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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세요. 안녕하세요. 수박남매입니다. 오늘 점심 특별 메뉴는 저희 수박남매가 준비한 수박입니다. 하나님께 감사하고 농민들의 노고를 생각하면서 맛있게 드세요."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일까? 우리 농촌이 어려워서일까? 여길 봐도 저길 봐도 별로 즐거울 것이 없는 곳이 요즘 농촌. 경기도 한 시골교회(광주성결교회, 담임목사 김관영)에서 '수박남매'가 기습적으로 퍼포먼스를 감행했다. 파격이었다. 그들은 과감하게 머리를 조각했다. 그리고 밝게 웃었다.
그리고 올해같이 어려운 농업조건에서도 수박을 잊지 않고 점심 특별메뉴로 선택해준 광주성결교회 교인께 무한한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있었다.
"너무 고맙습니다. 꿀수박 입니다. 맛있게만 드세요. 내년엔 더 맛있게 여러분을 찾겠습니다. 또 열심히 열심히 농사에만 힘쓰겠습니다."
갈색탁자 위 수박 남매. 연실 싱글벙글 웃는다. 머리는 60년대 스타일. 누나 수박은 단정한 단발머리. 남동생은 '상고머리'. 하지만 누나수박 머리엔 빨간색 리본이 달려 있다.
하얗고 발그스레한 피부, 붉은 입술은 너무 건강해 보인다. 여기에 함박웃음을 피웠으니 남매의 밝은 웃음에 하나님께서 큰 상을 주신 것 같다.
점심식사를 하러 내려 온 교인마다 수박남매를 보곤 언제나 이 세상이 이렇게 남매 얼굴처럼 밝은 세상이었으면 하는 기대다. 홀딱 반한 교인들이 이 수박남매와 얼굴을 맞추기에 사진사만 바빴다.
한 마디씩 했다.
"음, 퍼포먼스 성공적이야. 수박홍보대사로 오케이야."
전 교인이 수박으로 점심을 먹었다. 계절식품인 감자와 함께. 맛이 꿀인지라 한 조각이면 족할 수박이 3-5조각씩 없어졌다. 여름수박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여름에 수박을 먹을 수 없다면 얼마나 여름이 재미가 없을까?
꼭지가 싱싱하고 무늬가 짙은 수박을 두드린 후 칼집을 넣었을 때 '쩍~' 갈라지는 그 순간, 썩썩 썰리는 대로 한 조각씩 들고 먹는다(?).
요즘은 귀한 손님 앞에는 수박을 4등분한 후 깍두기처럼 만들어 대접한다. 어릴 적 악동들은 앞니와 턱주걱만으로도 신나게 긁어 먹었다. 별미는 화채. 우유에 넣어 먹는 수박 화채를 너댓 번은 마셔야 여름을 무난히 이겨낸다.
요즘엔 수박 종류도 다양하다. 네모수박을 아시는가? 무척 비싸다. 농민의 아이디어 상품. 수박모양이 네모다. 지난 여름 9만원까지 했다. 올해는 가격이 많이 내려 1만6천원에도 거래됐다.
복수박을 아시는가? 껍질이 얇고 맛이 아삭아삭해 어른께 드리는 효도상품이다. 이외에도 아프리카에서 온 쿤타킨테 같이 검은 칼라수박(속은 붉다), 씨없는 수박도 있다.
한 달 전인가. 안산에 대형 할인점이 개장했다. "7kg 수박 한 통에 7500원! 여기에 덤 4kg 한 통" 하루에 4천만원씩 팔렸다고 한다. 기네스 감(?). 이처럼 우리 한국 사람은 수박을 좋아하는 수박 민족이다.
수박철. 특히 7월은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수박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날개 돋힌 듯 팔린다. 싼 것은 한통에 4천원짜리도 있지만 1만원은 줘야 꿀수박을 먹는다.
좀 비싼 듯한 느낌이지만 노점상들도 수박 한 통 팔면 1,2천원 남는다고 하니 오늘 저녁 마음을 크게 써 보는 것도 좋은 일인 듯. 온 식구가 모였을 때 수박 파티가 어떨까?
"하나님이 이처럼 세상을 사랑해 정말 단 꿀수박을 주셨으니 누구든지 이 수박을 많이 먹으면 먹는 이마다 모두 구원을 얻는다."
수박남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