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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얍!" 경매사의 난 경매 소리
"오~얍!" 경매사의 난 경매 소리 ⓒ 신동헌
“농협이 꽃으로 가득 찼네!”
“박달근, 덴파레, 이어사쿨, 8송이, 4박스, 오~얍!”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일까? 마술사 기합소리? 아니면 태권도? 이 소리는 마술사 기합소리도 아니고 태권도 기합소리도 아니다. 요즘은 듣기가 어려워진 경매사의 난 경매소리다.

이른 아침부터 난이 경매되고 있다. 경매사가 새로 들어온 난을 큰 소리로 소개하면 순간 중도매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오~얍!’ 기합소리에 중도매인들은 잽싸게 희망가격을 적어낸다. 그리고 가격은 결정된다.

"농협이 꽃으로 가득찼네."
"농협이 꽃으로 가득찼네." ⓒ 신동헌
“13번 3,860원”

아직도 수기경매로 꽃을 경매하는 곳이 있다.

경기도 성남시 시흥동. 비닐하우스 난 경매장. 호접란, 덴파레, 온시디움 등 우리가 즐겨 보는 여름 난들이 알아듣기 힘든 경매소리에 따라서 힘차게 움직인다.

정식명칭 ‘한국난농업협동조합’ 경매장이다.

꽃이 다양하고 질이 좋아...
꽃이 다양하고 질이 좋아... ⓒ 신동헌
“경매장이 무슨 비닐하우스?”
“이게 농협 맞어?”
“이런 곳에 농협이 있어 봤자 뭐...그렇겠지”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내뱉는 소리다. 비닐하우스가 대수롭지 않게 옹기종기 모여있고 주변 환경이 영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농협경매장에 한 발짝을 내딛는 순간 생각이 확 달라진다.

“어머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어... 너무 좋다. 농협이 꽃으로 가득찼네!”

정말 이 난 경매장은 난으로 가득한 농협이다. 두통이 심한 사람이나 난꽃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있으면 다 오라 외치고 싶다. 별천지 꽃 세상이기 때문이다. 경매가 있는 날이면(월, 목) 전국에서 농민들이 정성으로 만들어 낸 최신 작품들이 빠짐없이 모인다. 주로 서양란인데 넓이는 850평 경매장, 일부러 연출을 하려해도 이보다 멋진 꽃 연출은 그 어디도 없다. 하지만 서울비행장에서 분당으로 가는 길 비닐하우스 꽃 생산 농가 틈바구니에 있어 아직도 이곳이 ‘대한민국 최고의 난이 가득 찬 명소’임을 많은 분들은 인지하지 못한다.

‘한국난농협’은 대한민국 최고의 난 전문 농업인들이 만든 난 조합. 난 생산농민과 중도매인, 난 중계인들이 살갑게 살아가는 현장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란 말이 있지만 흠이라면 농협이 너무 작고 초라하며 보잘 것 없다는 것. 그래서 초라한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야 경매장이 있고 사무실이 있다. 경매장이 850평, 아마 세계에서 가장 작은 비닐하우스 경매장이다.

세계 최대 네덜란드 알스미어 화훼경매장과 비교해보면 병아리와 황소정도의 차이다. 알스미어는 아마 상암 월드컵축구경기장의 5배 크기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 ‘한국난조합’이 돋보이는 것은 가장 작다는 ‘비닐하우스’에서 큰 경쟁력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형은 꼴등이지만 경쟁력은 일등, 긍지도 최고(?).

비닐하우스 사무실
비닐하우스 사무실 ⓒ 신동헌
지난해 한국난농협은 난 매출에서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와 경기화훼농협을 앞서갔다. 당연히 외형이나 건물, 조직 등 객관적인 관점에서 난 매출1위는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해야 한다. ‘한국난농협’에서 유통공사는 쳐다보지도 못할 상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난 매출 1위는 놀랍게도‘한국난농협’이다.

지난해, 매출이 230억원이다. 수출 3백만 달러, 흑자는 1억2천만원의 실력이다. 유통공사의 지난해 난 매출이 160억원이니까 70억원이나 앞선다. 그러니 비닐하우스 농협이라고 어찌 깔볼 수 있겠는가. 전자경매장이 아니라고 어찌 비웃겠는가. 한국난농협은 직원도 모두 23명 뿐이다.

꽃을 갈망하는 소비자 찾기 이벤트
꽃을 갈망하는 소비자 찾기 이벤트 ⓒ 신동헌
한국난농협은 지난 7월16일 직접 소비자를 찾아 나섰다.

