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4일 '기득권을 포기한다'며 안산시 단원구 지구당위원장직을 사퇴한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전 지구당 대의원의 전당대회 참여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청해 동료 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천 의원은 7일 오전 열린 당무회의에서 "당규상 지구당위원장이 탈당하면 공석이 되는데 사고지구당으로 바로 되지는 않는다, 조강특위에서 사고지구당 판정을 내려야 사고지구당이 된다"며 당규를 들어 구제를 요청했다. 기득권 포기를 위해 자진 사퇴한 경우인 만큼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현행 민주당 당규는 지구당위원장직이 사퇴할 경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판정과 관련없이 즉시 사고지구당부로 처리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당규 개정이 없는 한 구제가 힘들다는 것이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10조 사고지구당의 판정기준
제1항 제1호 지구당 위원장이 제명, 탈당, 사퇴, 사망으로 궐위된 지구당
제2항 전항의 요청을 받은 조강특위는 그 의결로써 사고지구당 여부의 판정을 하여야 한다. 다만, 제1호에 해당하는 지구당은 당연히 사고지구당이 된다.
천 의원이 이처럼 자기 지구당 대의원의 구제를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은 전당대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안산시 만안구 지구당 대의원들이 강한 불만을 천 의원 측에 호소해왔기 때문.
천정배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의원님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지구당은 정상적으로 운영돼 왔는데 전당대회 참여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한 대의원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윤수 의원은 "미안하지만 내가 45년 정당 생활을 했다. 지구당위원장이 궐위되면 사고지구당"이라고 즉석에서 반박했다. 또 "사고지구당 대의원의 표를 늘리려는 것이므로 이 문제는 전당대회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며 "미안하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구주류쪽 한 당무위원은 "다른 사람이 그 문제제기를 했으면 몰라도 자신이 직접 자기 지역구 대의원 구제를 요청한 것은 정치적 미숙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주류 쪽의 한 의원도 천 의원을 겨냥한 듯 "진정한 지도자는 큰 타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사람은 사고지구당에나 관심을 갖는다"며 은근슬쩍 천 의원의 태도를 문제삼기도 했다.
한편 천 의원 쪽은 "지구당위원장이 사퇴하면 대의원 자격을 잃게 되는 규정에 대해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였다"며 "특히나 우리 지역구는 사정이 다른 만큼 고려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