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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으로 영어학원이 생긴지 오래다. 대다수 영어학원에서 현지로부터 원어민 회화 강사를 초빙해 채용하고 있다. 원어민 강사초빙과 학원의 영어교육 방식에 대해 2년째 국내에서 영어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강사, 에슐리 카롤(호주인, 45세)에게 들어봤다.

- 한국을 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호주에 있을 때 초등학교 교사였다. 전부터 아시아에서 교사생활을 해 보고 싶었다. 호주에서 신문을 보면 매일 구인 광고란에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에서 영어강사 구함'이라는 문구다. 한 에이전트에 전화를 했더니 너무 친절하게 소개를 해 주었고 일 처리도 빨리 해 줬다.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모든 절차가 열흘만에 진행 됐다. 처음 학원에서 숙식제공에 1년 간 고용 보장하는 조건으로 E2비자(해당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 학사학위 이상의 자격을 소지한 자 또는 이와 동등이상의 학력이 있는 자에게 주는 비자)를 받고 왔다."

- 한국에서 강사 생활하면서 문제는 없었나?
"학원이 원어민 강사를 초빙할 때 에이전트에게 백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다. 때문에 이야기한 것처럼 에이전트에서 처음에는 뭐든지 다 친절하게 해결 해 준다. 그런데 처음 오산에 한 학원에서 계약만료 3개월 전에 월급을 체납된 상태에서 해고당했다. 이때 에이전트에 전화를 했더니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 사람들은 한 번 고용이 성사되면 그걸로 끝이다. 지금 누가 한국에서 영어 강사를 하고 싶다면 에이전트를 통하지 말고 그냥 와서 스스로 알아보고 취업하는 것을 권해주고 싶다. 그게 학원이나 강사 모두에게 훨씬 이득이다."

- 결국 그 체납된 임금은 받았나?
"월급을 체납 당하고 노동부에 갔을 때 아무도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아는 한국 친구가 통역을 해 줬다. 나야 부탁할 친구가 있었지만 한 나라의 노동부라면 영어 통역자 한 분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노동부에서 체납한 월급을 지불하라고 했는데도 학원 원장은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원장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되고 그에 따른 처분으로 벌금을 냈다. 그러나 나는 그 체납액을 아직 받지 못 했다."

*참고로 이러한 경우는 근로자가 소액심판으로 민사소송을 걸 수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를 에슐리에게 알리지 않았다.

- 다른 학원에서는 어땠나?
"평택에서 두 번째 학원을 다닌 지 한 네 달이 지난 후 갑자기 집으로 출입국관리국 직원이 왔다. 비자가 없으니 당장 출국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학원 원장이 다 비자를 마련해 놨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장은 나를 등록도 안 해 놓은 상태였다. 불법으로 체류했기 때문에 나는 오십 만원의 벌금을 냈고 원장은 백 만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원장은 일방적으로 나를 속인 것인데 법적으로는 나도 벌금을 내야하니 억울했다. "

- 영어학원에서 일하면서 본 한국 학생들은 어떤가?
"한국 학생들은 가르치기 참 어려운 대상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가 억지로 보내서 온 경우인데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 그런 아이들을 수업에 참여하게 해야하는데 학원 교육 방식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영어를 더 기피하게 한다. 수업시간에 서로 한국어로 떠들기 정신없다. 수업시간이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는데 대부분을 허비한다. "

- 학원의 교육방식이 왜 학생들에게 영어를 기피하게 한다고 보는가?
"한국 영어학원은 암기식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질 못하고 있다. 언어는 암기해서는 절대로 익힐 수 없는 것이다. 내가 한국말을 몇 문장 외운다고 한국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극히 기초적인 단어야 외워야 하겠지만 외운 단어를 실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한국 영어학원은 시험을 참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구술시험과 필기시험을 본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5분 동안 질문을 10가지 해서 점수를 메기고 필기시험도 봐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이름을 적은 후 벽에 붙여 놓는다. 실제로 그렇게 하면 1등과 꼴등의 차이는 거의 없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줄뿐이다.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방식을 제안해도 원장은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영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영어는 영화나 연극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반복해서 듣고 익힌 후 실제 상황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실제로 연극을 통해 대사를 연습하게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해야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영어 책에 나오는 다이얼로그를 아무리 외우게 해도 아이들은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은 것은 금방 잊게 되는 것이다. 시험 때문에 잠시 암기할 수는 있지만 그게 자신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

- 원어민 강사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영어수업, 특히 어린이 영어는 절대적으로 한국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초급단계에 있는 어린아이들은 한국 선생님의 설명이 있어야 이해가 쉽다. 영어에 백 퍼센트 노출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것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한 반에서 한국인 강사의 설명과 원어민 강사의 회화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수업 방식인 것 같다. 현실적으로 한 반에 두 강사를 배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요일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등 대안은 있다."

- 한국에서 2년 동안 있으면서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어떠한가?
"한국사람들은 정이 많다. 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지갑을 떨어트렸는데 9살 짜리 소년 두 명이 수십 블록을 뛰어와 나에게 그 지갑을 건네 줬다. 택시비가 없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택시를 탔는데 그 기사 분이 친절하게도 내일 내라며 다음날 학원으로 나를 찾아와서 돈을 받아 갔다. 호주에서는 그런 경우 바로 경찰서로 가자고 할 것이다. 한 한국인 친구는 내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류 작성이나 통역 등을 다 해주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인정 많은 사람들도 많지만 전 학원 원장들이나 에이전트 관계자들은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어디가나 좋은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한국도 마찬가지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영어열풍에 대해 한 마디 한다면?
"원어민 강사에 대한 제도적 장치와 배려가 영어열풍의 반만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무분별한 원어민 강사 초빙보다 수업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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