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6일 여성문화기획 불턱과 연세대학교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제5회 월경 페스티벌 '백여백색(百女百色)'이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월경 페스티벌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월경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해봄으로써 월경과 여성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100명의 여성에게는 100가지 색이 있다'는 의미를 담은 이번 페스티벌 '백여백색'의 주제는 여성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그동안 여성의 성은 금지되고 거부되어 무성적인 것으로까지 곡해되었고, 성에 대해 말하는 여성은 천박하고 저질스럽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여성은 '성녀 아니면 창녀'라는 어줍잖은 이분법에 의해 함부로 재단되고 평가되었다.
'백여백색'은 이러한 편견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그들은 묻는다.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여 종내 침묵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성적 주체로 서기 위한 지난한 싸움을 시작할 것인가"라고. 그리고 그들은 선언한다. 여성의 성적 욕망과 실천은 중요하며 "내 요구와 나의 좋고 싫음을 말할 수 있는 당연한 자유이자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백여백색'은 "침묵을 요구한 입술의 봉인을 찢어 성적 주체로 서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에 하나의 디딤돌이 되고자 한다.
'길에서 노는 월경 페스티벌'과 '본판'으로 나뉘는 이번 페스티벌은 신촌 거리와 연세대에서 각각 열릴 계획이다. 피임연구회의 개인 상담과 자유발언대, 성감대 표현하기 등의 행사로 구성되는 '길에서 노는 월경 페스티벌'은 6시 30분부터 8시까지 신촌 거리 곳곳에서 진행된다.
본판은 7시 30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여성주의 노래패 '함성'의 공연으로 막을 연다. 본판에서는 안혜경과 이상은, 3호선 버터플라이의 축하공연, 극단 목토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과 모놀로그 <여자는 무엇을 느끼는가>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외에 단편영화 <탐폰 설명서> 상영과 과학강사 장하나의 월경강의가 준비되어 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었다.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해 누구나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자유발언대, 성에 대한 편견을 날려보내고자 하는 콘돔 터뜨리기 퍼포먼스, 그리고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할 레이브 파티는 관객과 무대를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는 흥겨운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이에 앞선 부대 행사도 풍성하다. 월경 페스티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프리 페스티벌(Pre-Festival)이 각각 명동(24일), 혜화역(30일), 신촌역 가로공원(31일)에서 펼쳐진다. 월경에 관한 퍼포먼스와 랩과 대금이 함께 하는 크로스오버 공연 등 볼거리가 풍성한 프리 페스티벌에서는 자궁의 느낌을 표현하는 헤나 그리기, 네일 아트, 월경주기 팔찌와 다이어리 만들기 등의 특별한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28일에서 30일까지는 월경 영화제가 개최된다.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추 말리기>(장희선/한국/1999/다큐/2000년 베를린 영화제 스페셜멘션 수상), <욕망을 영화화하기>(마리 맨디/프랑스/2001/다큐 혼합/2001년 몬트리올 영화제 상영작) 등의 훌륭한 여성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성매매 피해여성의 삶을 다룬 <나와 부엉이>(두레방·다큐이야기/한국/2003/다큐)는 특별히 무료로 상영된다.
다음은 '백여백색'을 기획한 기획단 정진이씨와의 일문일답.
- 이번 페스티벌의 준비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신다면?
"올해 4월 5일 첫 모임을 가졌다. 월경 페스티벌은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기획을 맡게 되는데 전(前) 기획단이 다음 기획단을 모집한다. 이번에도 역시 4회 기획단이 기획단을 모집했고 그렇게 해서 지금의 기획단 17명이 모이게 됐다. 그때부터 매주 모임을 가졌고 여성의 몸과 월경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페스티벌 준비는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의 컨셉과 기획을 시작한 것은 5월부터다."
-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아무래도 가장 어려웠던 점은 후원해 줄 사람을 찾는 일이었다. 덕분에 스폰을 맡은 친구들이 정말 많이 고생했다. 현재 여성문화기획 불턱이 정식 단체로 등록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행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매년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그래서 올해 5회 기획단이 여성부에 단체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여성부로부터도 후원도 받을 수 있고 좀더 안정적으로 행사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기획하면서 가장 보람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는 기획단 친구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것을 꿈꾸면서도 저마다 개성이 독특한 정말 멋진 친구들이다. 나름대로 페미니즘에 대한 고민을 해왔지만 역시 사람과 사람이 살을 부대끼며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만드는 행사지만 구태의연하게 지난 행사를 답습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페스티벌을 꾸며가고 있다는 것이 보람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먼저 5회 월경 페스티벌의 주제가 백여백색, 백 명의 여성에게는 백 가지 색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의미이다. 그 일환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문제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는데, 이는 지난 월경 페스티벌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가장 상징적인 현상인 월경을 지난 4회까지 드러내고자 했다면, 이번에는 월경이 일어나는 여성의 몸에 초점을 맞추었다. 언제나 타인에 의해 대상화되고 수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여성의 몸을 여성 스스로 사랑하고, 자신의 권리와 능동적인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5회 월경 페스티벌의 핵심이다."
| | 월경 페스티벌의 역사와 여성문화기획 불턱 | | | | ·1회 '유혈낭자'(1999년)
월경이 여성을 비하하는 기제나, 이와 반대로 여성의 모성을 찬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고 일상의 자연스러움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담론을 제시해 사회의 주목을 이끌어냈다. 유혈낭자는 월경, 그 최초의 드러냄을 자축하는 페스티벌이었다.
·2회 '달떠들떠'(2000년)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기에서 나아가 월경의 가능성을 짚어봄으로써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월경 페스티벌이 계속되는 데 큰 힘을 실어준 계기이기도 했다.
·3회 '얘기치 못한 즐거움'(2001년)
월경은 전 세계 모든 여성이 공유하는 고유한 경험인 동시에 개개인의 몸의 역사임을 인식한다. 3회 페스티벌에서는 월경이라는 주제를 통해 여성만의 문화와 주체성을 찾고 자신의 경험을 존중하고 인정하고자 했다.
·4회 '경(慶)칠 년들'(2002년)
"넌 어떤 월경하니?"라는 주제로 열린 4회 페스티벌은 장애인,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사람들의 월경 이야기로 채워졌다.
월경 페스티벌을 기획해온 불턱은 1999년 '내공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대 여성운동가들이 선배 여성운동가들의 활동을 이어나갈 방법을 모색하면서 만들어진 여성문화기획모임이다. 불턱은 제주도 방언으로 해녀들이 작업 후 옷을 갈아입으며 수다를 떠는 공간을 가리킨다. 여성문화기획 불턱 역시 여성의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