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김병호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김대업씨가 폭로한 병역비리 의혹이 허위, 거짓말로 판명났다"고 주장한 뒤 "당사자가 구속까지 됐는데도 공영방송사는 왜 사과방송을 하지 않느냐"며 방송위원회 조처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김씨 관련 보도가 대통령 선거에 단 1%의 영향도 없었다고 보느냐"며 "이 보도가 없었다면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공영방송사가 보도한 내용이 사후에 허위사실로 판명됐다면 '신중하지 못했다, 잘못 됐다' 등의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공영방송사가 사과를 안 하는 것은 그렇다 치고, 해당 방송사에게 그같은 보도태도를 시정하라고 권고하는 게 방송위원회 역할이 아니냐"며 "그렇다면 지난해 대선 당시 공영방송사의 보도가 어땠는지 기록이라도 남겨 두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MBC 보도부국장을 거쳐 사장을 역임한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80년 남쪽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폭도로 보도한 신문, 방송사 중 나중에 사과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는 말로 응수했다.
노 위원장은 "방송위원회 심의는 방영된 프로그램을 선정성이나 국익훼손 등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지 방송사 편성 하나하나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모습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노성대 위원장에게 "방송사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시정하라고 권고하는 게 언론계 선배가 해야 할 일 아니냐"면서 '선배 역할론'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80년 '광주사태' 보도에 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의 질타에 노 위원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성호 통합신당 의원은 "80년 '광주사태' 보도와 김대업 병역비리 의혹 보도는 비교사항이 아니다"라며 김병호 의원의 공세를 제지하고 나섰다. '광주사태'는 더 이상 논란이 없는 역사의 진실이지만, 김대업씨가 제기한 병역비리 의혹은 검찰도 '병역비리가 없었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것.
김성호 의원은 "김대업씨 구속은 그가 폭로한 내용이 개인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며 "그렇다고 당시 사건을 다룬 방송보도 자체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당시 문제가 있다면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개인이 언론중재나 법적 소송 등을 통해 구제받으면 될 일이지 방송위원회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고흥길 의원은 "김대업씨가 구속된 게 그의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근거"라며 "김성호 의원 발언은 이 명예총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광주사태-병역비리' 발언은 국감과 관련 없는 사안을 자제하자는 다른 의원들의 제안으로 일단락됐다.
김병호 의원은 부산 출신으로 68년 <국제신문>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부산일보> 기자를 거쳐 81년 KBS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장, 보도국장, 해설위원, 보도본부장 등을 지냈다.
광주 출신인 노성대 위원장은 64년 MBC 보도국에 입사해 정경부장과 사회부장, 해설위원, 보도국 부국장, 광주MBC 사장, MBC 사장 등을 역임했다. 80년 당시 보도국 부국장이었던 노 위원장은 신군부의 언론통제에 제작거부로 맞선 기자들과 함께 6월 9일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 해직됐다가 89년 복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