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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다 호수의 겨울
도와다 호수의 겨울 ⓒ 박도
13: 00, 도와다 호수로 갔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드넓은 호수 한가운데는 유람선이 떠 있었고, 호수 가장자리에는 백조 무리가 나그네를 반겨 맞았다. 호숫가를 조금 걷자 <을녀의 상(乙女の像)>이란 나부(裸婦) 조각상이 추위도, 부끄러움도 잊은 채 서 있었다.

을녀의 상
을녀의 상 ⓒ 박도
이 작품은 이 고장 출신의 조각가 다카무라 고타로(高村光太郞)씨의 작품으로, 그의 부인 치에코가 모델이었다고 한다. 모델은 두 사람이 아니고, 한 여인이 거울을 보는 모습이라고 했다. 예술가의 가족이나 언저리 사람들은 작품 속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 조각은 도와다 호수의 상징물로써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기념 촬영을 가장 많이 하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부슬비를 맞으면서 풍만한, 예술미가 넘치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지긋이 감상했다.

신이 창조한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요, 그 중에도 벌거벗은 여인이라는 한 예술가의 말이 떠올랐다. 풍만하고도 요염한 여체를 마음껏 감상한 뒤 호숫가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일본 정식으로, 생선 반찬이 많았다.

눈의 피해를 막고자 널빤지로 감싼 정원수
눈의 피해를 막고자 널빤지로 감싼 정원수 ⓒ 박도
14: 30, 도와다 호숫가에 있는 도와다소(十和田莊) 여관에 짐을 풀었다. 눈이 많이 내린 고장답게 정원수를 널빤지로 감싸서 보호하는가 하면, 줄로 묶어서 설화(雪禍)를 방지했다.

도와다소(十和田莊) 여관은 겉보기에는 양식이었지만 내부는 일본식으로 다다미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관보다 호텔이 고급스럽고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꼭 그렇지 않았다.

일본 여관은 자기네 전통 분위기를 지닌 호텔이라는 말이 정확할 듯 싶다. 오히려 고급 여관이 웬만한 호텔보다 객실도 더 넓고, 시설과 서비스도 더 좋으며, 숙박료도 더 비싼 집이 많다고 한다.

‘도와다호 겨울이야기(十和田湖 冬物語)’ 축제는 밤에 열리기에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몸을 닦은 후, 카메라를 둘러메고 마을 산책을 나섰다.

여관 내부에 꾸민 정원
여관 내부에 꾸민 정원 ⓒ 박도
이 마을도 온통 눈으로 뒤덮인 조용한 호숫가 마을로 사람들도 순박해 보였다. 이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도와다 호수가 생계의 한 방편으로 보였다. 기념품 가게, 음식점 술집 등 유흥시설이 많았다.

본격적인 관광시즌에는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관광 비수기인 겨울도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서 ‘도와다호 겨울이야기’ 축제를 만든 것으로 보였다.

오래 전부터 섬나라 사람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북부지방은 어떻게 해야 먹고 살아가는지를 그들은 몸에 배게 잘 터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천혜의 자연을 판매함과 아울러 친절과 명품 생산과 신용으로 관광객을 사로잡나 보다. 천연적인 악조건을 사람의 힘으로 좋게 만들어서 살아가는 슬기로운, 어찌 보면 매우 영악스러운 일본인들이었다.

도와다 호수의 백조
도와다 호수의 백조 ⓒ 박도
도와다 호수의 유람선
도와다 호수의 유람선 ⓒ 박도
눈사태로 정원수를 보호하기 위해 가지를 묶어두었다
눈사태로 정원수를 보호하기 위해 가지를 묶어두었다 ⓒ 박도
도와다 호숫가에 있는 '을녀의 상'
도와다 호숫가에 있는 '을녀의 상'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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