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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 장애인복지관 노동자들이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피켓선전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립 장애인복지관 노동자들이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피켓선전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광주전남 공공사업장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 사업장인 광주시립장애인복지관 노조와 광주전남상용직 노조는 "사용자의 교섭회피로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을 보고 있지 못하다"며 "고의적으로 교섭을 지연시키거나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 두 노조는 지난 6월 26일 경고파업을 벌인데 이어 22일 상용직 노조가 시한부 전면파업에 돌입하면서 마찰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두 사업장은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시설 이용자와 대 시민 불편이 예상되는 등 또 다른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복지관 비리는 비 민주적 운영에서 비롯"

광주시 장애인복지관 노조는 ▲사회복지 예산 현실화 ▲연·월차 생리휴가 등 근로기준법 준수 ▲복지관 운영의 투명성 확보 ▲비정규직 해소 ▲노조인정 등을 요구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2월부터 교섭을 요구해 왔으나 복지관 운영과 관련해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일부 조합원의 해고가 이어지면서 교섭이 장기간 단절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 불신감이 쌓인 것도 교섭을 어렵게 하고 있다.

송준 장애인복지관 노조위원장은 "복지관의 여러 비리의혹은 그동안 비민주적 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사회복지 기관일수록 투명한 운영을 위해 구성원들이 운영구조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관 종사자들을 봉사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전문교육을 받은 한 사회인이면서 동시에 가정생활을 이끄는 가장이기도 하다"면서 "재활협회와 관장은 교섭을 인정하면서도 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순국 사무국장은 "월차나 생리휴가 반영이 안 돼 근로기준법에도 미달된 상태에 있다"며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되도록 조기에 마무리지으려 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장애인복지관 한 관계자는 "연가나 수당 등의 기준은 보건복지부 기준에 정해져 있는 사항"이라며 "이 기준을 받아서 하다보면 노동부 기준에 전혀 맞출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는 컴퓨터 강사 등 정통부 지원 프로그램에 관련된 업무"라며 "사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정규직 전환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상용직노조, 22일 시한부 전면파업 돌입

상용직 노조는 단체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22일 시한부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19일 동구청 앞 집회현장
상용직 노조는 단체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22일 시한부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19일 동구청 앞 집회현장 ⓒ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 5개구청과 나주시청에서 도로보수, 녹지정비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상용직 노조는 2002년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는 ▲근무일수 365일 적용 ▲정년연장 ▲퇴직금누진제 적용 ▲생리휴가·육아휴직 보장 ▲산재·요양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파업찬반 투표를 벌여 76.1%의 조합원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한 상용직 노조는 22일부터 시한부 전면파업에 돌입해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2월 2002년 임금협상을 타결지은 뒤 그동안 단체협약 체결을 놓고 9차에 걸쳐 교섭을 벌여 왔으나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조는 서울·경기·대전 등의 사례를 들며 동일한 근로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3월 광주 5개구청 외에 새롭게 나주시청 종사원 일부가 상용직 노조에 가입하면서 노사간에 교섭 대상범위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나주시청과 광주시 5개구청장은 노조측에 나주와 광주는 서로 재정여건이나 환경이 다르다며 분리해 교섭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각 자치단체에 있다. 노조는 일찍이 단일한 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반해 사용자인 광주 5개 구청을 비롯한 각 관할 자치단체는 교섭위원들이 수시로 바뀐데다 의견조율마저 잘 이뤄지지 않아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 각 자치단체는 실무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교섭위원이 5명∼6명씩을 번갈아 가면 교섭장에 내보내고 있어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기도 하다.

"교섭하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버티기 식"

이웅 수석부위원장은 "하루는 건설과장이 나왔다가 하루는 총무과장이 나오고, 다음에는 하수계장이 나왔다가 그 다음은 녹지계장이 나와 시간 떼우기 하는 식"이라며 "교섭하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버티기 식"이라고 성토했다. 이 부위원장은 "날마다 교섭위원들이 바뀌다 보니 맥이 끊겨 지나간 얘기를 새로 다시 꺼내게 된다"며 "교섭을 검토해 온 것이 아니다보니 아직까지 한 발도 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구청 총무과 한 관계자는 "국민예산을 집행하는 일이다 보니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5개 구청 일하는 내역이 틀리고 의견도 불분명해 검토에 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전문성이 없어 노무사를 별도 선임해 안을 마련해 오게 됐다"며 "앞으로 조만간 교섭이 다시 시작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주시청 총무과의 한 관계자는 "교섭장에 나가면 나주가 왜 왔느냐는 식"이라며 "광주와 나주는 근무시설이나 보수체계가 틀리기 때문에 자치단체 내에서 먼저 충분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한 관계자는 "모든 것이 행자부 지침이나 법에 이뤄지는 마당에 행정여건이나 재정여건을 이유로 교섭을 달리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분야별 특수성은 논의를 통해 다뤄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19일 장기투쟁사업장 문제해결을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해 사업주의 성실 교섭을 촉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단체교섭과 임금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길게는 3년, 짧게는 2개월을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는 22일 서구청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교섭 당사자인 단체장들이 직접 교섭에 나올 것을 재차 촉구했다.

