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신당의 지지율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대부분 신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민주당과 신당의 지지율이 분산된 가운데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단연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지지율 추세가 지속된다면 민주당의 분당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가져올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들어맞을 수도 있다. 이제 막 신당의 걸음을 내딛은 단계라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신당의 지지율이 기대 이하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당이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감동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하여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분당되는 과정부터가 그러했다. 그 지루했던 8개월간의 신당논의 과정은 지나간 일이라 치더라도, 분당의 선택 자체도 극히 수동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졌다. 상황을 주도해 나가려는 능동적인 결단이 아니라, 상황에 내몰린 불가피한 선택으로 분당과 신당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는 국민의 주목을 받을만한 어떤 감흥이나 긴장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주당을 탈당한 많은 의원들에게 이미 신당의 선택은 정치적 결단이 아니라, 내년 총선을 앞둔 생존대책이 되어버렸다. 신당파는 기호 2번을 차지하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숫자를 늘리려 했다. 그러다보니 비리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에 대해서도 설득작업이 진행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왔고, 지난 대선에서 '철새'라고 손가락질 받던 의원들도 신당에 참여했다.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과거불문. 그러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른 모든 정당에서 그랬듯이 '수의 논리'는 다른 모든 것에 우선했다.
신당파 전국구 의원들의 모습도 그리 보기좋지는 못하다. 탈당을 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부담에 따른 민주당 잔류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최소한 자신들의 의지와 행동계획을 투명하게 밝히는 모습은 필요하지 않았을까. 혹 내년 총선 때까지 신당의 명분도 갖고, 금배지도 놓지않으려 이중행보가 계속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이 역시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신당은 김근태 의원을 만장일치로 원내대표에 선출하였다. 물론 김근태 원내대표는 지금 시점에 신당의 원내대표를 맡을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춘 인물이다. 그러나 당분간 신당의 얼굴이 될 원내대표의 선출과정이, 자유롭고 공개적인 토론과 경쟁없이, 막후에서의 사전 내정에 이루어진 것 역시 과거의 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탈당과 동시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곧바로 국정감사에 임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고 둘러댈 수도 있겠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사람들의 참 모습임을 생각하면 매우 안이한 방식이었다.
관행의 계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의 정대철 전 대표가 국정감사 이후 탈당을 하면 신당의 대표격인 당 의장직을 맡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보도를 보면 신당의 대표 자리가 마치 탈당의 대가처럼 간주되는 분위기여서 씁쓸하다.
당의 대표를 정하는 문제가 공개적인 논의를 거치지 않고 막후에서 내정하는 관행이 계속되는 점도 문제이다. 무엇보다 정 전 대표에게 체포동의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황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것같은 모습이다. 아직도 국민을 상대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신들끼리 하는 정치의 모습이다.
때 아닌 연합론까지 나왔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민주당과는 정치 노선상 하나이자 형제이므로 총선 전 민주당과 대연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연합이 안 될 경우 연합공천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러면 탈당은 무엇하러 한 것인지, 상식으로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당장 민주당의 한화갑, 김상현 의원이 반박하고 나섰다. "연대할 것 같으면 무엇 때문에 분당을 했느냐." 맞는 말이다. 국민을 상대로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위장이혼을 연상케하는 그런 말이 나와서는 안된다. 구정치에 대한 청산과 극복의 의지보다는, 결국 내년 총선에서의 살아남기에 골몰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개운치가 않다.
왜 신당을 말했던가. 그것은 낡은 정치질서와의 단절, 낡은 정치의 극복이었다. 그러나 아직 신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단절'이 아닌 '연속'이요, '극복'이 아닌 '공존'이다. 신당이 과연 무엇이 새로운 것인지, 국민들로서는 아직 알기 어렵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과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또 하나의 정당'으로 비쳐질 뿐이다.
짧은 기간의 일들을 놓고 신당을 평가하는 것도 성급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넘길 일들도 아니다. 이런 모습으로 신당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까.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정치의 구도를 바꿀 것인가는, 바로 자신들 하기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