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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경품제공의 불법성을 항의하다 불구속 입건된 고경담(32)씨.
신문사 경품제공의 불법성을 항의하다 불구속 입건된 고경담(32)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자전거 경품이 부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의 불법판촉 규제에 직접 나서면서 고가경품이 사라졌다는 인식과 달리 자전거 경품은 여전히 제공되고 있다. 더욱이 신문고시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장담했던 '자전거 좌판' 근절은 단지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26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서는 자전거 경품을 둘러싸고 동아일보 지국 관계자가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 두 명이 동시에 불구속 입건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신문사 불법판촉을 둘러싼 폭력사태는 여러 번 있었지만, 일반 시민이 입건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당시 신문사 경품제공의 불법성을 항의하다 불구속 입건된 시민 고경담(32)씨. 불법 현장을 목격하고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요즘 자신의 개인적 이해와 무관한 사건에 고씨는 왜 연루됐을까. 신문사 판촉 현장에서 만난 시민 다수는 오히려 '공짜' 경품을 은근히 반겼기 때문이다. 그를 5일 자전거 좌판과 폭력사태가 동시에 벌어진 현장에서 만났다.

고경담씨.
고경담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어떻게 자전거 경품 현장을 보게 됐나.
"26일 오후7시께였다. 우리 사무실 바로 앞에 자전거 좌판이 벌어졌다(고씨는 신규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부동산 사무실에 소속돼 있다). 아마 오후6시부터 시작한 듯했다. 동아일보가 이틀 전부터 자전거 경품 행사를 진행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직접 보면 얘기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가보니 고급 자전거 6대를 쭉 세워놓고 입주민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 어떤 얘기를 해주려고 했나.
"자전거 경품이 불법이란 것과 가격제한이 있다는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사회의 공기라는 언론사가 불법 행위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그 자체도 문제지만, 요즘 신문을 보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언론이 가져야 할 사회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가 부족하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사실 여부를 따진 뒤 비판하는 것과 애초 정면으로 부정적으로 보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차이가 크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큰 신문사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이런 걸 하지 말고, 신문이나 제대로 만들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 시비가 왜 붙었나.
"불법 현장이므로 혹시 증거가 필요할지 몰라 사진 찍을 생각으로 사무실에 있던 카메라도 준비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몰라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떻게 해야 하나'를 묻는 의견만 올려놓고 그냥 밖으로 나갔다. 근처로 가니 그쪽 사람들이 '신문 볼 생각이 있느냐'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이런 신문을 누가 아직도 보느냐'고 답했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구독에 대해 물어보러 왔길래 '요즘 이 따위로 신문 만들면서 자전거나 주고 그러니 보지 말라'고 권유했다. 지국 사람은 나를 무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몇 마디 더 하다가 돌아서면서 '동아일보 같이 썩어빠진 신문을 보려는 사람이 아직 있네'라고 혼잣말로 내뱉었다. 그 순간 지국 사람이 등 뒤에서 후다닥 달려들어 나를 공격했다."

- 경찰은 어떻게 알고 왔나.
"일단 피했다. 그런데 같이 있던 사람까지 합세했고, 계속 쫓아왔다. 주변 사람들이 말렸는데도 공격을 가해왔다. 두 사람이 판촉을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지국측은 세 명으로 늘어났다. 신변위협을 느껴 아는 분에게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부탁했다. 말리는 과정에서 주변 분이 도와줬는데 같이 입건됐다.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실랑이가 30분 정도 지속됐다."

- 그런데 왜 같이 불구속 입건됐나.
"지국측 사람들이 서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자기들한테 '린치를 가했다'고 하는데 나를 재차 공격하려고 하니까 주변 분들이 달려들어 말린 것 뿐이다. 나는 피하려고 했기 때문에 때릴 사이도 없었고, 사실 그렇게 많이 맞지도 않았다(다음날 고씨는 병원에서 전치2주 진단을 받았다). 그렇지만 분명히 내가 피해자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자꾸 '쌍방 폭행'으로 몰고가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공정위 진상 조사‥신문시장 실태조사 진행 중

신문고시를 관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촉진과는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 담당자는 "사건 발생 다음 날 해당 지역에 조사를 나갔으나 지국이 확인되지 않아 당일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조사를 재개해 신문고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조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업자가 신문고시를 위반했을 경우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시정명령이 불이행되면 검찰 고소나 과징금 부과 등을 절차로 넘어간다.

