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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졸업식날.
2003년 졸업식날. ⓒ 정세연
요즘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자주 새벽 기도회에 참석한다. 그때마다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오늘을 허락해 주신데 대해 감사하고, 어제와 다른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기도하곤 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온갖 계획을 세우고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첫날인 오늘을 맞았을 너희들 모두에게 우선 축하한다. 아직은 학교가 너희들에게 즐거운 곳이기보다는 지겹고 간섭이나 구속이 많은 곳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현실이니 자유롭게 너희들 뜻대로 계획을 세워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실습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인 테크노캠프에 참여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지? 부모님과 피서 휴가 다녀올 계획을 세운 친구들도 있겠지? 교회나 성당 같은 종교단체에서 주최하는 수련회 참석하는 친구도 많이 있고, 통일 캠프나 지역의 문화 교실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금강탐사, 갯벌체험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한 사람도 있겠고 독서계획을 세우고 읍내 도서관에 매일 다니는 친구도 있겠지? 뒤떨어진 과목의 보충수업을 하려고 학원 수강 신청한 친구도 있고, 부모님 하시는 일을 도와드릴 다짐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어제는 일요일이니까 실제 방학은 오늘부터라고 할 수 있겠지) 벌써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답답해하는 친구들이 없는지 모르겠다. 자유롭게 나름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일을 경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시간이 내게 주어지고 보니까 컴퓨터 앞에 일없이 앉아 있거나. 텔레비전 앞에서 뜻없이 시간을 보낸 것 말고는 기억나는 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허탈해하는 친구들도 적지 않을 것 같구나. 그러고 나면 의지력이 약한 자신을 탓하게 되고, 한숨만 쌓이고, 며칠 계속되면 포기하게 되고….

물론 근본적으로 너희들 스스로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나 교육의 잘못이 더 큰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 생활이란 것이 대부분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짜놓은 시간 계획표에 의해 진행되고, 그 내용도 대개 전달과 주입 위주로 되어 있지 않니?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학습하기보다 암기 위주가 많고, 스스로 자기 시간을 운영할 기회를 거의 주지 못하고 있다보니 막상 방학처럼 자율적 시간이 주어지면 오히려 당황스러운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뜻없이 방학을 보내서는 더욱 안될 일이니 어찌해야 할까?

친구들아, 우선 내가 맞는 하루하루가 지금껏 살아보지 못한 새로운 오늘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리고 그 '오늘'을 어떻게 새롭게 채울까 고민해보자. 공부나 학습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지금껏 잊고 있던 다른 일들을 생각해보자.

부모님 하시는 일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
동네를 샅샅이 조사해보는 것도 좋겠다. 동네의 역사, 동네 어른들의 삶 이야기, 동네의 풍물이나 풍속….

가까운 산에 오르거나 들판에 나가 하루종일 다녀보는 것도 좋겠다. 식물도감을 손에 들고 우리 고장에 나는 식물을 조사해 보는 것도 좋겠지. 조금 눈을 넓혀 우리 고장의 (군이나 도) 역사나 유적, 특산물 같은 것을 조사해 보는 것도 좋겠지.

친구들과 당일 코스로 기차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많이 보여주곤 하니까.

친구들아.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아주 가까운 곳에 답이 있을 지도 모른다. 잊지 말아라. 오늘은 지금껏 살아보지 못한 날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하루라는 사실을!

너희들 모두의 알찬 방학을 빌면서 7월 21일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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