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예인들의 누드가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권민중, 김완선, 이혜영씨 등의 누드가 차례로 ‘대박’을 터뜨렸다. 연예계에서는 여성 연예인들의 누드가 ‘돈’이 되면서 누드를 상품화시킬 연예인을 찾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여성 연예인들의 누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누드 이상 열기를 유통을 통해 들여다보면 그 허와 실이 보인다.
‘누드열풍’은 인터넷과 휴대폰이 없다면 일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연예인 누드는 그들이 주장하는 예술성을 담을 수 없는 돈벌이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누드 유통의 변천사가 이를 증명한다.
연예인으로서 누드를 공개하며 돈벌이에 나선 최초의 인물은 가수 출신 유연실씨였다. 유씨 이후 소비아씨 등 일부 에로배우들이 옷을 벗었지만 본전도 못 챙기고 잊혀졌다. 유연실씨가 누드집을 내놓은 1990년대 후반은 일본의 아이돌 스타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집 ‘산타페’가 한바탕 화제를 일으킨 뒤였다.
초기 인쇄물 위주서 인터넷·모바일 등 유통채널 다양화
유연실씨의 누드는 사진집 형식으로 나왔다. 당시는 천리안, 하이텔 등 전화선 모뎀을 이용한 PC통신이 전용선이나 랜으로 대체되던 시기였다. 아직 인터넷은 활성화되지 않았고, 휴대폰 보급도 초기 단계였다. ‘퀄컴 800’ 시리즈의 흉기 같은 휴대폰이 선보이던 때였다.
유연실 누드는 인쇄물로 소개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유씨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가수 활동을 접고 에로영화를 찍을 만큼 ‘한물간’ 연예인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선정적인 신문 보도의 덕을 입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한 만큼 돈을 벌 수는 없었다. 1만여 부가 판매된 유씨의 누드집은 간신히 본전을 챙긴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에로영화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당시 누드집 관계자 최모씨는 “사진집이 싸구려 냄새가 너무 났다”며 “제작비와 모델료를 제외하고 나면 기획사 측에서 번 돈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한다.
인쇄물은 제작비가 많이 들고, 유통마진도 높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출판 관계자들의 얘기다.
출판기획자 박한수씨는 “일반 단행본의 경우 30%의 유통마진과 인세, 종이값 등을 제외해도 초판 3000부 가량만 팔리면 흑자로 돌아서지만 사진집은 제작비가 단행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나온 것이 1999년 서갑숙씨의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였다.
이 책을 발행한 중앙M&B는 제작비 부담도 줄이고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서갑숙씨의 섹스 체험담을 함께 담아 일반 단행본과 화보집을 절충한 형식으로 내놓았다.
결과는 ‘대박’이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40줄에 가까운 서갑숙씨의 누드보다는 ‘멀티오르가슴’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섹스 체험담의 힘이었다. 따라서 화보집 형태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경우는 전무하다는 것이 출판 관계자들의 얘기다.
‘몸의 해방’ 의도 벗어난 외설사진… 여성 성 상품화 심각
이런 이유로 인해 다시 시작된 2000년대의 연예인 누드는 인터넷을 선택했다. 김지현, 정양, 성현아씨가 인터넷 누드사이트를 통해 알몸을 공개했다. 2001년, 정양씨의 경우 유료접속자가 400만명, 2002년 성현아씨의 경우 800만명을 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업자 측의 공개가 없었으므로 정확한 유료이용자 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소 수십억원의 이윤을 남긴 ‘짭짤한 장사’였다는 것이 연예계의 정설이었다.
이 같은 빅 히트는 이후 권민중, 김완선, 이혜영씨의 ‘누드열풍’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누드유통’에는 모바일 유료서비스가 새로운 모델로 등장했다. 모바일 유통의 등장은 인터넷의 해킹 위험성 때문이기도 하고 유통 다양화를 통해 시장 확대를 노린 상술의 결과다.
실제로 최근 연예인 누드의 수익성은 인터넷보다 모바일 쪽이 더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는 가정에 있는 PC가 공용이어서 노출의 위험이 있는 반면 휴대폰은 프라이버시를 지키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이런 점 때문에 최근 연예인 누드를 예술로 포장하지 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고사진작가 정우진(스튜디오 선 대표)씨는 “어디까지가 사진예술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누드사진이 인쇄물을 통한 접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상효과가 떨어지는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서비스된다는 것 자체가 예술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여성연예인들의 누드는 성상품화에 지나지 않는다. ‘몸의 해방’이라는 측면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최근 연예인들의 누드는 맥주 회사의 캘린더와 다를 바 없는 성상품이라는 것이 문화평론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