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독립기념일은 8월 31일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시기에 일본의 지배를 벗어났으나 한동안 영국의 연방에 편입되어 있다 1955년 정식 독립이 되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독립기념일을 그 말 뜻인 '인디펜던스 데이'라고 하지 않고 국가나 국민적인 뜻이 강한 내셔널 데이(National Day)라고 한다. 뜻이 그래서 그런지 말레이시아에서는 관공서나 호텔은 물론 가정집에서도 독립 기념일 한 달 전부터 국기를 게양하는 사람들이 많고 차량에도 국기를 달고 다닌다.
이런 외부로 보이는 현상 외에 관심을 끄는 것은 정부에서 하는 행사들이다. 우리는 광복절 당일의 기념식 외에는 다른 행사가 없지만 이 나라에서는 독립 기념일을 맞아 정부에서 주관하는 많은 행사들이 있다.
작년까지는 독립기념일 당일 백화점에서 물건을 할인 해주는 등의 제한적인 행사를 했으나 올 해는 8월 한 달을 메가 세일이란 이름을 붙여 전국의 모든 쇼핑센터에서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실시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데,일반 상품뿐 아니라 이 기간에는 자동차나 주택까지 할인하여 팔거나 은행에서는 낮은 이자를 제공하여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런 활동으로 관광객이 35% 정도 증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시하는 행사가 많이 있는데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오토바이 국토순례…이 날이 되면 말레이시아의 젊은이들은 자발적으로 친한 사람끼리 그룹을 지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명승 고적지나 전적지 등을 순례하는 행사를 한다.
말레이시아의 고속도로는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되기 때문에 상당히 먼 곳까지 다녀 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나라의 독립기념일이 되면 도로 여기 저기 자신들의 그룹 명칭과 목적지를 적은 작은 깃발을 붙이고 다니는 오토바이 무리들을 볼 수가 있다.
@IMG3@ ◇ 독립기념일 행진…독립 기념일 새벽에는 각 기업체와 학생들이 참가하는 독립 기념일 행진이 시작된다. 이 행사는 정부 주관이지만 순전히 자율적으로 참가하는 행사다. 각 기업과 학생들은 약 한 달 전부터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가미한 행진 준비를 하고 당일은 수많은 응원단과 관광객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들이 연습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 행사는 준비 과정을 포함해 참여를 중시한다. 그 결과 준비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의논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 사이에 결속력이 생기고, 행사 당일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서로 협동하게 되며, 행사 후 당일의 사진이나 시상 결과를 두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반성과 다음의 계획을 내놓기 때문에 성과가 크다고 한다.
이런 사례를 보면 정부가 국가 경축일을 잘 이용하면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고 그로 인해 자발적인 애국심도 고취하며 이것이 국민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것 같다. 이렇게 국가 경축일이 자신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면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국기게양 하는 가정이 줄어들어 애국심이 희석된다는 걱정을 하기 앞서 이런 간단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가나 언론의 존재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생각해보자. 왜 국기는 꼭 국경일에만 게양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