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박신용철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명분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되어 정규노동시장에서 퇴출되어 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노동자 임금대비 52% 수준이며, 법정 퇴직금·연장근로수당·사회보장을 지급받는 비정규노동자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10~20%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원칙에 비쳐 보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사회적 문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파견, 용역, 계약직, 일용직, 시간제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적용을 받아 부당해고, 남녀차별, 최저임금, 산재·고용보험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럽기까지 한 사람들이 있다.

소위 '비공식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은 법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자로서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공식 노동자는 고용계약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법외 노동자를 말하는 것으로 의류봉제업, 청소 등의 생산노무직, 웹디자인 등의 전문직, 위탁판매, 출장요리 등의 판매서비스직에서 다양하게 일하고 있지만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을 할 수 없고 일을 하다 다쳐도 산재보상은커녕 최저임금의 보호조차 받을 수 없다.

특히 여성 비공식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받는 차별뿐만 아니라 여성으로서 출산휴가나 육아지원금 등 모성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이중 삼중의 차별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비공식노동자들은 가내노동자, 무급가족 종사자, 무급종사자(카드모집인 등), 자가 고용노동자(행상, 노점상 등), 가사노동자, 성 산업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일하고 있지만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파출부, 간병인 등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사업체가 아닌 개인에게 고용'돼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고, 산업 노동자들은 '불법'이라는 이유로, 카드가입 모집인 등 무급종사자들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법적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비공식노동자들 중에는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구성작가처럼 대기업에 소속되어 상당한 소득을 보장받는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존재하지만 실적이 없으면 임금은커녕 자신의 돈까지 축내야 한다.

지난 7월 29일 오후 7시 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서울여성노동조합 주최로 다큐멘터리 비공식여성노동자 이야기 "나도 노동자이고 싶다" 시사회가 열렸다.

30분 분량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에는 봉제업, 가내수공업, 요구르트 아줌마, 텔레마케터, 편집디자이너, 영화조감독, 가사노동, 컴퓨터프로그래머, 학습지 교사, 장애여성, 지하철 청소용역 노동자 등으로 일하는 우리 주위의 비공식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담고 있다.

자식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는 우리 어머니들이 바로 비공식여성노동자의 원조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은 그 정당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날아오는 골프공을 머리에 맞으면 뇌진탕으로 죽을 수 있는 골프장 캐디도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을 파는 분명한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출산을 위해 휴직을 했다가 담당 지역이 너무 넓어 육체적으로 힘드니 배려해달라는 요구에 그만두든지 그냥 하라는 회사의 입장에 맞서 힘겨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학습지 노동자. 이들은 일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거나 사고를 당해도 산재보장은커녕 퇴직금 한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한다.

이들 비공식여성노동자들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구조조정의 회오리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혼자라는 이유로 제1의 퇴출대상이 되어 비공식노동자로 전락했거나, 정규직노동자였으나 출산을 이유로 휴직했다가 결국 비공식 영역으로 퇴출당하게 되었다.

비공식노동자들은 법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지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8월 현재 특수고용노동자는 74만9천여 명, 가정내 근로자(재택근무, 가내하청)은 23만9천여 명, 일일근로자 42만3천여 명 등 공식 통계에 잡힌 비공식노동자만 해도 전체 임금 노동자 1362만여 명의 10.4%에 해당하는 141만여 명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여성노동조합은 법적인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180만여 명의 무급가족종사자, 150만여명의 성산업 노동자들 그리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비공식 노동자들을 감안하면 500만여 명이 비공식노동자들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현재 서울여성노동조합은 비공식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법 적용을 통한 보호 △ILO 가내노동협약 비준 및 가내노동자보호 특별법 제정 △빈곤층 여성의 보육문제 해결을 위한 국공립보육시설 설치 △정당한 사유없이 고용관계나 거래관계를 중단하는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 및 원상회복의무 부과 △개수제 보수기준을 없애고 노동시간당 보수 지급 제도화(대기시간, 이동시간, 기획시간, 준비시간, 회의시간, 정리시간 등을 노동시간으로 인정)△ 비공식노동자의 업무안전보건법에 규정하고 있는 93가지 유해물질과 사고위험이 높은 업무 취급 제한 △비공식 노동자의 산재·고용보험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비공식여성노동자들은 말한다.

"업무에 있어서의 성차별과 비공식노동자라는 차별 그리고 여성성이 갖는 고유의 보육업무에 있어서의 차별을 겪고 있다. 우리도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노동자'로서 인정받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