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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릉에서 가장 풍자가 뛰어난 북쪽을 지키는 사자입니다. 딴짓하다가 무덤의 주인인 원성왕에게 들키자 왼발로 땅을 파면서 "히~~"하는 모습으로 이빨을 보이며 웃고 있습니다. 한 번 봐달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신라사람들 정말 대단합니다...
괘릉에서 가장 풍자가 뛰어난 북쪽을 지키는 사자입니다. 딴짓하다가 무덤의 주인인 원성왕에게 들키자 왼발로 땅을 파면서 "히~~"하는 모습으로 이빨을 보이며 웃고 있습니다. 한 번 봐달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신라사람들 정말 대단합니다... ⓒ 이양훈
우리가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며 예산을 들여 보존하려고 애쓰는 것은 그것을 통해 역사를 배우고 교훈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보호만 하자는 것은 아니겠지요. 서울과 경주의 사적지 보호정책이 서로의 장점들을 취해 조금씩 보완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서울의 경우 왕릉 주위에서 석물들과 봉분까지도 볼 수 있도록 탐방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 볼 수 있게 한다면 훼손되는 일도 그만큼 적어지겠지요. 훼손이 두려우니 "무조건 막고 보자!"는 식의 정책은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지금과 같이 보호목책을 둘러 세우고 멀리서 왕릉이 있는 언덕의 잔디나 볼 수 있게 되어있는 왕릉이라면 차라리 공개를 하지 않는 편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저 혼자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경주의 경우에는 사적의 보호에 대해 조금 더 힘을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괘릉의 경우 문인석이나 무인석, 각 방위를 지키는 사자상 등이 모두 훌륭한 문화재인데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손이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보호목책'만이라도 세워둔다면 문화재 감상은 충분히 하면서도 보호의 의미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박물관에서 무조건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자 합니다. 어느 곳의 박물관을 가도 '촬영금지!'라는 무시무시한 고압적 문구가 세워지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안내원에게 물어봐도 왜 촬영을 금지하고 있는지 설명도 제대로 해 주지 못합니다.

그저 '금지!'되어 있다는 얘기뿐. 사진촬영시 나오는 플래시 불빛에 의해 값진 문화재가 훼손되기 때문이라면 플래시를 발광하지 않는 조건으로 촬영을 허용해도 될 것입니다. 또 사진촬영을 원한다면 약간의 요금을 더 받는 것이나 또는 안내원의 동행을 조건으로 촬영을 허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렇게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력 문제 등 박물관측의 사정으로 무조건 "촬영금지!" 하는 것은 선뜻 이해와 동의가 어렵습니다. 사진으로나마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다면 이 역시 박물관에서 바라는 바 아니겠습니까? "돈을 내고 들어온 사람만 보고 가라!", "국민들의 문화수준이 향상되는 것은 우리의 알 바가 아니다!" 라는 것이 박물관의 생각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셋째, 문화재 설명하시는 분들에 대한 얘기입니다.
저희 가족은 주로 평일날 답사를 했기 때문에 그분들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두 번을 만났습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그분들이 대단히 훌륭한 자질과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과 우리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 누구보다 더 투철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들이 있는지 조차 몰랐고 또 그 분들이 모두 자원봉사하고 있다는 얘기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유적이라 할 지라도 그것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유적을 감상하는 의미가 줄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훌륭한 문화재에 애정이 깃든 정확한 설명이 함께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요. 그런 뜻에서 문화재 설명하시는 분들의 존재가 더욱 빛이 납니다. 정부에서 그 분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주셨으면 합니다.

유적지의 입구에 '문화재 설명사'가 존재한다는 것과 그 분들의 설명을 들으려면 약간의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안내문 정도만 게시해 두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입장료에 약간의 설명료(예를 들자면 100원 정도)를 추가한다면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설명을 듣기 싫은 분들을 위한 입장권도 따로 준비해야 겠지요. 그래서 우리 문화재를 아끼고 보존하려는 분들도 정당한 대우를 받고 탐방객들 또한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넷 째, 기념품에 관한 얘기입니다.
애초에 경주지역을 둘러 보면서 기념품을 몇 개 정도는 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하나도 산 것이 없습니다. 사고 싶은 기념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념품 가게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나마 조금 마음에 든다 싶으면 턱없이 비쌌습니다. 기념품이라면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그 지역을 둘러 본 기념이 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경주지역의 기념품은 모두 석가탑 아니면 다보탑, 아니면 성덕대왕신종 뿐이더군요. 그것도 대단히 조잡한 솜씨였습니다. 가격도 역시 만만치 않아 쉽게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경주에 기념할 만한 것이 어디 다보탑 석가탑 뿐이겠습니까? 무궁무진한 기념품의 소재가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은 아마도 암놈을 표현한 것 같은데 약간 작습니다. 열쇠고리로 꾸며져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것은 아마도 암놈을 표현한 것 같은데 약간 작습니다. 열쇠고리로 꾸며져 있습니다. ⓒ 이양훈
올 초에 저는 공주의 무령왕릉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연히 무령왕릉 입구에서 파는 기념품 한 개를 사고는 대단히 흡족했습니다. 무령왕릉을 지키는 보호동물('진묘수'라고 하더군요)을 암수 한 개씩 기념품으로 만들어서 파는 데 한 개에 2000원씩 했습니다.

기념품에 대해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으나 그 기념품을 보고는 결국 네 개를 사고 말았습니다. 두 개는 선물로 주고 두 개는 지금도 저희 집에서 공주의 무령왕릉를 생각나게 하는 훌륭한 기념품이 되고 있습니다. 위의 예처럼 가격도 적당하고 그 지역을 돌아 본 기념이 될 만한 기념품의 제작을 위해 고민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석수를 본떠 만든 기념품입니다. 얘를 보면 항상 '무령왕릉'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기념품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석수를 본떠 만든 기념품입니다. 얘를 보면 항상 '무령왕릉'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기념품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양훈
한 예로 괘릉의 문·무인석과 사자상은 훌륭한 소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들은 모두 릉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 액운을 막아준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어 기념품으로 더 없이 좋은 소재가 되겠지요.

문인석도 좋고 무인석도 좋지만 각 방위를 맡고 있는 사자상은 더더욱 좋습니다. 네 개를 세트로 만들어 놓고 저렴한 가격(한 개에 2000원씩 세트로 8000원)에 판매를 한다면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모두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문·무인석과 함께 8개를 세트로 묶어서 팔 수도 있겠지요. 경주지역을 다시 생각나게 할 수 있는 기념품의 제작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글 중에 '답사'니 '탐방'이니 하는 단어가 있어 전문적인 역사전공자이거나 그와 관계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직장인임을 밝힙니다.

부디 좋은 마음으로 경주를 여행했던 한 탐방객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어 이후 경주를 찾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흐뭇하게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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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분야는 역사분야, 여행관련, 시사분야 등입니다. 참고로 저의 홈페이지를 소개합니다. http://www.refdo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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