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 월정사와 전나무숲이 갈라진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이곳 전나무 숲길로 먼저 발길을 내딛었다. 좌우에 큰 전나무는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높고 화려했다.
이 숲길은 다시 걷고 싶은 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고 한다. 장대한 숲의 위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월정사 전나무 숲에는 재미난 전설이 있다고 한다.
고려 말 나옹선사가 북대암에 머무르고 있을 때였다. 나옹은 매일 콩비지로 부처님 전에 공양을 올렸다. 어느 겨울 월정사로 가는 길에 길가의 소나무가 가지에 얹혀 있던 눈을 콩비지 위로 떨어뜨렸다.
나옹이 "이 산에 살면서 부처님 은혜를 입고 있거늘 이 무슨 무례한 짓이냐"며 호통을 쳤는데 그 뒤 소나무는 모두 오대산을 떠나게 되었다고 한다.
소나무와 전나무는 생김새는 사촌이지만 성질이 다르다. 소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이고, 습한 데서도 잘 자라는 전나무는 음수이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소나무는 토질이 척박한 위쪽에 있고, 전나무는 산기슭이나 계곡쪽에 있다고 한다.
한적한 숲길을 걷다보면 다람쥐와 도룡룡, 그리고 한쌍의 나비를 볼수 있다. 그늘 아래 펼쳐진 버섯들과 이름모를 야생화들은 그 멋에 더욱 취하게 만든다.
길을 걷다 잠시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 사이에 내려오는 햇살은 만화 <빨강머리 앤>에서 앤이 숲길을 지나 집으로 가던 길을 연상케 한다. 마차를 타고 숲길을 지날 땐 하늘은 갖가지 색의 잎들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하늘을 풍성하게 만든다. 잠시 나도 똑같은 꿈을 꾸어 본다.
전나무숲과 함께 이어진 계곡은 넓고 그 소리가 우렁차서 듣고만 있어도 시원해 지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