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 마을 당산제는 10여년 전에 마을 앞에 있던 거북이를 도난 당한 후 없어지게 되었다.
제는 음력 정월 보름날 마을 뒷산 사자골에 있다는 샘물과 마을 앞 돌거북과 당산나무에 지냈다. 당산제가 행하여지기 전 당산에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려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풍물을 치면서 각 호마다 방문하여 쌀을 거출하고 소머리, 돼지머리, 떡, 팥죽 등 제물을 장만하여 연세가 높은 분으로 제관을 삼아 지냈다.
마을 뒷산에서 제를 지낸 후 마을 앞에서 거북제를 지냈다. 거북이는 현재 도로변의 줄사철나무가 있는 곳에서 천 건너편에 있었다고 한다. 거북은 돌탑 위에 자연석을 거북모습처럼 가공한 형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은 ‘거벅거리’라 부른다. 거북이 조성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마을을 마주보는 서촌 써리봉이 화산(火山)이어서 기미년(1919년) 화재 때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지는 일이 생겼다.
이후 이 마을을 지나가던 대사가 화재를 막을 비방으로 거북을 만들라고 하여 경신년에 자연석을 다듬어 세웠다. 거북은 수신(水神)으로서 화재막이로써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방죽을 2개 만들고 나무로 용 형상을 만들어 묻기도 했다.
마을에 연못을 만드는 것은 방화수(防火水)로서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용은 오리나 거북과 같이 물의 속성을 지닌다. 이 모두가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방책에서 나왔다. 아쉽게도 은천 마을 돌 거북은 도난 당했고 이후 거북제도 끊겼다.
마을 앞에 큰 숲이 형성되어 있다.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등으로 조성되어 있다. 마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마을의 복이 흘러가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숲이 없으면 마을이 허(墟)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숲은 마을의 수구(水口)막이로서 마을에서 빠져나가는 재산을 막아준다고 한다. 또한 바람을 막아주어 화재막이 역할도 한 듯 하다.
현재 마을 숲은 마을의 소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1998년 1월 9일 전라북도기념물 제95호로 지정된 3그루의 줄사철나무가 있다. 줄사철나무는 은천 마을 앞 길 건너 도로변에서 느티나무에 줄기를 뻗어 자라고 있다. 수령(樹齡)은 200년 정도이며, 인근의 마령면 동촌리에 있는 마이산 줄사철나무(천연기념물 380호)와 같은 종(種)이다.
줄사철나무는 노박덩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의 덩굴식물로 줄기에서 잔뿌리가 내려 나무나 바위를 기어오르며 자란다. 꽃은 5-6월에 연한 녹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연한 홍색으로 익는다.
숲에서 뜻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 이곳에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라 새겨진 석이 있다고 한다. 찾아가서 보니 비문은 땅에서 뽑힌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전체 길이는 1.5m 정도이고 가로 세로는 20cm정도로 정사각형의 비문이다. 뒷쪽을 살펴보니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 제86호 진안(鎭安)000 자생북한지대(自生北韓地帶)’란 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명문 중 알아볼 수 없는 글자는 6.25 때 파손되어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확인해 본 결과 줄사철나무였다. 즉 조선총독부시절 지정된 천연기념물 제86호 ”진안의 줄사철나무 자생북한지대”였다.
돌아오는 길에 진안제일고 때 담임했던 전선영 집에 잠시 들렀다. 마침 전선영 부모님이 집에 계셨고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마을의 거북이, 장화홍련전에 모델이 전동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데 옥수수며 호박, 부추(솔), 호박잎 등을 싸주셨다. 정이 듬뿍 담긴 소중한 것이었다.
거북아 돌아오너라! 마을 주민들이 너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