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식품 코너를 돌아보다가 반가운 열대 과일이 전시되어 있어서 몇 번이나 살펴보았다. 열대 지방에서는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얀(DURIAN)이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열대 과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망고같은 과일은 과일뿐 아니라 쥬스 등 가공 식품으로도 많이 팔리고 있다. 그러나 두리얀은 그 자체의 특유한 냄새로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라 더 신기했다.
두리얀은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값비싸고 귀한 과일이다.
말레이시아의 처녀들은 농담 삼아 두리얀을 마음껏 사주는 총각에게 시집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렇게 귀한 과일이지만 일반 과일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택가에서 떨어진 곳에서만 팔고, 호텔에는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으며, 공공 장소에서는 잘 먹을 수도 없다. 그것은 두리얀만이 갖고 있는 지독한 냄새 때문이다.
지독한 냄새를 가진 이 과일이 어떻게 '과일 중의 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거북할 정도로 심한 냄새를 풍긴다.
육식을 하는 호랑이가 먹는 과일이라고도 알려진 두리얀에서 처음 느끼는 심한 냄새는 너무 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 몇 번은 코를 막고 먹다가 뱉어내곤 하지만 그 맛을 알게 되면 입 안에 감기는 은은한 향기 때문에 자다가도 일어나 사 먹으러 가는 과일이 바로 두리얀이다.
두리얀을 먹는 방법
두리얀은 1년에 세 번 정도 출하되는데, 지금이 제철이다. 이것은 보통 무게를 달아서 파는데, 삐죽삐쭉한 껍질을 벗겨내면 씨를 감싸고 있는 연노랑색을 띤 부드러운 속살이 나온다. 이것 역시 벗겨 먹는다.
맨 손으로 먹기 때문에 먹고 난 후 손에 밴 냄새도 지독하다. 이때는 안에 있는 씨를 비누처럼 문지르면서 손을 씻으면 거짓말처럼 없어진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껍질을 벗겨 냉동실에 얼린 후 아이스크림처럼 얼려 먹는데, 이렇게 하면 냄새가 약해져서 수시로 꺼내 먹을 수가 있고 아이들도 잘 먹는다.
두리얀은 몸을 뜨겁게 하는 성분이 있어서 술을 마시고 두리얀을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현지인들은 두리얀을 먹을 때 몸의 열을 낮추는 성분이 있다는 맹고스틴(MANGOSTEEN)이라는 과일과 같이 먹는 경우가 많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두리얀의 효과
개량되지 않은 토종의 두리안은 냄새가 아주 심했으나 요즘은 품종 개량을 통해 단맛이 많고 냄새는 약한 개량종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는데 가장 인기 있는 품종은 D-24란 이름을 가진 것이다. 이것을 구분하는 방법은 껍질의 중간부분에 동전 크기만한 검은 점이 있다고 한다.
두리얀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남여 모두 몸을 따뜻하게 하기 때문에 옷을 벗고 지내는 열대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체온이 떨어져 배탈이 나는 것을 예방해준다고 한다.
또한 양기를 돋운다는 이야기도 있어 불임의 여성이 두리얀을 자주 먹고 임신을 했다는 말도 있고,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특히 남자에게 좋은 과일이라고 한다.
경험에 의하면 태국의 두리얀이 그 냄새가 심하지 않고, 값도 말레이시아 보다 싼 편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냄새가 심한 것을 오히려 향내가 좋다며 자기네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을 선호했다.
우리에게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듯이 외국에 나가 빨리 현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곳의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러나, 음식은 비위가 상할 수도 있으나 과일은 음식보다는 쉽게 거부감없이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금년 여름 동남 아시아로 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이 있다면 여러 번 과일 품평회에서 최고의 과일로 선정된 바 있는 두리얀을 먹어보세요. 그곳에서는 가장 값비싼 과일이지만 우리 나라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