한편, 공정위원회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8월부터 실시한 신문시장 실태조사는 이달 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원회측은 "실태조사 계획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애초 일정보다 10여일 미뤄져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실태 파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번 신문시장 실태조사가 원안대로 추진되면 오는 10월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공정위는 전망하고 있다. / 신미희 기자
- 동아일보를 왜 썩은 신문이라고 비판했나.
"조선, 중앙, 동아는 아주 못된 신문이다. 평소 논조를 보면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기사 일변도다. 사회 현안을 '합'이 아니라 대치 국면으로 몰고 간다. 또 '아니면말고식'이다. 또 자신들한테 유리하게 쓴다. 지난해 언론사 세무조사 기사를 보면 누구를 위한 신문인지 모르겠다. 언론이기를 포기하지 않고 이럴 수 있는가. 그러니 썩은 신문일 수밖에 없다. 사실 자전거 뿌린다는 것은 그만큼 신문이 안 좋다는 얘기 아닌가."

- 가장 나쁜 보도라고 생각했던 기사가 있다면.
"하도 많아서 뽑기도 어렵다. 지난해 대선 때 보면 대통령도 자신들이 밀면 만들어진다'는 관점으로 보도했다. 그건 언론이라는 힘을 가진 자의 횡포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계 대치상황을 보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펜대를 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쓰면 누가 믿겠는가. 요즘 사람들은 신문을 읽긴 하지만 믿지는 않는다. 스스로 법도 안 지키는 언론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그래서 중요한 사건이나 이슈에 대해 판단이 안될 경우 인터넷매체와 비교해 기사를 본다."

- 최근 조중동 등 기존 언론이 정부가 창간한 인터넷 국정신문이 경품 이벤트로 독자를 끈다고 비판한 걸 봤나.
"그런 일도 있었나. 그건 모르겠다. 자신들이 불법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위법행위는 전혀 보도하지 않으면서 왜 그랬을까 궁금하다."

- 같은 상황이 된다면 그때도 나설 생각인가.
"물론이다. 이것은 단순한 경품행사가 아니라 고질적인 언론병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래도 경품이 좋긴 좋더라. 고급 자전거 등을 공짜로 준다는데 유혹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나라의 질서를 생각하면 잠깐의 아쉬움을 접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신고하는 독자들에게 자전거를 주면 어떨까.
"그거 참 좋은 아이디어다. 그럼 불법 경품이 싹 사라질 것이다."

-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불법 현장을 목격했을 때 시민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처음에 신고절차와 요령을 몰라 당황했다. 어디에 신고하는지도 몰랐다. 경찰 조사 받고 나서 다음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인터넷으로 신고했는데 대개 시민들이 대응방법을 잘 모를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국민홍보를 통해 행동요령을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

- 다른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째 불법 경품은 받지 말자, 둘째 일단 신고를 잘 하자, 셋째 정부가 법에 따라 강력하게 단속해달라. 강력한 단속이 가장 좋겠지만, 그럼 신문사들이 '언론죽이기'라고 반발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독자들이 나서야 한다. '행동하는 독자'가 경품 받지 않고, 신고를 잘 해서 불법을 바로 잡자. 자전거 때문에 양심 파는 행위는 하지 말자. 신문을 필요해서 볼 수는 있어도 경품 때문에 보지는 말았으면 한다."

'자전거일보’ 폭력사태‥근절되지 않고 되풀이

이번 '자전거' 경품 폭력사태는 지난 8월 26일 서울시 양천구 목1동 H아파트 입구에서 벌어졌다.

동아일보 신목동지국이 같은 달 24일부터 자전거 경품을 동원, 판촉행사를 하던 중 이에 항의하던 시민 고경담씨와 판촉 요원 이모씨 사이에 벌어진 실랑이가 폭력사건으로 비화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같은 날 서로 폭력을 휘두른 동아일보 지국 관계자와 고씨 등 4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신문사 지국의 불법, 과당 경쟁을 둘러싼 폭력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3월 서울 방배동에서는 구독조건으로 자전거를 받았다가 신문을 끊겠다는 독자에게 지국 관계자가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당시 동아일보 방배지국원 오모씨는 구독자인 김씨가 자전거를 경품으로 받고 유료 구독하기로 했다가 중간에 신문을 끊겠다고 하자 시비 끝에 폭력을 행사했다. 오씨 역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방배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오씨는 김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시가 18만원짜리 자전거를 경품으로 받는 대신 18개월을 유료 구독하기로 했으며 중간에 신문을 끊을 때는 10만원을 물어주는 조건으로 계약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18일에도 서울시 광진구 아파트 일대에서 '조중동'간 자전거 경품대란이 벌어져 동아일보 판촉요원과 조선일보 지국장 사이에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95년 4월 중앙일보의 조간전환과 함께 시작된 대대적인 경품공세로 촉발된 대형 신문사간 과당 판촉전쟁은 결국 '살인'까지 불러오기도 했다. 96년 7월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조선일보 남원당지국 총무가 관할권 시비를 걸어온 중앙일보 남원당지국 사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러 숨지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 신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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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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