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대철 대표 입에서 나온 2002년 대선자금 파문이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11일 하루동안 매우 뒤숭숭했다.
정 대표는 11일 오후 "기업체로부터 200억원을 모았다"고 했다가 이상수 총장이 "200억원이 아닌 140억원"이라고 하자 다시 "이 총장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자신의 발언을 수정했다. 민주당 선장인 그는 사법처리를 당할 처지에 있기 때문인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정 대표는 11일 오후 "대선때 민주당이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자금은 200억원 가량 된다"고 밝혔다. 이는 정 대표 개인이 받아 "당에 토스"해줬다고 실토한 10억원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어서 폭발성을 띤 것이었다.
정 대표는 200억 이야기를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에게 꺼냈다. 정 대표는 "그 200억원은 돼지저금통으로 모금한 액수를 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상수 총장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1월 이상수 총장으로부터 보고받을 때 40억인가 30억인가 남았다고 했는데 최근 와서 10억원밖에 안남았다고 하더라.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정 대표가 당 살림을 하고 있는 총장에게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표현한 것은 검찰발 태풍을 맞고 있는 민주당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자 이상수 사무총장이 긴급히 해명에 나섰다. 이 총장은 "선거운동기간에 모금한 총 액수는 돼지저금통을 포함해 14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해명했다. 이 총장은 "아마도 이정일 의원에게 빌렸다가 갚은 50억원을 넣어서 정 대표가 계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특히 "언론이 (정 대표와 이 총장 사이에서) 싸움을 붙이고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본회의장에서 서로 위로하며 말을 나누는데 마치 다툼한 것처럼 보도했다"고도 말했다.
이상수 총장이 그렇게 해명하자 정대철 대표는 "내가 말한 200억원은 돼지저금통 70억원과 이정일 의원한테 빌린 50억원이 포함된 것"이라고 앞서 발언을 번복했다.
정 대표는 "이 총장의 말이 맞는 것 같다. 150억원을 모금했는데 처음 돈이 없어 이정일 의원한테 빌린 50억원과 돼지저금통 70억원을 포함해 200억원이 된것 같다"면서 "50억원을 빌려온 것을 오해해 200억원이라고 말했다"고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자금을 둘러싼 파문은 정 대표와 이 총장이 서로 '계산 차이'를 좁힌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이미 아니다. 굿모닝시티로부터 대가성 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민주당 대표의 소환은 민주당의 대선자금 모금 과정 전체에 대한 '재조명'을 언론과 검찰로부터 받을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 | | 이상수 총장 "200억 아닌 140억" | | | |
| | |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11일 "지난 대선 때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대선자금은 200억원 가량 된다"고 밝힌 것과 관련 이상수 사무총장은 "선거운동기간에 모금한 총 액수는 돼지저금통을 포함해 14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해명했다.
이 총장은 이날 밤 <오마이뉴스> 기자와 국회에서 만나 "선거운동기간에 모금한 총 액수가 140억원이 조금 넘는다"며 "대선 기간동안 대선국고보조금이 120억원이 들어왔고 선거 운동 끝나고 대선국고보전금이 130억 들어왔다. 그래서 총 수입은 390억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140억원에는 돼지저금통을 통해 모금한 금액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 대표가 "지난 1월 이상수 총장으로부터 보고받을 때 40억원인가 30억원인가 남았다고 했는데, 최근 와선 10억원밖에 안 남았다고 하더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처음엔 20억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계산하니까 30억원 정도 남았더라"며 "정 대표의 얘기가 맞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언론이 정 대표와 싸움을 붙이고 있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본회의장에서 서로 위로하며 말을 나누는데 마치 다툼한 것처럼 보도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상수 사무총장과의 간이 인터뷰 전문이다.
"선거운동기간에 모금한 총 액수가 140억원이 조금 넘는다. 그리고 기간동안 대선국고보조금이 120억원이 들어왔다. 선거 운동 끝나고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대선국고보전금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이 130억 들어왔다. 따라서 전체 수입 총액은 390억원 정도 된다. 나간 돈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쓴 돈이 274억 원이다. 선거운동 기간 전에 쓴 돈이 80억이다. 나머지 남은 것으로 1월 달 경상비로 썼다. 이렇게 계산하면 정확해 진다.
선거 끝나고 40억 남았다고 기자들에게 얘기했다. 처음엔 (대선국고보전금이) 150억원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130억원이 들어왔다. 20억원이 비지 않나. 그래서 20억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계산하니까 30억원 정도 남았다는 것이다. 장부상으로 토털 이 시점에서 30억원 정도 남았다는 것이다."
- 예전 120억원을 거뒀다고 하지 않았나.
"예전에 100억 내지 120억원 정도라고 했다. 140억 중 40억을 돼지저금통장에서 거둔 것이 되지 않나. 우리가 얘기할 때 보통 기억으로 말하지 않나. 이것도 방금 보고 받고 확인한 것이다."
- 언론이 싸움을 붙이는 양상으로 가는 것 같다.
"문제가 있는 것이 본회의장에서 서로 위로하며 말을 나누는데 마치 다툼한 것처럼 보도했다. 어제도 기자들이 그런 얘기했는데 마치 반박한 것처럼 보도했다. 제도언론이 문제다. 어제도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후원금을 어떻게 거뒀다고 답변했는데, 그것은 답변일 뿐이었다. 그런데 자기들이 정대철 대표에 대해 반박한 것처럼 얘기하면서 싸움을 붙이더라. 오늘도 싸움을 붙이고…."
- 지금 정 대표와 갈등은 없는가.
