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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사람들이 소를 숭배하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사람은 굶어죽어도 소는 잡아먹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고 소를 잡아 먹는 이슬람 사람들과 유혈충돌까지 한다. 실제 인도에서 보는 소팔자라는 것은 상팔자가 아닐 수 없다. 수도 뉴델리에서부터 우리가 일하는 둥게스와리 농촌까지 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 없고, 사람 사는 곳마다 소도 같이 사는 것에 대해 아무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차가 선로에 서 있는 소를 기다리다가 출발하고, 길을 막고 서 있는 소를 차가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 인도 천민마을의 구멍가게
ⓒ 김동훈
이곳 둥게스와리 오지마을 사람들은 외국에서 온 자원봉사자의 개인 이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마련인데, 그 중에 어떤 생계수단을 가졌느냐는 정말 중요한 관심사다. 제주도에서 우리 집은 목장을 하고 있는데 소 20마리를 기른다는 말에 이곳 사람들은 정말 놀란다. 엄청난 부자가 아니고서야 그 정도의 소를 개인이 갖는다는 것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졸지에 마을에서는 내가 부잣집 아들이 돼 버렸다.

사실 가난한 사람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에 속하는 이 곳 둥게스와리 마을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내가 한국에서 직장 다닐 때 받았던 일주일치 급료가 이들 한 식구의 1년 생계비와 맞먹는다. 그래서 내 전 직장에서 받던 월급 얘기를 들은 이곳 마을 사람들은 내가 한국에서 온 ‘엔지니어’라고 믿게 됐다. 거기서는 고급 기술자가 아니고서는 그런 월급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물어본다. 너희들은 소를 왜 키우냐고. 그들은 소에서 우유를 짜고 소똥을 연료로 이용한다. 그리고 농사나 수송용으로 쓰곤 하는데 늙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부리다가 죽으면 그냥 노상에 방치해둔다. 매장의 풍속이 없고 화장에 익숙한 이곳 사람들로서는 소를 신성하게 생각해 고기로는 먹지 않지만 사람 화장할 돈도 없는데 소까지 화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기르던 소가 죽으면 죽은 그 자리에 그냥 내버릴 뿐이다. 그래서 인도를 여행하다보면 그냥 썩어 가는 소를 동네 어귀에서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바느질 하는 여인. 집에 바늘이 있다는 것은 형편이 낫다는 증거다.
ⓒ 김동훈
한국에서는 소를 먹기 위해 키운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깜짝 놀란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힌두교를 믿는다고 믿는 순진한 이 오지 사람들로서는 소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일 테니 말이다. 짧은 영어라 말이 안 통해 자세히 물을 수가 없으니 마을 사람들끼리 한참동안 토론을 한다. 그러더니만 그 중에서도 제일 배운 티가 나는 사람이 나에게 와서 한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간다.

“그래, 내가 듣기에도 외국사람들 중에는 소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다고 안다. 그렇다면 한국사람들도 소가 그냥 죽었을 때 그 고기를 먹는 게 아니겠느냐”

▲ 소를 씻겨 주고 있는 둥게스와리 주민
ⓒ 김동훈
무슨 뜻인지 알아듣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순진한 사람들에게 사실대로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 살아있는 소를 죽인다고 했다가는 앞으로 여기서 자원봉사 하는 데 막대한 지장을 줄 것 같아서였다. 무조건 문화적인 차이라고 해서 인정하기에는 그 벽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인도의 이웃 국가 네팔에서는 사람들이 소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한 생각을 한다고 한다. 네팔 역시 힌두 왕국으로 국민의 대부분 소를 신성하게 생각하는데 젖을 짜는 소들은 인도 사람들처럼 소중히 여기지만 ‘버팔로’라고 불리는 물소는 그것과는 다르게 구분해 먹는 것을 허용한다고 한다. 같은 소라도 카스트가 다른 것이다. 덕분에 네팔에 여행 갔을 때는 눈치보지 않고 불고기 백반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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