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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 리셉션
ⓒ 임재광
형식을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국제미술전

백제의 고도 충남 공주에 있는 공산성에서는 지금 색다른 미술행사가 열리고 있다. 2003 금강국제자연미술전이라는 명칭과 함께 내년에 시작될 국제자연미술비엔날레의 프레 비엔날레의 의미도 겸하고 있는 이 전시는 지난 7월 28일에 시작되어 현재 현장에서 작품 제작이 한창이다.

이 전시는 15일간의 작품제작기간과 2개월의 전시기간을 갖는 전시로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심포지움 형식이 가미된 미술행사이며, 13개국에서 온 22명의 외국작가와 30명의 국내작가가 참가하고 있다.

외국작가들은 지난해에 이미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일차로 선발된 작가들이며 국내작가들은 운영위원회에서 자연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온 작가들 중에서 선정하여 초대했다.

▲ 히어먼 드자밀(인도네시아)의 퍼포먼스
ⓒ 임재광
전시 장소인 공산성 즉 산성공원은 백제의 역사가 살아있는 공주의 대표적인 사적지이며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관광 명소의 하나이다. 때문에 평소에도 시민들이 자주 찾는 휴식공간이며 외부로부터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작품의 제작과 설치 그리고 전시가 모두 자연현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산성은 외국작가들이 도착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미 제작에 들어간 작가들로 분주하다. 다른 전시와는 달리 제작과정을 직접 관찰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따라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 후레드릭 마틴(프랑스) 작품 제작과정
ⓒ 임재광
예를들어, 쌍수정 매점부근에서 작업을 하는 '프레드 마틴'이라고하는 프랑스 작가는 관객의 얼굴을 직접 찍어서 잔디밭에 설치하는 관객참여 작품을 하고있다. 누구든 독특한 방법으로 찍어내는 그의 작품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으며 원하면 전시가 끝난 후 자신의 얼굴이 찍힌 마스크를 가져갈 수도 있다.

이 작가들은 현재 구 공주경찰서 건물에 임시로 설치된 숙소에서 머물고 있으며 매일 저녁 8시부터 참가 작가들이 슬라이드, 비디오 또는 영상물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토론을 하는 심포지움이 열린다. 이 행사는 숙소와 붙어있는 공주문화원의 영상자료실에서 열리고있으며 누구나 참관 할 수 있다.

▲ 정동명(한국)
ⓒ 임재광
8일에는 어린이 자연물그리기대회가 공산성에서 열리며 미처 참가신청을 못한 사람도 당일 현장에서 참가 할 수 있다 한다. 어린이들의 작품은 이 행사에 참가한 외국작가들에 의해 수상자가 선정이 될 것이라 하는데 국내에서의 아동미술대회 심사와는 다른 시각에 의해 뽑힐 가능성이 많아 재미있는 결과가 예상된다.

담당자에 의하면, 심사를 의뢰받은 외국작가들이 "아이들의 작품을 어떻게 잘했고 못했고를 심사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이에 담당자는 "심사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골라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렇게 뽑힌 그림은 12일 전체 행사 개막식날 공산성 현장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수상자들에게는 선정한 작가가 직접 서명한 상장이 수여된다.

▲ 프랑스와 다빈(프랑스)
ⓒ 임재광
자연미술이란?

미술은, 특히 현대미술은 도시에서 피는 꽃이다. 미술은 인위적인 요소가 절대적이며 인공적이기 때문에 자연과는 반대의 개념을 내포하고있다. 그러므로 자연과 미술을 동일 개념으로 보는 일은 일찍이 없었다.

자연은 신의 영역이며 미술은 인간의 일이 분명하다. 따라서 인간의 영역인 미술은 신의 영역인 자연을 경외심을 가지고 동경하였고, 모방의 대상 또는 탐구의 대상으로 삼아 왔었다.

그랬던 인간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신의 영역인 창조의 금기를 깨고 새로운 물질과 현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이래 자연조차도 정복의 대상으로 대하기 시작하였고, 파괴적이고 정복적인 행위를 미술의 이름으로 자행하게 되었다.

▲ 이윤숙(한국)
ⓒ 임재광
그러나 산업기술의 시대인 20세기를 지나면서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커졌고 미술가들 또한 자연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났다.

공주에서는 20여년전인 1980년대 초반부터 '야투'라고 하는 특이한 이름의 그룹이 만들어져서 야외의 자연속에서 미술적인 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연구를 통해 계절에따라 변하는 자연의 현상과 산과 들 또는 바닷가, 섬 등의 각기 다른 현장에서 자연의 변화와 현상을 탐구하며 인간의 최소한의 개입을 통한 미술행위를 시도했다.

▲ 로저 티삽 티본 (필리핀)
ⓒ 임재광
이들의 작업은 독일에 유학중이던 한 회원의 소개로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고, 이에 흥미를 갖게 된 유럽과 일본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첫번째 국제자연미술전을 공주의 금강변 곰나루에서 갖게 된 것이다. 이때가 1991년이므로 금년이 국제행사를 시작한 지 13년째 되는 해다.

그동안 횟수로는 6회의 국제전을 치렀고 금년이 일곱번째의 국제행사가 되는 셈이다. 이 행사는 내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후원하는 비엔날레가 된다. 20여년에 걸친 지속적인 활동으로 축적된 경험과 자료와 해외 네트워크는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서 국제적으로 유레가 없는 매우 뜻깊은 비엔날레가 될 전망이다.

자연미술이라는 명칭은 세계적으로도 미술사에 기록이 없는 새로운 명칭이다. 이 용어의 최초 사용자가 누구냐 하는 문제는 좀더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문제이나 한국에서의 자연미술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이들 야투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되었으며 국제적으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어쩌면 최초 사용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미술사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로 우리가 추앙하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쉽게 그 영광을 돌려주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징후나 미미한 행위조차도 백남준의 앞에 세워 최초 사용자의 영예를 돌리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미술은 우리나라에서 일찍기 경험하지 못한 자생적인 미술이며 독창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미술사조이다. 공주 공산성에 오면 새로운 미술의 신선한 충격을 흠뻑 느끼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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