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를 대신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공무원 행동강령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 발언과 태풍 속 뮤지컬 관람,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사건 등 때문.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은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접대 사건을 집중 거론하며 "청와대 부속실장이면 1급인데 1급이 그런 행동을 하면 아래 사람이 뭐라고 하겠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라며 혀를 찼다.
김용균 한나라당 의원은 "양길승 사건은 중대사건"이라고 강조하며 "이원호가 노 후보에 대선자금을 지원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수사의 핵이지 몰래 카메라 누가 찍었냐를 수사하는 것은 축소 은폐 시도"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현대비자금, SK 비자금, 나라종금, 굿모닝시티 등 부패 사건이 연달아 터져 나오는 등 노무현 대통령이 부패 척결은커녕 부패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부방위를 향해서도 "김영삼 전 대통령 때에는 김현철씨 비리 행위를 CCTV로 촬영한 적이 있지만 이를 촬영한 의사를 구속하거나 한 적이 없다"는 전례를 들며 "고발한 사람을 보호해야 할 텐데 오히려 구속하고 보도기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엉뚱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의원들도 청와대 공격에 가세했다. 함승희 민주당 의원은 부방위가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책하면서 "양길승 사건과 관련 나중에 드러난 것을 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그러면 뮤지컬 관람이나 골프 관광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며 우회적으로 노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부방위는 청와대 비서진을 포함한 권력기관을 견제하라고 헌재보다 많은 150억원의 예산을 주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지 못하면 의원들이 예산을 삭감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조순형 민주당 의원은 부방위가 마련한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해 "천편일률적인 공직자 윤리는 안된다"고 평가한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5월 19일 발언을 문제삼았다.
조 의원은 "대통령이 제도 시행 하루만에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는 식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도대체 누구 책임인가. 대통령인가 부방위원장인가"라고 추궁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이 문제로 대통령에 전화는 했나. 면담을 신청해 진의는 전달했나"고 따지기도 했다.
조 의원은 양길승 전 실장과 소방헬기를 이용한 전 비서관들에 대한 청와대의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조 의원은 이들 관련 직원의 사표 수리로 사건을 마무리한 점을 질타하며 "사표를 내도 받지 말고 징계해야 한다. 청와대가 아니면 부방위원장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한편, 이남주 부방위원장은 감사가 진행되는 동안 의원들의 질책에 차분하게 대응하면서도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