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돌들이 너무 많아 살기에 얼마나 불편했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드는데, 웬걸 돌들은 그 나름대로 쓰이는 데가 다 있다. 바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상징, 돌담이다. 제주도에서는 담을 전부 돌담으로 쌓기 때문에 굳이 ‘돌담’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
밭과 밭 사이를 가르는 경계로 쓰이는 돌담은 ‘밭담’이라고 불리고,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묘에서 각 봉분을 감싸고 있는 나지막한 돌담은 산처럼 생긴 봉분을 감싸고 있다고 하여 ‘산담’이라고 불린다.
집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한다는 돌하르방 역시 현무암 덩어리로 만들어졌다. 나무로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을 깎아 수호신 역할을 하도록 했던 다른 지방과는 달리 가장 흔한 재료인 돌로 수호신을 만들었다는 것 또한 재미있다.
이 돌들이 또 집을 건축하기 위한 재료로도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옛날에는 이 돌을 쌓아 올린 데에다가 흙을 발라 벽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민속촌에나 가야 그런 형태의 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집들이 제주도 시골 마을에는 무척 많다. 새마을 운동 이후 초가집을 없애고 시멘트로 지은 집들이 들어서면서 돌집들 또한 그 형태를 바꾸었다. 돌로 벽을 쌓아 올리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돌과 돌 사이의 틈은 시멘트로 메우는 독특한 개량형의 돌벽집을 세운 것이다.
굴러다니는 돌멩이도 다 자기 쓰임새가 있다는 말을 제주도에 가면 실감할 수가 있다. 제주도 어디서나 마주치는 돌담들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은 엉성하게 대충 쌓아 올린 돌담들이 어떻게 그 거센 제주도 바람에 무너지지 않고 몇 백 년을 유지하고 있는가이다.
신기한 마음에 주변 사람에게 물었더니, 돌담을 일부러 엉성하게 쌓아 올리고 돌과 돌 사이의 빈틈으로 바람이 통하게 하면 아무리 거센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소한 돌담에서도 옛 선인들의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지혜가 엿보인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우리가 추구하는 환경 친화적 사고가 담겨 있는 산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