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오전 '새만금 살리는 전북 발전의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 마당이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 주최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대화 마당은 새만금 갯벌의 생명과 공존하는 전북 발전안에 대한 주제로 3시간 가량 발제 발표와 3시간 반 동안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기존에 나왔던 대안의 구체적인 이해와 더불어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간이었다.
주제 발제는 올해 초 '새만금 신구상안'을 내놓아 주목받았던 전북대 오창환 교수와 생태경제연구회 우석훈 박사, 전남대 전승수 교수가 맡았다.
갯벌 보호와 전북의 진정한 발전 위해 새만금 신구상 필요
오 교수 "전북이 제시한 산업 복합 단지는 비현실적"
15% 부분간척, 해상-생태공원 및 공동어장, 신항만 구성안 제시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오창환 교수(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는 "현재와 같은 새만금 사업은 전라북도 발전에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정부와 전북도가 제시한 개발 방향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새만금 갯벌과 하구언을 파괴하는 사업으로 흐르고 있다"고 지적하며, 매립 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새만금 갯벌의 85%를 보존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안'을 제안했다.
오 교수의 신구상안은 만경강과 동진강을 막지 않고 2호 방조제 양끝 부분이나 4호 방조제 일부 구간 등을 최소 3개 교량으로 연결해 새만금 첨단 산업 물류 단지와 신항만 건설, 새만금 해양-생태 공원 및 관광 특구는 물론 어민들의 삶을 보장하는 공동 어장을 구성하자는 것이 그 골자이다.
오 교수는 구체적인 예산액을 거론하며 "전라북도가 제시한 새만금 전 지역의 복합 단지화는 28조여원의 엄청난 예산과 토사량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축소된 복합 단지를 10년 내로 건설하여 남는 예산으로 신항만을 구성, 서해안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고 제기했다.
한편 오 교수는 "처음엔 새만금 간척 사업을 환경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했지만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한 수많은 이야기 속에 전북도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지역 주민들을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찬·반의 이분법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므로 갯벌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법과 더불어 전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신구상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합리적인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새만금 사업이 전북 경제의 동인? "직접적 기여 없다"
전북 경제의 구조적 문제, 새만금 사업과 직접적 연결 안 돼
"방조제 활용해 민간 부문 투자 가능한 재생 가능 에너지(풍력) 기지 조성"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우석훈 박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연평균 경제 성장률과 설비 투자 증감률 등을 광역시별로 비교해보면서 전북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분석했다.
우 박사는 "향후 10년간 새만금 간척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어도 전북 경제에 획기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지역 경제 견인 요소를 찾지 못한다면 전북 경제의 구조적 악순환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새만금 매립 면적을 당초 계획의 7%(600만평,2천ha) 정도로 줄이고 산업 단지 등을 조기에 완공하는 한편, 새만금 인근 지역에 풍력, 조력 발전 시설 등 재생 가능 에너지 기지와 관광 벨트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우석훈 박사는 "'재생 가능 에너지 기지 조성'은 전북 지역이 전력을 자체적으로 10% 정도밖에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 새만금 지역에서 초속 5.5m 이상의 풍력 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는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므로 상당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박사에 따르면 이미 대관령과 제주 지역 등에 국내 자연 환경에 적합한 풍력 발전기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고 국내 기업 중 터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적극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재생 가능 에너지 기지 조성의 민간 부문 투자 강화가 주목할 만 하다.
특히 새만금 인근 지역의 풍력과 조력 발전 설비로 얻을 수 있는 예상 용량 900MW이 원자력 1호기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량이라는 설명에 참석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밖에 우 박사는 새만금 갯벌과 고군산도 지역을 관광 특구로 지정해 해상·갯벌 관광에 한하여 무비자 입국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검토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우 박사는 "전북 지역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주요 연구 기관을 도내에 설립, 이전해 지식 생산과 발전의 연계 효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석훈 박사의 발제가 끝난 후 사회를 맡았던 이주향 교수(수원대)는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다. 경제적인 타당성을 조목조목 따져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발제 내용에 공감을 표시했다.
"존재가 가치이다. 불신 딛고 새롭게 도약하자"
새만금 방조제와 갯벌의 가치 극대화, 관광 생태학적 특성 최대 활용
관광 항구, 안가식 뻘욕법 등 다양한 과학적 프로그램 제시
전승수 교수(전남대 지구환경과학과)는 새만금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새만금 대안 운동이 우선 계절마다 변하는 우리나라 갯벌의 특성과 분류 체계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깨닫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만금 갯벌 하구의 생태 환경은 타 지역 갯벌과 비교해 종 다양성 등 2.5배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새만금 갯벌의 관광 생태학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몇가지 제시했다. 갯벌 보존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독일과 벤치마킹하면서 다양하고 과학적인 프로그램과 기반 시설을 갖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열흘 이상을 체류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관광 시설을 조성하는 것과 새만금 갯벌 지역에 안가식 뻘욕법, 갯벌 맨발 산책로, 갯벌 박물관 등을 갖춰 새만금 갯벌 공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인 사례들이었다.
"정부안-반대진영 대안 간 접점 찾아야"
"충분한 검토 속에 제도화 및 운동의 철학 형성도 과제"
지속가능위원회, 합의된 결정 이끄는 중재 통로 역할 할듯
장시간 동안 펼쳐진 이번 새만금 대안 모색 대화 마당은 하나의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토론자들은 이전에 제시된 대안과 더불어 구체적인 예시안을 이끌어 냈다.
| | | 부안핵폐기장 반대운동 결합 두고 논란 | | | 대화마당, 종합토론의 이모저모 | | | | 새만금 갯벌에 풍력 단지를 조성하자고 주장하던 이필렬 교수(에너지대안센터 대표)는 “지역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그 안에서 대안을 찾고 힘을 실어 관철되어야 한다"며 "새만금 대안 운동은 지역 즉 부안에서부터 비롯되므로 현재 핵폐기장 반대 운동을 하는 부안 주민들과 결합해 이루진다면 대안 관철이 좀더 쉬워질 것”이라고 새로운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실장은 “새만금반대운동과 핵폐기장반대운동을 결합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부안보다는 군산이나 전주 등 전라북도 타 지역의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박영제씨는 “담수호 조성 이후 외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거론되야 한다"며 "새만금과 인접 서해의 환경파괴는 고급 수산자원을 감소시킨다”며 생명의 땅, 새만금 갯벌 보호를 주창했다. / 조혜진 | | | | |
환경운동연합 박진섭 정책실장은 토론을 통해 "지난 8월 중순 정부는 문광부/환경부/산자부에게 전라북도 발전안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창환 교수는 "정부가 마련한 대안이 있다면 들어주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부안이 확정되기 전에 함께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안과 이곳에서 거론된 대안들 안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석훈 박사는 "대안과 운동의 방법을 매번 논의하는 것도 좋지만 충분한 시간을 통해 좋은 제도나 사회적 절차를 하나의 철학으로 형성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들과 토론참석자들은 "좋은 대안을 내놓아도 충분히 검토 받지 못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아쉬움으로 입을 모았다.
끝까지 토론을 경청한 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 고철환 위원장(서울대 해양학과 교수)은 주민의 삶과 함께하는 갯벌 연구 단지를 제안하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거론된 것은 물꼬 트는 대안을 내놓은 차원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최근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사회 갈등 조정 업무를 요청 받아 이에 관한 분과 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며 앞으로 갈등 주체가 공개적으로 만나 의논하고 미래 지향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등 통로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