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절로 그렇게' 제 갈길을 가는 자연의 길, 그리고 인간의 길
'절로 그렇게' 제 갈길을 가는 자연의 길, 그리고 인간의 길 ⓒ 김정규
비행기에서의 광경은 12시간 내내 한낮이었다. 도망가려는 시간을 애써 쫓아가니 그러했고, 도망가는 시간보다 더 빨리 가니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대평야를 지나 우랄 산맥을 넘어 다시 유럽대륙으로 들어서는 동안 자연의 방식과 인간의 방식이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을 강줄기와 도로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이란 말이 그러하듯‘절로 그렇게’ 제 갈 길을 찾아 굽이굽이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는 것이다.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고 높은 산을 만나면 굽이쳐서 구불구불한 자태를 대지위에 그대로 새겨두었다.

강줄기는 대지와 얼마나 아픈 사랑을 하였기에 그렇게 굽이굽이 아쉬움을 남기듯 흘러가는 것일까? 그것도 모자라 줄기 밖으로 그를 닮은 작은 웅덩이를 남긴 것이 마치 사랑의 추억이라도 가득 담아둔 일기장 같기도 하고…. 경사가 없는 평야라서 그런지 그런 강줄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인간이 닦아놓은 길은 몹시도 곧았다. 자로 그은 듯이 뚫려있는 그 선들은 마치 자연의 한 부분 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 대지를 소유한 듯이 영역 표시를 해 두었다.

2. 파리에서의 저녁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었다. 처음으로 가보는 프랑스 식당에서 맛도 없는 프랑스 요리를 그래도 처음이라고 훌륭한 요리라도 되는 듯이 먹어보았다. 그리고 맥주 한 잔.

저녁을 먹고 난 시간이 9시가 넘었는데 아직 날이 훤하다. 우리나라보다 위도상 높이 있기에 낮의 길이가 무척이나 길기 때문이다. 숙소로 들어가기엔 날이 아직 이른 듯하여 ‘젊은 나이를’잠으로 보낼 수 있나 싶어 움직였다.

‘메들린 성당’이며, ‘콩코드 광장’이며, 세느강을 건너 국회 건물을 지나 다시 ‘알렉산드3세교’를 지나 ‘샹젤리제 거리’를 건너 ‘엘리제 궁’을 끼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서쪽에서 본 파리 시내
서쪽에서 본 파리 시내 ⓒ 김정규
날씨는 덥지 않고 공기는 쾌적하였다.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여름이라도 습기가 많지 않아 그늘에만 있으면 햇볕이 아무리 내리쬐어도 시원하다고 했다. 사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펼쳐진 끝없는 평야는 어디 한 곳 더위를 모아두지 못하게 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에어컨이 필요가 없는 나라라고도 했다.

실제로 자동차에 거의 에어컨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자동차 에어컨 회사가 진출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 현상의 영향으로 자동차에 에어컨을 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곳곳에 보이는 고풍스런 집들과 너른 광장 웅장한 교회며, 어마어마한 공원, 한가로운 사람들, 그리고 자그마한 차들. 밤을 즐기려는 연인들과 관광객들이 낮과는 다른 파리의 모습 만들고 있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라고. 이 말의 의미는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이 네가 직접 탐구해서 얻은 것이냐, 아니면 들어서 알게된 것이냐?를 묻는 말이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정보들을 나는 얼마나 스스로 진위여부를 탐구하고 받아들이는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