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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씨는 (이곳에서는 '노렌죠'라고 부릅니다.) 올해 마흔 네 살입니다. 정상인이라면 인생의 황금기인 장년의 나이죠. 그렇지만 상수씨를 보고 나이가 마흔 네 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키가 130센티미터에 불과하니까요. 키가 작으면 나이를 무시해도 되냐구요? 그런 건 아닙니다. 상수씨는 키도 작을 뿐더러 작은 키 만큼이나 지능지수도 작지요. 보통 사람들이 얘기하는 정신지체장애인이거든요.
그런데 몸무게는 무려 67킬로그램이나 되서 상수씨를 처음 보는 사람은 비만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요. 나이가 도대체 몇 살일까 하고요.
이 집에는 상수씨와 비슷한 미영씨도 있습니다. 상수씨보다 한 살 아래인 마흔 셋인데, 키가 상수씨와 비슷하며 정신연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상수씨와 미영씨가 같이 서 있으면 세상에 둘도 없는 콤비처럼 보이지요.
이 두 사람은 또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일반인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지식정보화, 세계화 시대에 상수씨와 미영씨가(아마 둘의 아이큐를 합치면 50정도 될 겁니다) 쉽게 적응한다는 것이 언감생심 무리라고 하더라도 둘 다 실명의 위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애시당초 세상은 불공평한 곳이라고 역사책이 누누이 적어가고 있습니다만 상수씨와 미영씨에게는 그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머리 굴려 세상에 적응하려는 생각은 본시부터 없는 상수씨와 미영씨지만 세상을 보는 눈마저 빼앗겨버리면 어찌 살아가려는지…. 이 집을 가끔씩 들르는 제가 봐도 세상 참으로 불공평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수씨와 미영씨가 이 집에 와서 시력을 상실하기 전에 눈에 이상이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집 주인인 우총평 원장님과 10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강성아(뜨리아)씨가 우연한 기회에 상수씨와 미영씨의 시력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를 했습니다.
상수씨와 미영씨는 정신지체장애인이라 자신의 시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고 또 사물을 쳐다보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서 일반인들은 이들의 시력 이상을 잘 눈치채지 못하지요. 두 사람의 시력을 검사한 의사 선생님이 상수씨와 미영씨가 곧바로 각막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실명할 거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이 집에는 상수씨와 미영씨 말고도 자폐장애인 세영이, 다운증후군 경수 그리고 정신질환인 조씨 아저씨가 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집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우총평 원장님은 본인이 두 다리가 없는 1급 지체장애우입니다. 이렇듯 이 집 식구들이 먹고 살기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상수씨와 미영씨의 각막이식 수술비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습니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수씨와 미영씨는 양쪽 눈을 전부 이식 수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세상 갈수록 불공평합니다. 어쨌든 불공평한 것은 세상사고 급한 것은 두 사람의 시력 상실을 막는 것입니다.
우 원장님과 강성아 봉사자는 의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상수씨를 병원에 데려가서 한쪽 눈 각막 이식 수술을 했습니다. 그 덕에 상수씨는 실명 위기를 넘겼습니다만 나머지 한쪽 눈과 미영씨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여기부터 우총평 원장님과 강성아 자원봉사자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한쪽 눈 각막이식을 하느라 이 집안의 재정이 바닥나 버린 것입니다. 눈 한쪽 이식 수술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320여 만원 그러니 앞으로 1000여 만 원이 더 들어가야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우총평 원장님과 거의 20여 년의 인연을 맺어 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많은 분들이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만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우총평 원장님은 그런 분들 중에도 자기 희생이 더 깊은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본인이 1급 지체장애우이고 20년을 한결같이 정신박약아, 지체장애인과 함께 생활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이곳에 오니 원장님과 자원봉사자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미영씨와 상수씨 수술비 때문이겠지요.
그다지 도움을 줄 수 없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기조차 하는군요.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인간에 대한 사랑이겠지요. 어려운 환경 때문에 이곳에 온 미영씨와 상수씨…, 두 사람이 시력마저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두 사람의 안구에 이상이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메마른 우리 사회의 정(情) 때문은 아닐런지요.
상수씨와 미영씨가 푸른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