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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식
표는 국내 영화의 일본 수출 실적을 나타낸 것이다. 99년 14편으로 187만 달러의 소득을 거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이번 완전 개방 조치가 전면적인 일본시장 진출에 호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완전개방조치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특히 영화부문의 경우 일본 영화가 우리 영화시장을 잠식하기보다 우리의 경쟁력을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에 고무되는 일면도 이번 개방조치에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하면서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조치가 우리의 대중문화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각계의 반응이다. 그 이유는 3차 개방까지의 미미한 파장이 그다지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성적으로 일본어 가창 음반이나 불법으로 유통되는 해적판 DVD 등이 널리 퍼져 있거나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된 케이블 방송 등으로 예측할 수 없는 커다란 문화의 ‘구멍’이 뚫려 있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영화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1차 개방 조치에서 기준으로 정하고 있는 일본 영화의 허용방침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 4대 국제 영화제 수상작, 한국영화에 일본인이 출연한 영화 등 개방의 문이 매우 좁았다. 그러나, 99년 2차 개방 때부터는 공인 국제 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비롯해 15세 관람 등급을 받은 영화까지 상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단계적인 허용조치 때문에 국내에서 상영되는 일본 영화들은 대개 작품성은 있으나 일반 관객들에게는 외면당하기 쉬운 고루한 내용의 영화들이 선보여지기 시작했다. 이와이 순지의 <러브 레터>를 시작으로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 <소나티네>, 그리고 <나라야마 부시코> 등 단선적인 장르의 일본 예술 영화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는 것은 어찌보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일본 영화들이 한국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몇 가지 요인으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일본영화를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루트를 통해 국내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일본영화가 수입되기 이전에 벌써 기타노 다케시의 <키즈 리턴>같은 영화는 인터넷에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비디오나 CD로 본 이 영화의 ‘잠재관객’들이 이미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것은 이러한 사실들이 ‘가로막으면 보지 못한다’는 얄팍한 정부의 생각을 단숨에 전복시켜 버리는 일상적인 ‘문화현상’이 되고 보니 이번의 완전개방조치에 대해서 보이는 관심도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높아진 국내 관객들의 눈높이에 원인이 있다. 올 상반기 5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한국영화의 국제경쟁력은 이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맞서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시점에 일본의 상업영화가 들어온다고 해도 충무로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숨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적지 않게 염려하고 있는 부문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부문이 될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이번의 완전개방조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은 예삿일로 보아 넘길 수만은 없게 되었다.

<원더풀 데이즈> <엘리시움> 등 한국 애니메이션의 적극적인 발전에 불을 지피는 작품들이 관객들을 찾음에도 불구하고 크나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일본의 재패니메이션에 길들여진 탓이 크다. 그럼에서 완전개방은 기술 이전이나 합작 영화 등이 개척될 수 있는 공식적인 여지를 만들어주는 하나의 장으로 생각되어야 마땅하다.

아무튼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 문화 콘텐츠가 한층 더 다양화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요건을 완성해나가는 일은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의 ‘新 쇄국주의’의 빗장이 유독 일본에게만 향해있었던 것은 지나간 과거로의 회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더구나, 우리의 영상산업에서 필요한 것은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만 전장에서 이길 수 있었던 오랫동안 선조들이 써온 현명한 ‘병법’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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