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의원이 14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과 관련해 15일 청와대는 내심 불쾌해 하면서도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최근 사표를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주인공인 유인태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살다보면 (대통령에게) 질책을 받을 수도 있다. 비서실장 이하 수석·보좌관들이 야단맞는 게 일상적인 것 아니냐"며 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김 의원이 말한 '사표 제출'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유인태 수석의 '사표 제출설'은 이미 지난 8월 중순에 <대한매일>에서 증권가 정보지에 떠돌던 '루머'를 화제 삼아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전례를 의식한 듯 유 수석은 김 의원을 지칭하며 "국회의원이 시중에 나도는 '카더라' 통신을 갖고 얘기를 풀면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유 수석의 사표 제출설이 처음 나돌던 지난 6월께, 유 수석과 함께 정무수석실에 근무했던 청와대 관계자들도 "김 의원의 발언이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유 수석의 사표 제출설' 발언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유 수석이 사표를 냈다니 얘기가 조금 과장된 것 같다. 유 수석이 노 대통령에게 '그런 편지를 보내지 말라'고 한 적은 있지만, 그 때문에 사표를 낸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김 의원 얘기는 당·청 관계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데 대한 서운함과 소외감이 배어있는 말 같다"며 "김 의원은 지난번에도 정무수석실에 대해 이상한 소리를 하고 다닌 적 있다"고 역(逆)비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386 출신들이 노 대통령에게 반(反)DJ 정서를 부추긴다'는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386 측근 가운데 한 명인 윤태영 대변인은 다소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즉각적인 반박을 자제하는 무대응 전략으로 대처했다.
한편, 김경재 의원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서 왕따'라는 제목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와 관련해서 "나는 노 대통령이 아니라 유인태 정무수석이 청와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본인의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3시40분께 민주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기사 내용에 대해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설명한 뒤 '노 대통령 왕따' 발언에 대해서만 이같이 해명했다. 또한 그는 "나는 여전히 노 대통령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왕따를 당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ADTOP@
<1신: 15일 새벽 2시20분>
"청와대 386 측근, 노 대통령에게 '반DJ' 정서 부추겨"
민주당 통합모임 소속인 김경재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하며, 그동안 누적된 불만을 한풀이 하듯 쏟아내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김 의원은 14일 저녁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에게) 문희상 비서실장도 전혀 힘을 못쓴다. 확신이 있으면 자신의 얘기를 하는 유인태 정무수석조차 이전에 대통령의 온정주의를 비판하며 사표를 던진 뒤에는 (노 대통령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며 "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의 '왕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그동안 노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대화를 하면) 말이 안 먹히고, 말을 하면 적대적 관계가 된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미치고 환장하겠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보통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지 3개월이 지나면 정보 독점이 가져오는 아집과 독선이 생기게 된다"며 "노 대통령이 아집에 빠져 자기 고유의 지지층을 이반시키며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모르겠다는 국민의 원성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또한 그는 "노 대통령 근처에 한나라당 '사쿠라'가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라는 등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김 의원은 "아직도 나는 대통령의 맑은 영혼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근처 386을 보니 전부 반(反)DJ라는 성장 배경을 갖고 있더라. 그런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오리엔테이션하니 'DJ를 조져야 한다'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심각하게 내각책임제 개헌 얘기가 튀어 나오는데, 숫자로 따지면 지금도 가능하다. 만약 내각책임제 개헌안이 통과되면 즉시 결정적 레임덕에 빠지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 민심'과 관련해 김 의원은 "신당파는 아무리 해도 기호 2번을 못단다. 전남에서는 신당 말도 못 꺼낸다. 지역 주민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지니고 있다"며 "(노 대통령과) 소주나 마시면서 얘기를 하려고 해도 만나 주지도 않는다. 솔직히 노 대통령이 신당과 관계가 없다는 것은 신당파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국민경선 이후 줄곧 노무현 후보 선대위의 홍보위원장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나, 대선 이후부터 점차 노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김 의원은 최근 민주당내 신당 논의와 관련해 통합모임(대표 조순형·추미애 의원)에 결합해 '민주당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다음은 김경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완전히 (민주당) 잔류로 생각을 굳혔나. 일각에서는 (신당) 합류 가능성도 제기하던데.
"잔류쪽으로 굳혔다. 신당에 가담한 적이 없다. 신주류 모임에 꾸준히 참석했는데 2∼3개월 전 맨하탄호텔 모임에서 참여하지 않겠다고 (내 생각을) 전달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리더십이 불분명하고, 리더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과거 행적과 지금 입장이 불분명하다. 그리고 신당의 비전이 불분명하다.
(신당파가) 무조건 호남을 극복하고 탈피하자고 내세운다. 그런 이분법적 사고는 옳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구주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그것 때문에 탈당하는 것은 분열과 재앙을 초래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탈당을 하지 않고 (민주)당내에서 개혁해야 한다. 그래도 (신당파가) 나간다면 나는 민주당을 수호해야 한다. 사수가 아니다."
- (추석 때 내려가보니) 순천 민심은 어떤가.
"순천은 말할 필요도 없다. 추석 때 광주에 가서 11개 신문·방송사 편집국장을 초청해 식사를 같이 했다. 거기 있는 사람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신당 창당이 명분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더라. 광주에서는 육두문자까지 나온다.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해서도 안되고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쳐서 통합신당을 만들어야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의 최대 개혁은 통합이다.
나도 어지간하면 대통령을 따라 간다.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말이 안 먹히고, 말을 하면 적대적 관계가 된다.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원로들은 '대통령을 매니지먼트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나보고 출마를 포기하고 청와대에 들어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 문희상 비서실장과 얘기하면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 않은가.