“이 호접란의 꽃잎순이 꼭 메기수염 같지요. 맨 아래 꽃을 1번화라 부르는데 시들면 가위로 잘라 주세요. 그러면 새 꽃대가 올라와 꽃을 한번 더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꽃까지만 보고 욕심은 접으세요. 이래도 5개월은 충분히 보니까요.”(농협 한상돈 부장).

“꼭 자식처럼 키워주세요. 이 덴파레는 꽃이 필때 영양소비가 많아 일주일에 1-2회 물을 충분히 주고 햇볕도 듬뿍 안겨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2-3개월 꽃이 오래 갑니다.”(박우혁 조합장).

이렇게 한국난농협은 직접 임직원이 출동해 꽃을 사랑하는 소비자를 직접 찾아 이벤트를 벌린다. 도매도 좋지만 꽃을 갈망하는 소비자 한분 한분이 난 한 촉을 사서 보도록 하는 가정원예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화훼농업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지고 가정에도 행복이 깃든다.

"호접 난의 꽃잎순은 꼭 메기 수염 같지요"
"호접 난의 꽃잎순은 꼭 메기 수염 같지요" ⓒ 신동헌
이날 이 행사는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 현대아파트 부녀회와 함께 했다. 행사를 알리는 방송을 듣고 주부들은 집에서 잠자고 있는 화분을 한 두개씩 갖고 나와 새롭게 분을 갈고 꽃을 사기도 했다.

"영감이 꽃 사라고 2만원을 주었어요"
"영감이 꽃 사라고 2만원을 주었어요" ⓒ 신동헌
“영감이 꽃 사라고 준 용돈이지요. 저희 부부는 너무나 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너무 꽃이 비싸서 엄두를 못 냈는데, 온시디움 8개, 덴파레 4개을 샀어요. 집이 환할 것 같아요.”

이 행사에 참여한 한 한 할머니는 꽃이 너무 싱싱하다면서 2만원 거금을 냈다.

“우리 주부들이 이렇게 꽃을 좋아하는지 저도 미처 몰랐어요. 꽃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돼야 합니다. 꽃을 보면서 물이라도 주고 자라나는 청소년은 정서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요”(부녀회장 이정호).

이렇게 한국난농협은 앉아서 도매만 하지 않는다. 직거래를 통해서 꽃 소비확산을 꾀하고 경쟁력으로 키운다. 이 조합이 생긴 것은 1984년인데 지금까지 난만을 가지고 경제사업을 해왔다. 1품목1조합인 경우다. 그래서 화훼전반을 취급하는 농수산물유통공사나 경기화훼조합과 경쟁할 수 있었다.

박우혁 조합장
박우혁 조합장 ⓒ 신동헌
중도매인 송요백(48세, 하남에서 털보란원 운영)은 “전자경매가 아니라 불편은 하지만 꽃이 다양하고 질이 좋아 이곳 경매에 빠지지 않는다”고 한다.

조합장도 이 농협의 조합원이다. 그래서 용인농장에서 짬짬이 난 농사를 지으면서 조합일을 봐야한다. 집무실도 하우스 안인데 8평 남짓한 공간이다. 비품도 책상에 컴퓨터 한 대 그리고 소파가 고작이다. 이곳이 연간 매출 230억을 올리는 조합장 방으로는 너무 인색하고 믿기지 않는다. 농협중앙회나 농림부 산하 공기업 사장 방은 그렇다하더라도 지방 농협장 방과도 비교가 안 된다. 따로 비서업무를 보는 직원 한 명 없다.

"꼭 자식 처럼 키워주세요."
"꼭 자식 처럼 키워주세요." ⓒ 신동헌
“부끄럽지요. 돈 많은 농협이면 왜 빌딩을 안 짓겠어요. 저희 농협은 실리 쪽이에요. 흑자이익을 낼려니까 빌딩보다는 저희 처지엔 비닐하우스가 맞지요. 하지만 계획은 있죠. 원스톱 수출지원센터 건립과 종합화훼유통단지 건립입니다. 그래서 요즘 교통과 상권으로도 입지 여건이 좋은 성남판교 개발단지를 요즘 자주 그리며 오갑니다.”

우리 꽃 문화 뒷받침이 충분해서였을까? 아파트 행사는 오후까지 이어졌는데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왔다. 500호가 못되는 아파트에서 600개 이상의 호접, 덴파레, 온시디움 등이 팔렸으니 말이다. 그만큼 우리 꽃 시장은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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