"교섭회피, 과거 인식 바꾸지 못하기 때문"
[인터뷰] 이웅 광주전남상용직 노조 수석부위원장

▲ 이웅 광주전남상용직노조 수석부위원장
ⓒ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웅 광주전남 상용직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자치단체가 교섭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직 관료조직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관행이나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시각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매번 교섭위원이 바뀌는 것은 다분히 고의적이라고 밖에 볼수 없다"며 "이제 교섭당사자인 단체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웅 광주전남상용직노조 수석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기본급 365일 적용이나 정년연장은 무리한 주장 아닌가.
"우리는 일용직이 아니라 상용직이다. 365일 상시적으로 근무하는 사람인데 오히려 300일만 적용 받아 온 것이다. 공휴일 빼면 300일이다. 없는 것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지급하지 않았던 주 휴일을 적용하라는 것이다. 몇 십년 근무하면서 300일의 임금만 지급하는 것은 편법적인 고용형태다.

자신들이 정년 58세 공무원법 적용을 받는다고 자신들 기준에 맞추는 것은 말이 안 맞다. 우리가 하는 일은 오히려 숙련공이 요구되는 일이다. 시각 자체가 다르다. 없는 것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대전이나 경기 등 상용직 노조가 있는 곳은 모두 정년이 60세다."

- 사용주인 자치단체에서는 노조 창립일 유급일 지정과 설과 추석 전후 3일씩 휴무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하는데.
"노조 창립일에 안 쉬는 곳 있으면 말해 보라. 이것은 노사 협의사항일 뿐이다. 자신들은 명절 다 쉬면서 우리만 안 된다는 것인가. 자기들은 쉬어도 괜찮고 우리는 명절날 쉬면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자신들이 명절날 쉰다고 해서 월급 안 받는가. 말이 되지 않는다."

- 서울·경기 지역 상용직과 형평성에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공식적인 휴가라는 것이 없다. 자기들은 다 휴가 가면서 우리한테는 휴가규정이 어디 있느냐고 한다. 규정이 없다보니 비공식적으로 한 이틀 알아서 다녀오라는 식이다. 야간근무나 휴일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약자이기 때문에 아무런 권리주장을 못 해왔다.

광산구 공원 관리계의 경우 9시 출근해 밤 10시까지 초과근로수당도 없이 일요일 토요일도 없이 근무했다.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 규정을 만들자는 것이다. 노예 같은 생활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이것을 못 들어준다는 것은 인권탄압이다."

- 교섭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과거와 같은 그런 근로조건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고의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교섭위원 몇 십명 정해놓고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막무가내로 버티기 식이다. 매번 교섭 때마다 다른 사람이 와서 동문서답하고 그렇게 3개월을 허송세월 했다. 없는 것 요구한 것 아니다. 이미 누리고 있던 권리를 똑같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리하다는 것인가."

- 교섭위원이 몇 명이나 된다는 것인가.
"남구청만 해도 총무과 건설과 과장급 계장급 총 6명이고 광산구는 7명이나 된다. 5개 구청만 6명씩만 해도 30여명이 돌아가면서 교섭에 나오는 것이다. 이건 다분히 고의적이다. 나와서는 자기는 결정권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면 뭐 하러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제 교섭당사자인 단체장이 나와야 한다."

- 자치단체는 전문성을 필요로 해 교섭에 어려운 점이 따른다고 하는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인식을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것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아직도 관료 조직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용직은 지금까지 필요 없으면 그때그때 버릴 수 있는 1회용 쓰레기로 생각해 왔었다. 종속관계에 있다가 이제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해야 한다는 것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마음대로 누려온 권리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관행이나 권위의식에 젖어있는 시각이 전향적으로 바꿔져야 한다."

- 광주 5개구청과 나주시는 도시 기반여건이 틀려 교섭이 분리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재정가지고 하는 것은 대부분 계량화 돼 있고 모두 법적 근거에 의해 집행되도록 돼 있다. 도로 관리원이 하는 일은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관리법에 의해 관리되고 재정은 국가재정법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다. 조건이 똑 같다는 것이다. 행자부지침이 나주 적용기준 다르고 광주 적용기준 다른가.

도로관리원은 남구나 서구나 똑 같은 일은 한다. 동일직종은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구의 현재 재정자립도로는 공무원 월급도 못 줄 형편이지만 재정자립도 낮다고 임금체불 하는 것 아니지 않는가. 중앙교부금 받아 지급하고 있는 것 아닌가. 법과 기준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재정여건을 얘기하는 것은 한 낱 변명에 불과하다." / 이국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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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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