"문희상 실장은 전혀 힘을 못쓴다. 유인태 수석도 '엽기 수석'이라고 하지만 확신이 있으면 자신의 얘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최근에 사표를 던졌다더라. 언제냐 하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 대통령이) 이기명 전 후원회장에게 보낸 메일을 유 수석이 비판했을 때다. (유 수석이 노 대통령에게) 온정주의에 빠졌다고 하면서….
그런데 (유 수석의 비판에 대해) 노 대통령이 정색을 하면서 '당신은 경기고-서울대 나온 사람이니까 사고방식이 다르다'면서 '나는 고등학교밖에 못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몰아붙였단다. 그 때 사표를 던진 이후에 유 수석은 (노 대통령에게)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지금 청와대의 '왕따'다.
그런 말 아는가. 보통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간지 3개월이 되면 확신에 차게 된다. 정보를 보면 그동안 까불고 나왔던 사람들의 문제점이 나오지 않나. 그러면 우습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 다음부터는 문제 없이 콘트롤하게 된다. 정보 독점이 가져오는 아집·독선이 생긴다. 자기 고유의 지지층을 이반시키며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원성을 키운다.
부안 (방폐장) 사태에 경찰 2000명을 보내지 않았나. 그것을 왜 그렇게 다루나. 경찰로 때려잡는다고 (부안 사태가) 해결되나. 어떤 사람이 (노 대통령에게) 충고를 하는지.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김근태 의원이 반대하지 않았나. 어떻게 자기 입장을 수습하는지 보라.
오늘 강원룡 목사와 3시간 동안 얘기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막말로 노 대통령 근처에 한나라당 사쿠라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사실 지난해 대선 직후에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에게 조금 더 정중하게 퇴로를 열어 놓고 (대화를) 했으면 (그들 스스로) 물러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완전히 (상황이) 역전된 것 아닌가."
- 요즘 신당파와 구당파가 각 의원들을 서로 끌어당기려고 설득하고 있다. 누군가 중재해서 합일점을 찾아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신당파 가운데서도 2∼3명이 흔들린다고 하더라. (신당으로 마음이 기운) 중도파 가운데는 그 쪽(신당)에 노 대통령(의 의중)이 있으니 힘이 있다고 생각하고 비리 혐의가 있는 사람들이 신당파로 간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불가피하게 (신당으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기호 2번 싸움을 하면 국민에게 공히 심판을 받는다. 신당파는 아무리 해도 2번을 못단다. 두고 봐라. 추석 연휴 근처에 이벤트를 만들어서 해보겠다고 했지만…. 전남에서는 신당 말도 못 꺼낸다. 지역 주민들이 노 대통령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지니고 있다. 노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과) 소주나 마시면서 얘기를 하려고 해도 만나 주지도 않는다. 솔직히 노 대통령이 신당과 관계가 없다는 것은 신당파도 믿지 않는다. 아직도 나는 그의 맑은 영혼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근처 386을 보니 전부 반(反)DJ라는 성장 배경을 갖고 있더라. 한나라당 보좌관 출신이고. 그런 사람들이 (노 대통령을) 오리엔테이션하니 'DJ를 조져야 한다'고 하는 것 아니겠나.
심각하게 내각책임제 개헌 얘기가 튀어 나오는데, 숫자로 따지면 지금도 가능하다. 만약 내각책임제 개헌안이 통과되면, 그 다음부터 적용하긴 하겠지만 즉시 결정적 레임덕에 빠지게 된다.
오늘 확대간부회의에서 조순형 의원에게 '노 대통령에게 면담을 다시 신청하십시오. 전 대표 등도 끼어서 신청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받아주면 청와대 앞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리자고 했다. 그랬더니 조순형 의원이 이렇게 말하더라. '나는 이제 절대 못하겠다. 노 대통령이 만나자고 사정을 해도 못 만난다.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고,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 다른 대안은 없나.
"미치고 환장하겠다. 어떤 사람은 멀쩡한 당을 흔들어서 특보가 된 것처럼 설치고 다니고. 사태가 심각하다. 6자회담도 봐라. 일본 얘기를 안 하려고 했지만 일본이 왜 끼어드나. 당사자들인 4자로 하면 된다.
정파 이해를 갖고, 재선·3선이 되기 위해 이러는 것이 아니다. 신당은 명분이 안 선다. 추석 때에도 이상수 총장이 연락해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만나지 않았다. 정말 고마운데 이상수 총장도 딱하다. 노 대통령에 대해 빼지도 박지도 못하는 처지다. 장관을 시켜주겠다고 한 것을 받고 (신당파에) 들어간 사람도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해체돼서는 안 된다. 유지할 것이다.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를 뒤로 돌리고 조순형·추미애 의원을 세우면 된다."
- (민주당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박상천 최고위원이 대표로 나서는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의원들도 많을텐데.
"잘 정리하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법적으로 대표를 승계한 뒤에 특대위를 만들어 전권을 주겠다고 하는데 그건 박상천 최고위원의 생각이다. 그럴 바에야 최고위원들 전원이 사퇴하고 2∼3개월 안에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소집해 (새 지도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추미애·조순형 체제로 가면 민주당이 이 정도 세를 유지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면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가 물러나는 명분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신당파에 합류한 호남 지역구 의원들 일부를 거론하며) 그 사람들은 지역에서 배신자 소리를 듣는다. 민주당에는 박상천 최고위원과 정균환 총무만 있는 게 아니다. (민주당을) 그렇게 미워하지만 한나라당은 아니지 않나. 김영춘·이부영 의원보다 낫다. (대선 때를 지칭한 듯) 전략적 미스로 인해 원수로 몰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