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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당시 원 양의 어머니가 딸의 하복부를 수건으로 가리고 원양의 핸드폰으로 찍어 놓은 사진
입원 당시 원 양의 어머니가 딸의 하복부를 수건으로 가리고 원양의 핸드폰으로 찍어 놓은 사진 ⓒ 김용한
지난 7월 7일 경기도 평택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발생한 담임교사의 폭력으로, 한 여학생이 3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이 8월 28일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실은 이날 오후 5시쯤 피해자 원아무개양의 아버지 원윤호(47)씨가 가해자인 ㅅ아무개 담임교사를 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딸을 데리고 민주노동당평택을지구당에 찾아와 하소연함으로써 밝혀지게 되었다.

원씨와 원양에 따르면, 고3 학생인 원양이 취업을 나갔다가 담임교사와 상의하지 않고 사표를 쓴 뒤, 1주일 동안 직장도 학교도 안 나왔다는 것을 이유로 담임교사한테 무려 40대 이상의 몽둥이질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원양은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에 입원 치료까지 받았으며 지금은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허리와 골반이 아파서 똑바로 앉아 있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평택을지구당에 찾아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원 양. 앞에 앉은 이는 필자.
민주노동당평택을지구당에 찾아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원 양. 앞에 앉은 이는 필자. ⓒ 김용한
원양 치료를 맡고 있는 평택 중앙병원 정서진 과장은, "아직 정밀 검사는 하지 않았으며, 정밀 검사를 한다고 해서 모든 원인을 다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환자가 계속 불편을 호소할 경우, 정밀 검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양은 "지금은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병원에 안 가는 날도 학교에는 안 간다"고 했다. "내가 잘못한 것만큼 맞는 것은 참을 수 있는데, 남녀 공학인 학교에서 남학생들이 다 보는 앞에서 엎드려 뻗친 자세로 치마를 펄럭이며 그렇게 무자비하게 맞은 것이 너무나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담임선생님이 사과는커녕, 치료비조차 안 주며, 오히려 우리 엄마 아빠를 무슨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람들로 매도하는 판에, 그런 사람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만나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다"고도 했다.

원양과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같은 반의 한 남학생에 따르면, "담임 선생님은 그렇게 나쁜 분이 아니다. 전에 반장도 굉장히 많이 맞았지만, 입원하거나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원양과 가족이 그렇게 하려는 데 대해서 반 친구들 여론이 안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원양이 많이 맞긴 했지만, 애가 전혀 아픈 척도 안 하는 바람에, 입원할 정도로 심했는지 몰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졸업 직전부터 합기도를 시작해, 고1 때 3단을 딴 원양은 현재 평택에 있는 검무관(관장 김필용 31)에서 부사범으로 있기도 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나 막막하다"는 원양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동안 여기저기 사이트에 제 소개서를 올려놨거든요. 그래서 요즘 주로 경호회사에서 연락이 와요. 그 중에는 연예인 경호도 있구요. 이미 물 건너 갔지만, 지난 7월에는 한 대학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입선하면 그 대학 경호과나 경찰과에 특차로 입학할 수 있는 특전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이젠 다 끝났어요.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아프고…. 발도 안 올라가요. 언제나 완치될 수 있을지, 아니, 실제로 완치는 될 수 있는 건지, 의사선생님도 정확히 예측을 못해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저의 이런 사정을 자세하게 적어서 여기저기 사이트마다 올려볼 계획이에요.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요."

안타까워하기는 검무관의 김필용 관장도 마찬가지였다. "원양은, 다른 관 소속 선수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선수예요. 허리와 골반에 문제가 생겨 앞차기도 못하게 생겼으니, 선수 생명이 끝난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워요. 이미 끝난 시합은 그렇다치고, 9월 11월 시합까지 모두 포기하게 됐어요. 내년이라도 완치가 돼야 할 텐데…"하며 말끝을 흐렸다.

