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무회의 난투극 사태가 이미 짜여진 '작전'에 의해 치밀하게 움직인 흔적이 여러군데서 목격돼 눈길을 끌었다.
당무회의 속개가 임박한 오후 3시30분. 박상천·정균환·이윤수 등 구주류 의원들은 침묵 속의 긴장을 깨고 정대철 대표 뒤편에 잠시 모여 긴급회의를 가졌다. 이해찬 의원이 정 대표에 귓속말을 전한 직후였다.
2∼3분 가량 머리를 맞대고 다시 자리에 앉은 이윤수 의원은 '무슨 얘기를 나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신주류 쪽에서 '정 대표가 표결을 해 구주류에게 막히면 포기선언을 하고 나가겠다'고 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나눴다. 정 총무는 당무회의를 연기해야 한다고 하는데 박상천 최고는 맨날 당무회의만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하더라. 정 총무는 저쪽이 표결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앞서 몇몇 부위원장들은 회의 장 밖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작전회의'를 갖는 장면이 목격됐다. "000은 이렇게 하고 000은 누구를 맡아", "알겠다". 작전을 지시를 했던 그 당원은 곧 유용태 의원에게 가더니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이후 오후 3시37분. 정대철 대표는 속개를 선언하면서 표결 처리를 작심한 듯 "여러분들이 대타협의 가능성이 있을 때는 여유있게 회의를 갖겠지만 이런 경우에는 민주적 절차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3시40분 정 대표는 이내 의사봉을 내리쳤고, 주변에 대기 중이던 구주류 쪽 부위원장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의사봉을 뺐고, 박상천 최고위원의 한 특보가 정 대표의 목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임에도 구주류 의원들은 상당히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 최고위원의 한 특보가 정 대표의 목을 낚아챌 무렵, 옆에 있던 정균환 총무는 "정 대표는 손대지 마!"라고 소리치며 박 최고위원 특보의 과잉대응을 제지했다.
정 대표와 약간 떨어져있던 이윤수 의원은 의사봉 등을 바닥으로 밀어냈고, 옆에서 대기하던 한 부위원장은 의사봉을 둘로 쪼개 버리는 주도면밀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리고는 구주류 쪽 김옥두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 대표에 손을 내밀며 자신을 따라올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정 대표는 잠시 머뭇거린 뒤 김옥두 의원의 '에스코트'를 받고 대표 집무실로 들어갔다. 물론 기자들의 출입도 봉쇄됐다.
같은 시각. 정 대표가 의사봉을 내리치는 소리가 나자마자 회의장 안팎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위원장들이 3개조로 갈려 신기남 의원쪽, 이해찬 의원쪽, 김원기 고문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욕설을 내뿜으며 달려간 이들은 곧 이들 신주류 의원들을 에워싸고 있는 인간 스크럼에 의해 제지당했다. 불과 5분도 채 안 된 시간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당원들은 양쪽의 치밀한 작전계획에 '경탄'을 보내는 듯 "큰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을 보면 역시…"라며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