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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저녁 7시 5분경 불붙은 채 청와대를 향해 돌진한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26일 저녁 7시 5분경 불붙은 채 청와대를 향해 돌진한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차량운전자  전 아무개씨가 청와대 인근 삼청도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차량운전자 전 아무개씨가 청와대 인근 삼청도 파출소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6일 저녁 6시58분경 정신병력이 있는 전 아무개씨(경기도 포천, 38)가 아반테 승용차에 불을 붙인채 청와대 앞길로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씨는 승용차에 신나를 뿌린 상태에서 달리다 불을 붙인 뒤 차량에서 뛰어내렸고, 차량은 춘추관 앞길로 돌진하다 화단을 들이받고 멈췄다. 경찰은 곧 운전자 전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삼청동 파출소로 연행했으며 아반테 승용차는 반소됐다.

정신병력이 있는 운전사 전씨는 경기도 포천에 살고 있으며 올해 서른 여덟살이다. 전씨는 현재 정치적인 이유때문이 아닌 개인적인 사연으로 그런 행위를 했다고 경찰에 진술하고 있다.

전씨는 "4년전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나왔는데 내 동생과 괴한이 서로 짜고 심부름센터를 동원해 나에 대한 휴대폰 도청과 미행을 하면서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면서 "그런 억울한 사정을 여론에 호소하고 싶어 이런 일을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전씨는 "나의 억울한 사정을 청와대 신문고에도 제보하려 했는데 제대로 안됐고, 방송사에도 제보를 했는데 보도되지 않았다"면서 "이 나라가 너무 잘못돼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씨가 "최근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과에서 치료받은 회수가 6차례쯤 된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신이상자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자세한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 일단 경찰은 전씨에게 차량방화죄를 적용했다.

집에서 어머니가 경영하는 식당일을 도와주고 있는 전씨는 이날 오후 4시경 신나1통을 경기도 포천 철물점에서 구입, 차에 싣고 와서 청와대 앞에서 차량에 뿌린 후 불을 붙었다. 불이 붙자 전씨는 차에서 뛰어 내렸으며 목 뒤에 가벼운 화상만 입었다.

반소된 채로 춘추관 앞에 놓여있던 사고차량은 7시35분경 견인차량에 의해 견인됐다.
@ADTOP@
종로경찰서로 옮겨 조사받는 중

<오마이뉴스>의 첫 보도를 통해 오후 7시10분 '방화차량 청와대 돌진' 소식이 알려지자 각 언론사 출입기자들은 삼청동 파출소로 몰려들었다. 삼청동 파출소는 7시40분경 취재기자들이 몰려든 상태에서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 전씨의 신병을 종로경찰서로 이첩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전씨는 전직 레미콘 기사이며 지난 3월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및 벌금 처분을 받은 상태. 어머니는 "아들이'벌금 200만원을 낼 돈이 없으니 매일 1, 2만원씩 경찰서 떼우겠다'고 집을 나섰다"고 전했다.

경찰측은 전씨가 직업이 없고 면허 취소로 운전도 할수 없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고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전씨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과 일반 건조물 방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종로경찰서로 이첩된 전씨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히려 마음 편하다"며 "어차피 (이번 일을 안 저질렀어도)죽을 생각이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짧게 대답했다.

한편 전씨는 "(청와대 앞 차량돌진은) 예전부터 생각해왔으나, 애초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었다"며 "내일까지 음주운전 벌금을 내지 못하면 구치소에 들어가는데, 나를 죽이려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오늘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조사를 받는 중에도 "동생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말을 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오후 8시 40분 현재 전씨는 종로경찰서 형사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해설]
사상 초유의 '화염차량 청와대 돌진'
청와대 "어떻게 이런 일이..." 앞길 경비 강화될듯


26일 청와대 앞길에서 30대 남자가 차량에 불을 붙여 화단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사상 초유 '화염차량 청와대 돌진' 사건의 범인은 정신이상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피의자 전 아무개씨는 국무총리공관 앞에서 춘추관(청와대 프레스센터)앞 77문으로 이어진 도로를 통해 올라오다가 차에 속도를 냈다. 갑작스레 속도를 내는 차량을 수상하게 여긴 경호원들이 몸으로 차량을 막아서자 전씨는 차에 불을 붙인 뒤 뛰어내렸고, 차량은 곧바로 청와대 앞 화단에 곤두박질했다.

이번 사건은 '정신병자의 해프닝'으로 규정되고 있지만, 청와대 경호실은 이번 사건이 주변 경비의 취약성을 보여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호실은 이번 사건이 유사 사건의 재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 앞길은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개방과 폐쇄의 쌍곡선을 그려왔다. 비교적 일반인의 통행이 자유로웠던 청와대 앞길은 68년 1.21 사태가 발생하자 폐쇄됐다.

일반인과 차량통행이 금지됐던 청와대 앞길은 93년 2월25일 김영삼 대통령(YS)이 취임하면서 25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YS의 문민정부는 또한 청와대 인근 궁정동, 삼청동, 청운동의 안가를 하나둘 철거하고, 10∼25m로 제한된 주택가의 고도제한도 5m씩 상향조정해 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YS이후 역대 정권들도 문민정부의 전례를 따라 청와대 앞길을 개방했다가 이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고 혀를 찼다.

청와대의 한 경호실 직원은 "그동안 도로를 죽 개방해왔는데 사고가 난 후 상급자로부터 '왜 외부차량을 통제하지 않았느냐?'는 질책을 받았다"며 "앞으로 청와대 앞길 통제가 강화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출입기자들도 "한번 뚫렸으니 대통령과 정부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유사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

<오마이뉴스> 기자가 삼청동 파출소로 인계된 피의자 전씨를 취재하고 춘추관으로 돌아오는 길목에도 일정간격마다 경호원들이 기자의 신원을 확인해왔다. 거동 수상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인들의 출입에 개방적이었던 '노무현 청와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청와대 경호실은 참여정부의 탈권위적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도록 '철통경호'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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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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