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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광주문화포럼 운영위원장
김경주 광주문화포럼 운영위원장 ⓒ 오마이뉴스 강성관
김 위원장은 "문화중심도시라는 것도 단순하게 '광주는 예향도시다', '문화지수가 높다'는 단견으로 애기하면 안된다"면서 "건물 몇 개 지어올린다고 문화수도나 문화중심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가 퐁피두센터와 같은 문화복합센터 건립, 현대미술관 건립 등을 통해 문화수도 내지는 문화중심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적 합의와 참여가 배제돼 있다는 것.

김 위원장은 "광주시의 사업추진은 전혀 문화적이지 못하다"면서 "정부에서 예산 많이 따와서 건물 몇 개 지으면 된다는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시의 문화정책을 비판, 견제하면서 스스로 대안을 모색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민예총 광주지회 사무실에 진행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광주문화포럼을 창립하게 된 계기는?
"시민주체형 문화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광주시가 문화수도 육성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과정과 절차가 대단히 비문화적이라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행정이 주도하는 방식은 이미 지속성을 상실했다. 행정이 주도하면서 친소관계에 있는 몇몇 전문가들의 용역에 따라 추진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당연히 시민사회 내부에서부터 여러 가치에 대한 통합과정이 있어야 하고 행정이 열려있어 이를 수렴해야 함에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

'문화수도'는 대선 당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인데 광주시는 거의 떼를 쓰듯이 문화수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는 대단히 저급하고 위험한 것이다. '수도'라는 개념은 우월성과 배타성을 가진 것으로 그 개념은 폐기처분 되어야 한다. 이미 중앙정부는 '문화중심도시'로 용어를 변경해 사용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광주시는 수도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또 문화중심도시라는 개념도 단순하게 '광주는 예향도시다', '문화지수가 높다'는 단견으로 애기하면 안된다. 건물 몇 개 지어 올린다고 문화수도나 문화중심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광주시가 발표했던 25개 중점사업을 보면 백화점식이다. 한마디로 '건설교통부식' 사고다. 이런 광주시의 문화정책을 지적하고 견제하면서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한 것이다."

- 광주시 문화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문화도시를 만든다면서 광주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가치의 통합과정을 요식 행위로 일관해 왔다.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문화수도 조례안 관련 공청회도 여론을 의식해 면피용으로 후다닥 해 치웠다. 시민참여 없는 '문화'중심도시 추진은 거짓이다. 또 시민사회의 요구를 부정적 요소로 인식하면서 '반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문화도시 건설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발상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등 다양한 목소리를 동력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문화수도'라는 개념을 폐기해야 된다고 했는데,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문화가 없는 도시가 있느냐. 삶의 모든 것이 문화인데, 우월성과 배타성을 가진 개념의 사용은 안된다. 문화는 다양함을 인정하면서 호혜적으로 서로 나누어 갖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굳이 '문화중심도시'라는 개념은 사용 가능 하지만, 이는 시민들의 참여와 자율을 보장하고 시민 스스로 역량을 결집시켜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광주시는 하드웨어(문화 관련 건물 등 기반시설)에 치중하기 보다는 시민사회와 열린 자세로 대화해야 한다. 정부의 문화복합센터는 아시아지역의 문화적 양식이 공유되고 호혜적 문화의 허브역할을 하는 것을 염두해 둔 것이다. 문광부 광주문화중심도시 테스크포스팀에서도 연구를 하고 있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광주문화포럼에는 어떤 사람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나.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름대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 문화생산자, 학계인사, 문화 향유자, 외국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광주시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해 온 사람, 노쇠한 리더십을 가진 토호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참여가 어렵다. 최소한의 암묵적 선은 있다. 현재 2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누구라도 원하면 참여할 수 있다."

- 운영은 어떻게 하나.
"5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원들은 관심있는 위원회에 소속돼 활동할 것이다. 회장은 따로 없고 운영위원회에서 호선한 운영위원이 운영위원장직을 순환보직제로 한다. 민주적 절차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다. 각 위원회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운영상 새로운 전범을 만들어 갈 것이다."

-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월례포럼을 가질 계획이다. 이 포럼은 '백지포럼'이다. 또 문화정책위원회, 문화교육위원회 등 5개 위원회를 두고 각 위원회별로 과제를 연구하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할 계획이다. 끼리끼리 모여서 탁상공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일반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할 것이다. 시민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더불어 더불어 문화 행사 등을 기획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 왜 '백지포럼'인가.
"시민사회·지방정부·중앙정부가 삼각구도를 형성해 문화정책이 조율돼야 효율적이다. 지방정부의 역할은 시민참여를 위해 행정서비스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가치를 수렴하고 이를 중앙정부에 제안하고 함께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의 자율적 참여가 배제된 문화는 거짓이다. 중앙정부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광주는 그렇지 못하다.

'백지포럼'이라고 한 것은 행정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많은 문화정책과 계획을 시민주체적 관점에서 백지상태에서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제기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개방적이며 시민주체형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데 그 가치부터 다시 따져 묻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이런 포럼을 통해 현안을 검점하고 실천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듯 시민들의 관심이 별로 없는 듯 하다. 시민주체형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대안은?
"우리는 스스로 문화도시를 만드는데 참여하기 위해서 포럼을 만들었다. 그런 만큼 시민들의 참여와 이끌어내는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끼리끼리 모여서 탁상공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지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일반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여론 확산 작업도 꾸준히 해 갈 것이다. 백지포럼을 진행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그 주제에 대한 질문도 받을 예정이다.

문화관련 단체에 소속된 회원들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문화교육위원회를 통해 시민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해 갈 것이다. 더불어 문화기획 행사를 진행할 것이다."

광주문화포럼은 어떤 단체인가
관 주도 견제, '시민주체' 문화도시 표방

▲ 지난 15일 창립대회를 가진 광주문화포럼
ⓒ오마이뉴스 강성관
광주시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문화수도와 문화중심도시 건설을 위해 갖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퐁피두센터와 같은 문화복합센터나 현대미술관 등 굵직한 문화시설물 건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문화수도추진단 구성, 문화수도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의 사업추진은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사업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광주문화포럼은 이런 문제제기에서 창립됐다. 그 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진 비판을 한 데 모으면서 '건설교통부식 발상'과 '관 주도의 사업추진'을 견제하고 대안을 모색해 가겠다는 것이다.

광주문화포럼은 "문화수도에 담긴 배타적 지역주의와 중앙정부를 압박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밀어붙이기식, 예산확보 중심의 문화수도 건설을 경계한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문화도시는 예술이나 문화가 대중의 일상적 생산-소비활동과 유리되어 존재하는 예술지상주의나 문화중심주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문화포럼은 "하드웨어 중심으로 급속히 외형을 갖춰온 80년 이후 문화정책의 실패는 관주도로, 시민의 역량을 끌어안지 못한 데서 비록됐다"며 "시민주체의 문화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창립 배경을 밝혔다.

광주문화포럼은 오는 29일 5·18기념문화관에서 첫 월례포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 강성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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