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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전국농민연대 주최로 '고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및 WTO반대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19일 저녁 광화문 교보빌딩앞에서 전국농민연대 주최로 '고 이경해 열사 정신계승 및 WTO반대 범국민추모대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8시 20분경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연단에 추모집회 참석자를 대표해서 연단에 올랐다. 단병호 위원장은 "민주노총 65만 조합원의 애도의 마음을 모아 고인의 영정 앞에 바친다"며 "고인은 이땅 농민의 피맺힌 절규 속에 WTO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라며 애통해 했다.

무용가 이삼헌 씨의 고인의 넋을 달래는 춤사위에 이어 한국농업전문학교 '고 이경해 열사 추모위원회'의 성명서 발표가 계속됐다. 성명서 낭독에 나선 김민중 위원장(27)은 "이제 우리는 생명의 근원이 되고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져 주는 농업을 지키기 위해 대지 위에서 흘린 농민의 땀방울과 눈물의 고마움을 깨달아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나서서 우리의 농업을 지키고 농촌에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는 참가자들이 차례로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는 순서를 끝으로 오후 9시경 마무리되었다. 집회를 마친 각 시도 농민회 소속 농민들은 추모 촛불을 손에 들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내일 새벽 5시까지 올림픽 공원 평화의 문 앞 광장에서 추모 촛불을 계속 밝힐 예정이다.

이날 추모 집회는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거세지는 농업개방의 압력에 태풍과 냉해까지 입은 성난 농심(農心)이 표출된 자리였다. 전남 보성 농민회 소속 이용호(42)씨는 "지금 수준의 시장개방으로도 농촌은 이미 희망을 찾을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는데 여기서 더 개방이 된다는 것은 농민들 다 죽으라는 이야기 밖에 안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한 농민은 "농촌을 살리기 위해 시장개방저지, 농가부채 해결, 쌀값보장 등도 중요하지만 태풍으로 상당수의 농작물을 수확을 앞두고 잃어버린 농민들에겐 지금 당장의 생계대책 마련도 절실하다"며 정부의 성의 있는 대책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머리에 '농업사수'라고 쓰인 머리끈을 동여맨 메고 촛불을 하늘로 치켜든 조복현씨는 "WTO와 농업개방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향한 내 마음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이 촛불과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2신: 19일 오후 8시 30분>

"추모의 촛불, 식량주권 사수하는 횃불 될 것"
농민들 "노 정부는 우리 정부가 아니다" "옳소"


고인의 큰딸 이보람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고인의 큰딸 이보람씨가 유가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7시 10분경 전국 각지의 농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 사거리에서 '농민열사 이경해 동지 범국민추모대회'가 시작됐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의 단체와 전국학생연대회의,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교보빌딩 옆 도로 3차선을 점거하고 무대차를 설치했으며, 고 이경해씨의 영정은 무대 앞에 걸려있다.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촛불을 켜들고 있으며, 이들의 피켓에는 '농업은 상품이 아니다, 우리의 생명이다' '우리 농업 지켜내자' 등의 구호가 적혀있다. 집회 도중 몇몇 농민은 "미국의 입장만 대변하는 노무현 정부는 우리의 정부가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옳소"라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일부 농민들은 고 이경해씨 죽음과 관련된 칸쿤 현지의 경과보고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고인의 큰딸인 이보람씨는 "아버지께서는 우리나라 농업을 위한 하나의 불씨가 되겠다는 유언을 남기셨다,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울먹였다.

무대에 올라 발언한 농민단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WTO에 대한 항거와 투쟁을 계속하겠다"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추모사를 낭독한 송남수 한국가톨릭농민회 회장은 "오늘 밝혀 든 추모의 촛불은 WTO에 항거하는 농민 동지들의 횃불이 될 것"이라며 "WTO에서 농업 부분이 제외되고 노무현 정부의 농업개방정책이 폐지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추모사를 맡은 서정의 한농연 회장 역시 "고 이경해 열사의 죽음은 기초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전세계 영세농민의 현실을 고발하고 WTO 체제의 폭력성을 폭로한 거룩한 희생이었다"며 "고인의 고귀한 희생의 뜻을 잊지 말고 농민해방의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이 집회는 애초 오후 6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집회 준비가 늦어지고 농민과 경찰이 집회 장소를 두고 충돌을 빚어 1시간 정도 연기됐다. 이날 참가한 농민들이 "집회장소가 비좁다"며 차도로 내려서자 경찰은 "인도 내 집회만 허가했다"며 이를 막아섰다. 경찰 500여명이 투입됐으며 양측은 30분 가까이 대치했으나 큰 부상은 없었다.

8시 현재 경찰은 미 대사관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버스를 이용해 인도와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친 상태다.

추모대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추모대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19일 오후 5시>

전국농민연대, "농민 죽음 몰고있는 WTO"


전국농민회총연맹, 카톨릭농민회, 한농연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는 19일 오후 6시 서울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고(故) 이경해씨 추모 및 WTO반대 범국민대회를 개최한다.

정광훈 WTO반대 칸쿤투쟁단장과 오종렬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 윤금순 전국여성농민회연합 회장 등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WTO 협상에서의 농업분야 제외와 개방농정 철회를 촉구하며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더욱이 어제 18일 이경해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농민집회에서 한 농민이 분신하는 일이 발생, 전국농민연대측은 "농민을 죽음으로 몰고 있는 WTO 협상에서 농업을 제외하고 개방농정이 아닌 농업 보호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농민연대는 성명서에서 "WTO 5차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해 이역만리 멕시코에서 자결한 이경해씨의 장례식을 준비하면서 농민들은 깊은 슬픔과 분노로 들끓고 있으며 태풍 '매미'로 발생한 농촌의 피해는 350만 농민 모두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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