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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이라크인 직원이 장애아동에게 과자를 먹이고 있다.
ⓒ 유은하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전 반전평화팀으로 이라크를 방문해 반전평화 활동을 펼치던 중에 이라크의 중증장애아동 시설과 장애아동 학교를 방문하고 지원을 시작한 유은하씨는 5월말 건강상의 문제로 일시 귀국했다가 한 달만에 이라크로 돌아갔다.

이라크 현지에 도착한 유은하씨는 지속적으로 이라크의 장애인과 관련한 지원활동을 진두지휘하며 눈코뜰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유씨는 한국에 일시 귀국해서 준비한 '이라크 장애인·아동 복지시설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현재 한국의 자원봉사자(SIV, Salaam Irag Volunteers)들이 이라크 현지에 도착해서 유씨와 함께 중증 장애아동 시설에서 본격적인 장애아동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계속적으로 이라크 현지의 모습과 활동들을 게재하고 있다. 지난 22일 유씨는 중증장애아동 시설인 다르 알 하난에서의 자원봉사자들과의 일주일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다.

변화 1> 한국인 자원봉사자의 변화 "오물로 범벅이 된 아이를 씻기는..."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거의 쉼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목욕시키기, 장애아동들과 놀아주기, 휠체어로 산책시키기, 식사 돕기와 다음날 활동에 대한 점검, 준비물 챙기기, 장보기에 이어 인터넷 카페에 들러 메일을 확인하는 일 등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는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 이라크의 장애아동
ⓒ 유은하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유씨는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의 변화를 "아이들을 안고, 말 그대로 오물로 범벅이 된 몸을 한 명 한 명 씻기고, 밥을 반 이상 흘리는 아이들을 한 숟갈씩 떠 먹이고, 풍선을 불어주고, 수조에 물을 받아 함께 놀아주고, 페이스 페인팅 등을 하면서, 하루에 5시간 이상을 함께 지내는 것을 볼 때마다, 저는 그냥 감격해 있습니다"라며 그것을 바라보는 감격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런 기쁨이 있지만 이라크의 장애인과 이라크인들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에 대한 안타까움이 베어나고 있다.

"전쟁 때문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장애인'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거의 '동물 혹은 야만인' 취급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배반감을 느꼈던 부분은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 샴푸와 비누를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에 있는 보육사들이 1,2번과 5번 방을 제외한 남자 방에서는 '전혀' 목욕이나 머리를 감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여자들 방은 제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아이들은 그야말로 심한 악취와 온 몸의 상처와 종기를 안은 채로 그냥 침대 방에 갇혀있을 따름이었죠. 샴푸 등은 그냥 보육사들이 빼돌린 거였고요.

아침에 팀원들이 가보면, 아이들이 화장실 겸 세면실에 발가벗긴 채로 들어가 있고, 때론 변기 안에서 대변을 집어먹기도 하고, 밥을 먹을 땐 고양이고 같이 먹고, 설거지도 화장실에서 하고, 서로 때리고 뺏고... 눈, 코, 입 속까지 파리가 들끓고...그냥 아비규환 자체였죠.

저는 팀원들에게 고백했습니다. '아침에 목욕시키러 갔을 때, 똥과 함께 세면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누르를 보면서 도망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요.' 혼자였을 때도 막막했는데, 11명이나 달려들었어도 힘에 부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중증장애아들이 모여 있는 5,6번 방의 경우는 한 명 목욕시키려면 2-3명이 달려들어서 씻겨야 하는 거죠."

이렇듯 이라크의 장애인의 현실은 참담한 모습이고 그들을 지원하는 손길은 절실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렇듯 헌신적으로 일하는 자원봉사단과는 달리 현지의 이라크인 직원들은 거의 손을 놓고 자리만 지키는 형편이다.

유씨가 계속적으로 느끼는 것은 이라크인 직원들의 태도에 대한 것이다. 자신의 직책에 맞는 일들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변화 2> 이라크인들의 변화 "직원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 한 장애아동의 얼굴에 한국인 자원봉사자의 페이스 페인팅 작품이 그려져 있다.
ⓒ 유은하
그러나 한국인 자원봉사자들과 유씨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닥터 '이만' 이라는 여자가 찾아와 자신이 이제껏 보아온 중증장애인 시설의 현황과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계속적으로 자신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나는 정부에서 나온 사람은 아니고, 다를 알 하난의 변화를 위해 자원한 사람이다. 여러분들이 오기 전에 이곳은 정말 야만의 상태였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아이들을 사람이 아닌 동물로 취급해서, 가둬놓고 먹이를 주는 식으로 대한다.

나는 여러분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바로 내가 이라크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정말 불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노하우가 없다. 내가 염려스러운 것은 여러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곳이 바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까 하는 것이다. 매니저 케리마와 계속 면담을 했지만 별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57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있지만 적절하게 역할이 분담되고 있지 않으며, 사회복지사가 3명이나 있지만, 그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뿐 전혀 아이들과 접촉하지 않는다. 당연히 아이들과 함께 머물러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곳은 건강에 대한 체크, 사회적응 훈련과 기초생활습관 훈련이 다 필요하다.

오직 4명의 보육사만이나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 나는 매니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 이곳의 직원들을 교육하는 데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바란다. 나는 '나의 백성들'이 여러분들이 돌아간 이후에도 이 아이들을 적절하게 돌보기를 바라고 있다.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한다"

이렇듯 움직이지 않던 이라크인들도 한국인 자원봉사자들과 유씨의 활동에 서서히 마음 문이 열리고 몸을 움직였다.

"직원들이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도 속을 썩히던 간호사 마지드 아저씨, 약방 주인처럼 각종 약들을 자신의 의무실에 예쁘게 진열해 놓고 아이들이 어딜 다치거나, 살이 썩어가도 그냥 두었던 아저씨가 제가 보긴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 방에 들어와 상처에 밴드를 붙여주었습니다. 물리치료사들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고요..

그리고, 팀원들이 매일 목욕을 돕는 것을 본 각방의 보육사 분들이 조금씩 목욕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남자 방 분들은(보육사는 전부 여자입니다) 무거운 아이들을 두 분이 들 수도 없고, 목욕은 더더욱 힘들어서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방은 악취로 진동할 수밖에요"

이렇듯 이라크에서는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자원봉사자로 찾은 한국인들이 불편과 불결, 갖춰진 것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 기쁨으로 일하는 변화, 이라크 현지인들의 새로운 삶으로의 변화는 전쟁의 상흔으로 허물어지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미래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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