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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플로이드의 오래된 집>
책 <플로이드의 오래된 집> ⓒ 뜨인돌
"아, 왜 우리 부모님은 저러실까? 왜 저렇게 고리타분 하실까?"

이런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 보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부모님과 자신의 견해 차이가 세대간의 생각과 경험의 차이에서 오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부모님과의 의견 대립이 생길 경우, 어리석게 대치하여 부모님과의 갈등이나 불화를 만드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사회가 급변할수록 자녀들은 부모님들이 지내던 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계에 속하게 되었다. 부모가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의 세상 모습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렸고, 우리의 부모들은 이 엄청난 속도를 지닌 세상의 변화에 재빨리 대처할 수 없도록 늙어버렸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변화 속에 그들의 자녀들은 성장하고 적응해 간다. 젊은 세대들은 변화의 속도에 익숙하다. 부모님이 주시는 무한하고 커다란 사랑을 이해하기보다는 그들의 생각을 답답하게 여기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 자녀와 부모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목공일을 하는 건축 노동자의 자녀로 태어나 소위 말하는 성공을 잡은 뉴요커 저널리스트이다. 건축 노동자인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아들로 자라나면서 그는 '아버지처럼은 절대로 되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을 마음에 새겨 넣는다.

가족을 위해 부지런히 일해 온 아버지 덕분에 별탈 없는 성장기를 보내고 대학에 진학하여 뉴욕 타임즈의 저널리스트가 된 사회적 성공.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뉴욕이라는 도시의 삶에 염증을 느낀 저자는 '시골에 집을 사서 삶을 즐긴다'는 획기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

돈이 넉넉하지 않아 헌 집을 사고 그 집을 수리하기로 마음먹으면서, 그는 전직 건축 노동자인 아버지의 참견과 잔소리 세례를 받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삶의 모습으로 살아가던 이 부자가 플로이드에 오래된 집을 사서 수리하면서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꼬마 존은 이제 어른이 되어 아버지와 똑같은 모습으로 허리에 연장 도구를 차고 건물을 수리한다. 존은 전문적인 건축 노동자가 아니지만 집에 대한 나름대로의 견와 고집을 갖고 있다. 그의 이러한 고집은 아버지의 고리타분함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넌 왜 이 쓰레기들을 모아 놨냐?"

"아버지는 내가 재활용을 위해 모아 놓은 목재들이 전혀 쓸모 없는 것임을 아시고서 내게 물으신다. 또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 있을 테지만 알려 주지 않는다. 이런 일은 집을 리노베이션 하는 1년 내내 발생한다. 이 집을 손보는 동안 내가 배우게 되는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절망스럽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버지라 부르는 한 남자의 특성을 발견해 내는 일이다."


서로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일을 시작한 존은 집을 고쳐 나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그의 삶을 인정하게 된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세계가 있으며, 그 세계는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 존이 하는 일에 대해 바보 같은 짓이라고 투덜거리지 않게 된다.

아들이 마시는 최고급 커피가 형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옷차림과 새 구두, 비싼 레스토랑에서 돈을 쓰는 것 등에 대해 여피적인 허세라고 여기시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고집스러움과 억척스러움, 일밖에 모르는 생활 습관과 문화적인 관심이 부족한 것 등에 대해 불만이 많은 아들.

절대로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 두 부자는 집을 고치는 1년 동안 갈등과 싸움, 이해와 화해를 거듭해 나가면서 서로를 따뜻하게 인정하고 감싸 안는다.

"아버지와 함께 몇 달 간을 지내면서 나는 아버지의 생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조금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만일 A 지점에서 G 지점까지 간다면 그것은 완행 열차 타기이다. 가는 동안 B, C, D, E, F 지점을 방문할 것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배우는 동안 이 습관을 얻은 건지 아니면 타고난 건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든 그것은 아버지가 세계를 보는 견해와 그 견해를 표현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우리들 부모님일 것이다. 그분들은 우리와 너무도 다른 삶의 방식을 고집해 왔고, 우리에게 그 고지식한 삶의 방식을 물려주고 싶어하신다. 우리가 받아들이려 하든 그렇지 않든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경험을 최고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이 어떤 삶의 방식을 유지하셨든지 간에 바른 길을 걸으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부모님들의 삶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토로한다. 가끔은 힘이 들었지만 자신이 종이 뭉치 이외의 것을 만질 수 있는 아버지와 비슷한 인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좀더 아버지와 닮았으면 하고 원했다는 것을.

세대를 거치면서 쌓아 온 부모님들의 경험은 자식들에게 유산처럼 내려온다. 그 경험들을 모으고 걸러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발전이라는 열매를 얻는다. 당신 아버지의 엉뚱한 고집과 고리타분한 삶의 경험은 당신을 보다 성숙된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일 것이다.

플로이드의 오래된 집

존 마르께제 지음, 지소철 옮김, 뜨인돌(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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