 노 대통령의 노선과 같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신당추진모임과 한나라당 탈당파에 대한 지속적인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민주당의 외부영입 과정에 신당연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못박기도 했다.
다음은 상임대표와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이다.
- 민주당 신주류와 신당연대와 한나라당 탈당파가 삼자연대로 거론되고 있다. 연대의 과정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민주당 신당추진모임에서 영입작업을 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들어가는 것인지, 민주당 영입작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해 달라.
조성래 상임대표 "아시다시피 민주당에서는 여러 갈래의 논의가 있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에서 말하는 통합신당이냐 개혁신당이냐의 논란을 거친 끝에 별도의 신당 추진기구를 만들고 있는 형편이다. 중도파에서 분당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서 당의 진로에 대해 명백하게 말하기 힘들다. 반면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이 오늘 아침에 탈당선언을 하고 나온 것은 사실이다.
양쪽과 우리는 접촉을 하고 있다. 민주당 신주류 쪽과도 사실은 접촉을 하고 있지만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 지금 현재로서는 신주류 내부에서 의견이 통합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우리가 앞으로 어떤 경로를 밟아서 통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신당연대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개혁신당 쪽으로 흐름을 잡고 있고 여론에 의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한 개혁파 의원들이 조만간 합류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 쪽에서도 탈당을 하든, 당외 신당추진모임을 추스리는 가운데 우리 연대회의와 보조를 같이할 세력이 분명히 있음을 확인드릴 수 있다. 어떤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가시적인 상태에 들어가면 말씀 드릴 것이다. 민주당이 당외 인사를 영입한다는 부분과 관련해 신당연대가 합류할 것이냐고 했는데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
- 개혁신당과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노 대통령이 간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관계설정을 어떻게할 것인가.
조성래 "이번 대선은 87년 6월 항쟁 이후의 흩어졌던 민주 개혁세력의 재집결에 의한 승리라고 본다. 일단 노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정치이념이 개혁신당과 상응하고 민주세력의 결합이라는 것은 노 대통령의 노선과 같다고 본다. 개혁신당이 다음 총선에서 노 대통령의 정치지향을 뒷받침하는 의회권력을 인수하는 즉 총선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노 정권이 5년 단임으로 끝난다고 한다면 우리는 외연을 확장해 5년 단임정권을 넘는 50∼100년의 미래를 지향하는 정당이 되고자 한다. 개혁신당의 목표를 거기에 두고 있다."
정윤재 위원장 "노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때 완전히 민주당을 환골탈태해 새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공약을 실천하는 측면에서 볼때 그 실현과정이라고 본다. 지금 당장 직접적으로 신당 추진과 관련해 특별한 뭔가는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출범은 여러 사람이 함께 구성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지향은 노무현 정부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고, 먼저 출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이 어떤 형태로 참여할 지, 힘을 실어줄 지 사전 협의가 있거나 논의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 이후 추진과정, 시기별, 월단위 프로그램을 말해 달라.
이광철 신당연대 운영위원 "일정은 대체적으로 이렇다. 개혁신당의 주된 과제는 당원에 의해 움직이는 진성당원이다. 이에 따라 2004년 4월 15일에서 역산하면 8월말쯤 주비위원회가 구성돼야 하고, 10월에 중앙당이 창당되고, 12월에 지구당 창당대회를 갖고, 내년 1∼2월이 총선 공직자 선출대회를 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주된 사업으로는 8월말까지 10만 진성회원을 모집하는 것이고, 그와 동시에 각계 각층의 지역 부문 지지와 함께 참여하는 폭을 넓혀가는 사업방식이 될 것이다." / 이성규 기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