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방문했다. 다양한 목적을 갖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여행가들, 종교적 열정과 몽골의 열악한 상황을 돕기 위한 다양한 자원봉사자들, 수 많은 사람들이 들어찬 항공기는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항공편도 거의 매일 대한항공과 몽골항공이 인천공항과 울란바토르를 출항한다. 인천공항을 떠나 3시간 반이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한다.
여행에서 유명 관광지보다 사람 사는 모습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울란바토르의 역전 시장. 많은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오가는 사람도 많고 한편에선 여러 대의 당구대에 모여 열심히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 70년대 초반의 재래시장을 연상케 하는 시장은 그래도 활기가 넘쳤다.
시장입구 양편으로 늘어선 곡물가게에서는 보기에도 신기한 수동저울을 가운데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인상을 쓰는 사람은 없다. 시장에서 처음 느낀 것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입에서 풍기는 술냄새이다. 몽골사람들이 좋아하는 보드카를 얼마나 먹었는지 거리에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양쪽에 컨테이너 박스가 나란히 놓여 있다. 온몸에 흰 분을 칠한 듯 밀가루 자루를 맨 사람들이 앞다투어 움직이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가 곧 그들의 삶의 터전인 가게이다. 한편의 컨테이너 박스에는 구멍가게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생필품들이 가격표를 달고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도 한국 상품이 즐비하다. 해표 식용유가 이곳까지 진출했다.
더운 날씨탓인지 웃옷을 벗고 지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여성들도 최소한의 상체만을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 저곳 들러 필요한 물품을 사려고 하지만 왠지 흥정이 잘 되지 않는다.
한국과 몽골의 물가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 일행에게 상점 주인은 과일은 모두가 수입한 것이기 때문에 비싸다는 말을 던진다. 한국에서 흔한 에누리가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깍아준다고 팔을 잡는 일도 없다. 갈테면 가라는 듯. 도매로 판매를 하는 지하 창고는 스산하기까지 하다. 그 입구에서는 한 할머니가 썩어서 버리는 감자를 발라내며 몇 개의 감자를 건지고 있다.
가판이 아닌 건물 안으로 들어선 일행은 동시에 입과 코를 막았다. 양쪽에 들어선 육류 판매대에서 풍기는 익숙지 않은 고기 냄새에 일행들은 호흡곤란을 일으켰다.
몽골의 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무선전화를 들고 다니며 전화 서비스를 하는 이동공중전화다. 울란바토르 어디를 가도 이들은 만날 수 있었는데 시장에서도 어김없이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구매한 물품을 손으로 들기 힘들었을 때 한 리어커꾼을 불러 1000투그릭(한화 약 1천 원)을 주고 배달을 시키니 흥이 나서 배달을 한다. 돈보다도 일이 좋은지 연신 웃으며 리어카에 타라고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몇 걸음 지나지 않아 한 가판에서 개비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을 보며 예전의 우리네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힘든 것이 물인데 몽골도 물 사정이 좋지 않다. 생수를 사려고 생수판매대에 갔다. 생수 판매상의 아들은 부모를 돕다가 필자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쑥스러운 듯 피하다가 다시 나타나 자전거에 앉아 포즈를 취한다. 중학생 정도의 앳된 아이의 미소를 보며 필자는 중학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리는 질서가 없어 보인다. 좁은 도로에 많은 차량은 순서 없이 서로 먼저 가려고 머리를 내민다. 거리의 대부분의 차들은 한국산 차들이다. 엑셀, 소나타, 그레이스 등 온통 현대, 대우, 기아자동차의 마크가 달려 있고 어떤 것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한글이 그대로 붙어 있는 채로 운행되고 있다.
언어만 아니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돌아가 한국에 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