"전혀 없다."
- 예전에 120억을 거뒀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때 어림잡아 그렇게 들어왔다고 말한 것이다. 그 당시 100대 기업 등과 기타 등등을 포함해 100억원 내지 120억원 정도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 굿모닝 시티는 100대 기업 들어가나.
"크게 얘기하면 들어간다. 다시 말하면 기업으로부터 100억 정도 들어왔다고 이해하면 된다. 돼지저금통 모금액도 거기에(140억원) 모두 포함돼 있다. 그리고 당시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것에 제한이 있었다. 5월말에 2억원이 들어온 것이 있다. 그것 모두를 포함한 것이다." / 이성규 기자 | | | | |
정 대표 뒤늦게 "굿모닝시티로부터 4억 2천만원 받았다" 시인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이에 앞서 11일 오전 윤창열 굿모닝시티 대표로부터 4억 2천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했다. 그에 따라 '도덕성'을 강조해왔던 신주류 의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 대표의 '굿모닝시티 금품수수 의혹' 파문이 확산되면서 향후 여당의 진로, 특히 신당 논의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또 검찰의 수사결과나 정 대표의 거취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파문으로 신당 논의는 어떤 형태로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때 대선자금 명목으로 자신이 직접 1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모금했다고 밝혔는데 이로 인해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과 함께 정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당 안팎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이번 '굿모닝시티 사건'에 정 대표 이외에도 신주류쪽 인사인 H, L, K 의원과 M 전 의원 등에게도 거액이 전달됐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이번 파장은 점차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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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 10일 의원총회에서는 "떳떳하다" 호언장담
정대철 대표는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굿모닝시티로부터 2억원밖에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원들을 안심시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후원금으로 이 돈을 받았으며 영수증 처리까지 했으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떳떳하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1일 의원총회에서는 말을 바꿔 4억 2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전날과는 달리 "굿모닝시티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당원에 송구스럽다"고 사과의 뜻을 전한 뒤 향후 거취문제와 관련 "당과 동지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계획돼 있던 11일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특히 그는 "대선 후원금 2억원은 서울시지부 1억원, 정대철 명의 후원금 5천만원으로 영수증 처리했다"며 "나머지 5천만원은 중앙당 회계 당사자에게 영수증 발급을 부탁했는데 알아보니 아직 안돼 있더라. 곧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5천만원이 영수증 처리되지 않는 것은 당시 윤씨의 돈 일부를 후원금이 아닌 특별당비 명목으로 처리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앙당이 모금할 수 있는 후원금 한도를 넘어서 영수증 발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또 이날 오후에는 기자들에게 굿모닝시티로 받은 금액을 합쳐 약 10억원 정도를 이상수 총장에게 '토스'했다고 말했다. 대선 후원금을 따내기 위해 노력할 결과 자기 몫으로 약 10억원 정도의 후원금을 거뒀으며 이를 당시 총무본부장이었던 이상수 총장에 넘겼다는 얘기다.
"대선자금으로 10억원 정도 거둬 이상수 총장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상수 사무총장 쪽은 "토스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겠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이상수 총장은 "10억 원이 맞는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후원금이 모금자 이름으로 장부에 기재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 이름으로 기록이 되기 때문에 4∼5억원이든 10억원이든 민감하게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 대표이외에도 민주당 H, L 의원과 M 전 의원 등도 굿모닝시티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어 이니셜이 거론되는 민주당 의원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H 의원쪽은 "굿모닝시티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영수증을 처리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윤창렬씨가 자사 보호를 목적으로 정치인 후원회 때마다 후원금을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권에 실력을 행사하기 위한 윤씨의 의도적 행위 아닌가 생각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신주류, 검찰비판·정치자금법 개정 한 목소리... 속은 '안절부절'
굿모닝시티 관련 의혹이 속속 밝혀지자 신주류 측은 당황해하는 기색이다. 윤창렬 리스트에 신주류 쪽 의원들도 포함돼 있는데다, 자칫 신주류 대표를 표방해 왔던 정 대표가 불미스런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되면, 신당 모임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검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결속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눈빛만은 숨기지 않고 있다.
신주류 쪽의 한 의원은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정 대표 문제와 관계없이 신당추진모임의 활동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의원총회 때 낱낱이 설명을 하고 그때 바로 대표직 사퇴를 했어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다른 한 신주류 의원은 "좀더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공식석상에서 신주류 의원들은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검찰에 대한 역공세를 취하기도 했다. 아울러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결의하기도 했다.
이재정 의원은 "정 대표는 잘못된 정치제도의 희생자라고 본다"며 "당내 경선에 나서는 지도자급 정치인이 초선의원과 같을 수 없다. 후원금 모금한도를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정치자금법 개정을 역설했다.
이 의원은 검찰에 대해서도 "검찰이 여당 대표에 대해 수사도 하기 전에 명예훼손하는 것에 대해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현 의원도 "법치국가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다. 판결로 확정되기까지는 사실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임채정 의원은 "검찰이 본분을 떠나 정치검사화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하면서 "미리 흘려놓고 여론재판을 시도하는데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못박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유인태 정무 "돼지저금통으로만 하지않았다"
한편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11일 지난해 대선자금과 관련, "돼지저금통만으로 선거했다고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게 했다는 것을 말한 것이지..."라고 말했다.
유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굿모닝시티로부터 정대철 대표가 2억원의 대선자금을 받은 것과 관련, "돼지저금통을 모아 선거를 치렀다고 했는데 뭉칫돈이 선거자금으로 쓰인 것이 좀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