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용퇴론'과 '5·6공 청산론' 등 이른바 '세대교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번엔 3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정치를 시작한 60세 이상 의원의 용퇴를 의미하는 '역(逆)386 청산론'이 제기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팎 소장파와 젊은 전문가들의 모임인 '전진포럼'의 공동대표이자 내년 총선에서 대구 달서갑 출마를 준비 중인 박영규씨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www.parkdal.or.kr)에 올린 '한나라당 세대교체, 왜 필요한가'라는 글을 통해 "지금도 20, 30대와 40대 유권자의 비율이 68%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고인 물과 같이 정체되어 있다"며 역(逆)386세대를 중심으로 한 대폭적인 물갈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규택 한나라당 전 원내총무 보좌관 출신인 박씨는 "과거의 최고위원급인 상임운영위원 13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7명이 소위 말하는 역386세대"라고 말한 뒤 한나라당 노쇠화의 원인을 "진보하는 정보화시대의 문화 코드에 대한 학습능력과 스킬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노인당, 수구정당, 낡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고 새로운 희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1차적으로 거쳐야하는 것이 바로 세대교체"라며 "소장파들의 세대교체 주장은 단순한 정당혁신 운동을 넘어 한국정치의 변혁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영규씨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한나라당 세대교체, 왜 필요한가]
한나라당이 세대교체 논쟁으로 시끄럽다. 소장파에서 제기한 '60대용퇴론'에 대해 중진들과 일부 재선그룹이 '나이가 정계은퇴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정면 반박하면서 논쟁이 촉발되었다. 소장파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5·6공청산론'을 들고 나왔다. 세대교체 논쟁의 2라운드에 해당하는 '5·6공청산론'에 기름을 부은 사람은 김용갑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소장파들의 인적청산론에 대해 '색깔론'과 '배후론'으로 역공을 가하고 나섰다. 문제를 제기하는 젊은 사람들의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것과 그러한 주장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신인으로서 참으로 개탄스럽다. 처음부터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교체 논쟁을 촉발시킨 소장파들의 문제제기가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색깔론과 음모론으로 젊은 의원들의 패기를 주저앉히려고 하는 일부 중진들의 구태의연한 대응방식에는 더욱 더 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세대교체는 시대의 대세이고, 한나라당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왜 그런가? 그 이유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아주 가까이서 찾으면 된다.
정치는 일종의 제로섬게임이다. 정당정치에서는 집권당인 여당이 있으면 반대당인 야당이 있다. 반대한다고 하면 굉장이 부정적인 의미로 들리지만 정치의 본질적인 의미에서 보면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영어로 여당을 ruling party라고 하고 야당을 opposition party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통치하는 정당이 여당이고 이에 맞서 반대하는 정당이 야당인 것이다. 물론 반대한다는 의미는 여러가지다. 집권당이 기업의 법인세율을 인하할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한다든지, 정부가 국방예산을 증액할려고 할 때 이에 반대한다든지 하는 따위의 행위들이 정치적 반대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에 대한 지지도, 여당과 야당에 대한 지지도는 늘 제로섬게임의 형태로 나타난다. 여당이 얻으면 야당이 잃고 여당이 잃으면 야당이 얻는 것이 게임의 법칙이다. 이것을 반사이익 운운하면서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원론적으로 볼때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이러한 일반적인 게임의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노무현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갖은 실정과 내분으로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고 있지만 정당지지도에서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크게 앞서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오히려 민주당보다 더 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잘못은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지지의사를 철회해서 야당에 주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왜인가? 한나라당에 특별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지지고 볶는 분란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 진통이 끝나면 뭔가 새로운 것이 보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신당을 만들어서 새롭게 뭘 해보겠다고 하니 창조적 파괴가 끝날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stay with hope' 현상은 특히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당이 아직 태동하지도 않았는데 정당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파에 대한 선호도에서는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민주당의 신주류가 1등이다.
국민들에게 희망이 있는 대안정당, 수권야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고는 한나라당이 살아남기 어렵다.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바라고 있다. 한나라당이 살기 위해서는 확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유권자들의 생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유권자들의 성향은 개방적, 진보적으로 바뀐다. 이것은 오늘의 20대가 30대로, 오늘의 30대가 40대로 바뀌는 세대의 진보에 따라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특정 이념에 대한 편향성으로서의 진보가 아니라 정보화의 물결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문화적 코드의 진보를 수용하지 못하는 정당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지금도 2,30대와 40대 유권자의 비율이 68%를 차지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고인 물과 같이 정체되어 있다. 과거의 최고위원급인 상임운영위원 13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7명이 소위 말하는 逆386세대(3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정치를 시작한 60세이상)이다.
逆386세대가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당을 노쇠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진보하는 정보화시대의 문화코드에 대한 학습능력과 스킬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이 노쇠해지는 것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축약되는 정보화시대의 문화코드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逆386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한나라당이 노인당, 수구정당, 낡은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고 새로운 희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1차적으로 거쳐야하는 것이 바로 세대교체이고, 소장파들의 문제제기도 그러한 차원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한나라당의 변화는 곧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이다. 따라서 소장파들의 세대교체 주장은 단순한 정당혁신 운동을 넘어 한국정치의 변혁운동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과 같은 제도적 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을 바꾸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