누구보다도 안쓰러워하는 것은 원양의 어머니 박일남(42)씨다. "애가 맞고 오던 날 엄마한테 말도 못한 채,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얼굴이 하얘가지고 앉아만 있다가 발을 질질 끌고 제 방으로 들어가더라구요. 이튿날 아침에 들여다보니, 애가 잠도 못 자고 엎드려 있어요. 하룻밤 자고 나니까 허벅지가 얼마나 부었던지 바지도 못 입더라구요. 애가 얼마나 아팠겠어요? 병원 가서 코피를 쏟을 때는 애를 잃는 줄만 알았어요." 그때 일이 떠오르는 듯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담임 ㅅ아무개 교사에게,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임을 밝히고 "원양 가족들의 고소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선 그렇게 심하게 때린 건 누가 뭐래도 내 잘못이다. 정말 잘못했다. 고소를 당하는 것은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학생들 취업 나갈 때, 회사 생활 잘 하라, 사직할 때는 꼭 담임과 상의해라, 사직하면 바로 학교에 나와라…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 원양은 상의도 없이 사직서 내고 무단결석도 8일이나 했다. 그것도 먼저 밝히지 않았다. 계속 추궁하니까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래서 흥분했다. 게다가 원양을 3년간 담임하면서 이미 겪은 원양의 몇몇 부정적인 행적 때문에 그 아이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도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부모님을 몇 번 만나 뵙기도 하고, 전화도 드렸다. 처음엔 서로 격앙돼서 언쟁도 있었지만, 퇴원할 때 아버님과 입원비와 앞으로 2,3주간 물리치료비를 모두 부담하고 원양이 등교하면 학생들 앞에서 공개사과할 것을 합의했다. 지금까지도 이 합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문제에 대해 ㅅ교사는 "아무리 사과해도 진실되지 않다고 하신다. 못 믿겠다는 것이다. 요즘엔 전화도 안 받으신다. 문자메시지에 답장도 없으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기사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ㅅ교사는 "동료 교사 한 분이 중재를 하고 있는데, 기사를 며칠 보류하면 안 되겠냐"고 되물었다. 그래서 "혹시 원양 부모쪽에서 합의금조로 얼마를 요구한 게 있냐"고 묻자, "액수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퇴원하기 전부터 정신적 피해 보상 얘기를 꺼낸 것은 맞다"고 했다.

"합의했던 3주가 지나서 완치된 줄 알았다. 그래서 병원 관계자에게 다음부터는 부모님께서 내시라고 하라고 했는데, 며칠 뒤에 원양이 물리치료 받으러 갔다가, 그 사실을 알고 원양 부모님께서 흥분하신 것이다. 나는 2,3주 물리치료를 합의한 원칙대로 하자고 했고, 원양 부모님은 경찰서에서 보자고 하고 헤어졌다. 원양도 제자인데, 꼭 졸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요즘 사고 결석이 길어지고 있다. 담임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나 봐주는 것이지, 무단 결석을 병결로 처리해줄 수는 없다. 사고결석이 70일 넘으면, 담임이 아무리 힘을 써도 졸업이 안 된다. 원 양이 빨리 나와서 무사히 졸업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의 스승을 고소할 수밖에 없는 아빠라고 욕만 하지 마시고, 저희 가족의 하소연도 좀 들어주세요." 라고 호소하는 원양 아버지 원윤호씨.
"딸의 스승을 고소할 수밖에 없는 아빠라고 욕만 하지 마시고, 저희 가족의 하소연도 좀 들어주세요." 라고 호소하는 원양 아버지 원윤호씨. ⓒ 김용한
원양의 아버지 윤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애 엄마가 말리지만 않았으면, 이튿날 바로 고소할 생각이었어요. 애 엄마가 막무가내로 말리더라구요. 그런데 담임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치료비도 다 안 주고, 사과도 제대로 않고, 오히려 아내와 나를 무슨 돈이나 뜯어내려는 사람처럼 매도하는 바람에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법에 호소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군사부일체라는데, 아버지가 돼서 딸의 스승을 고소하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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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함께가는둥근세상 댕구리협동조합 상머슴 조합원 아름다운사람들식품협동조합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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