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의 국민통합21, 자민련,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탈당파, 이한동 후보가 이끄는 하나로국민연합 등 이른바 4자 연대를 통해 반노(反盧)·반창(反昌)의 '제3신당'을 출범시켜보겠다며 지난 대선 당시 한 목소리를 냈던 이른바 후단협 의원들의 행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29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민주당적 포기를 계기로 정치권의 반노(反盧)연합 전선이 한층 구체화되면서 지난해 대선에서의 혼란스런 친노(親盧)·반노 대립이 재연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민주당의 지방선거·재보선 참패로 전용학·안동선 의원이 선도 탈당한 뒤 각각 한나라당과 국민통합21에 입당하면서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논의는 확산됐다.
이후 후보단일화파는 크게 보면 탈당까지 불사하겠다는 구주류쪽의 강경 그룹과 김근태를 중심으로 한 온건 그룹 등으로 나뉘어져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압박했다. 더불어 반노 성향으로 분류된 박상천·정균환 의원도 강경 후단협을 측면 지원하면서 직·간접적으로 후단협 그룹에 참여했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 대선 당시 각 분파별로 견고한 결속력을 과시했던 이들 후보단일화 그룹이 지금은 한나라당·민주당·통합신당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제 각각의 정치 행보를 걷고 있다는 것. 재야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통칭 김근태계 역시 다른 정당으로 나뉘어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바뀌는 상황이 됐다.
우선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탈당한 뒤 한나라당에 입당한 대표적인 사람은 김원길·김윤식· 이근진·강성구·원유철·박상규 의원 등이다. 이인제계로 분류됐던 전용학 의원은 후보단일화가 대세를 형성하기 전 일찌감치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케이스.
이들은 '철새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다. 특히 초기 탈당파 가운데 김원길 의원(서울 강북갑)은 지구당 사무실이 폐쇄되는 수모까지 겪으며, 현재 내년 총선을 겨냥한 정치 지망생들이 가장 만만하게 보는 지역구로 지목되기도 했다.
반면 후단협 강경 탈당파 대다수는 대선 이후 민주당 내 구주류로 남으며 신주류가 통합신당을 명분으로 탈당한 뒤 사실상 민주당의 중심 축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8일 동반 탈당한 유재규·이희규·박종우·최선영·이윤수·유용태·장성원 의원을 비롯해 최명헌 등 미탈당 전국구 의원, 박상천·정균환·이협 등 반노(反盧) 중진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선 직후 움츠리고 있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인적청산론'의 대상이 된 뒤 정치적 반격에 성공하며 재기했다. 일부는 민주당의 지도부로 당권까지 거머쥐었다. 정통모임 출신의 박상천 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최명헌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최선영 의원은 윤리위원장에 임명됐다.
온건 후보단일화파로 분류됐던 재야출신 의원 그룹인 김근태계는 민주당과 통합신당으로 나뉘었다. 이들 가운데 김영환·심재권 의원은 민주당에, 김근태·이창복 의원은 통합신당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영환 의원은 당내 중도파 통합모임을 거쳐 민주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됐고, 김근태 의원은 분열 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하다 민주당 당무위원회의 폭력사태 후 탈당을 선언, 현재는 통합신당 원내대표가 됐다.
강경 후단협 출신 의원 가운데 당적 이동이 잦았던 송영진 의원을 비롯해 송석찬·김덕배 의원 등은 통합신당에 합류했다. 송석찬·김덕배 의원 등은 비교적 일찍 입장을 정리하고 통합신당호에 오른 반면, 송영진 의원은 신주류와 중도파를 오가다 결국 막차를 타고 통합신당에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후단협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의원들이 민주당과 통합신당의 주요 요직에 오르며 '얼굴'로 전면 부상한 반면,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지 그룹인 신주류 강경파들은 일선에서 후퇴한 셈이 됐다. 향후 총선에서 이들 후단협 의원들이 국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 신주류들이 다시금 부상할 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