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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조례 제정 서명운동
학교급식조례 제정 서명운동 ⓒ 최인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자는 ‘학교급식조례’ 제정이 정부와 교육당국의 반대로 매번 좌절되고 있는 가운데, 젖소와 수입육이 버젓이 한우로 둔갑해 아이들의 먹거리로 공급되다 적발됐다.

학부모들은 충격이 아니라, '또 터졌냐?'라는 탄식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도대체 정부와 교육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전주지방검찰청은 22일, 전주 S유통대표 전주시 중화산동 42살 유모씨 등 가짜 한우 납품업자 7명을 긴급 체포한 데 이어 25일에는 이들 가운데 5명에 대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 업자들은 수입 젖소와 국내산 젖소를 한우로 속여 전북 도내 일선 초, 중등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육업자들과 학교 급식담당자들간의 검은 거래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0년부터 병든 소를 밀도살하거나 젖소를 한우로 속여 전주시내 백 여군데 초, 중등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해 7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한우의 kg당 정육가격이 2만4000원~2만6000원에 거래되는 반면 젖소는 3분의1수준인 6000원~8000원에 그친다는 점을 악용해 이같은 범행을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또, 이들 업자에게 젖소 고기와 병든 소를 도축해 제공한 유명 M 우육가공업체 등 12개 회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특히, 젖소나 병든 소가 도축돼 일선 학교에 급식용품으로 넘겨지기까지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학교 급식담당자와 관련 공무원, 도축장 업주, 쇠고기 등급 판정사 등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검찰은 적발된 납품업자로부터 이들 관계자들에게 뇌물이 건네졌을 것으로 보고 구조적인 학교급식 비리를 캐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에 적발된 업체 가운데에는 유명 가공업체가 포함돼 있어 한우로 둔갑한 젖소고기가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되는 선을 넘어, 정육점을 통해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도 짙어 쇠고기 유통업계에 상당한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가짜 한우를 학교급식에 납품한 사건이 잊을만하면 또다시 터지고 있지만 학교측에서는 가짜 한우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교육당국에서도 부정 식품을 유통시키는 업체를 법적으로 제재할 권한도 없어 사실상, 이들 악덕 업체들은 법적 제한을 받지 않고 각급학교에 부정식품을 장기간 납품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일선 학교에 가짜 한우육이 납품된다는 의심이 들어도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DNA 검사를 축산물 기술연구소에 의뢰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또, DNA 검사 의뢰 비용도 1회 의뢰에 수십만원에 이르고 있고 축산물기술연구소도 경기도 수원에 위치해 있어, 지방에서는 DNA 검사 역시 하늘의 별따기다.

전라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설령 업체들의 부당한 사례가 적발된다 해도 교육청에는 처벌기준도, 법적 권한도 없어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라북도 교육청은 각급학교에 품질에 의심이 가면 품질관리원에 신고해 줄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가급적 우수 납품 업체를 선정하라고 당부했다. 교육당국이 할 수 있는 대책은 여기까지다.

전북 학교급식 조례제정연대회의 이은순 집행위원장은 "출처 불명의 수입 육고기가 다른 고기랑 섞여져서 학교 급식에 들어 가는 이런 부도덕한 일을 막기위해 최소한의 학교급식 안전성 보장을 위해 조례가 필요하다"면서, "제도적 정비가 시급히 되지 않으면 학교급식의 안전성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자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지, 아이들을 위한 일인데 안되는 일도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정부나 교육당국에서 해야 될 일 같은데 안타깝다"며 "행정당국이 정부부처가 이런 문제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아이들이 학교급식 사고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라고 경고한다.

학교급식 조례제정 연대회의 최기호 상임대표는 "학교급식조례에 우수농산물이 아닌 우리농산물 또는 국내농산물로 확정돼야 실제로 이런 급식 비리문제가 해결되고, 급식의 안전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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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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