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지난 30일 다음달 13일부터 시행되는 라디오 가을개편에서 이씨를 <이종환의 낭만시대>(FM 밤 10∼12시) 진행자로 기용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월 30일 MBC 라디오 <이종환의 음악살롱> 생방송 도중 술취한 상태에서 무례한 언행을 보여 스스로 물러난 바 있다.
SBS는 또한 지난 3월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아 MBC 라디오 <가요 응접실> DJ를 그만 둔 오미희씨도 진행자로 다시 기용한다. 오씨는 이번 복귀로 <가요 응접실>과 같은 시간대인 SBS 라디오 '오미희의 러브FM'(오후 4∼6시) MC를 맡게 된다.
이번에 네티즌들과 시청취자의 비판이 집중되고 있는 인물은 이종환씨. 특히 '음주방송' 파문으로 퇴진했던 이씨를 불과 2개월만에 전격적으로 복귀시키는 SBS의 무책임한 처사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네티즌 조현철씨는 SBS 게시판에 "이씨는 가수와 매니저에게 돈을 받았고, 모 방송에서 방송할 때는 음주운전으로, 또 얼마 전에는 음주방송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인으로서 여러 번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었으면 자숙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잊을 만하면 다시 진행하고 또 잊을 만하면 다시 사고가 나고, 이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환씨는 방송인으로써 여러번 물의를 일으킨 전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MBC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진행하면서 '편향된 정치적 발언'과 청취자에 대한 폭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씨는 당시 사건으로 방송을 그만 뒀다. 이씨는 이보다 앞서 2001년 3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불구속 입건됐으나 한 달도 채 못돼 방송에 복귀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 | | "우리나라에 DJ가 그렇게 없나" | | | 이종환씨 방송 복귀, 네티즌 비판글 폭주 | | | | "이번에 이종환씨가 DJ가 된다고 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잘못을 했고 그랬으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몇개월 되지 않아 다시 나오고. 이종환씨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SBS는 더욱 더 황당합니다." - id daeantv, SBS '방송에 바란다' 게시판
지난 7월 30일 음주방송파문으로 중단했던 DJ 이종환씨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물의를 빚고 스스로 사퇴한 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은근슬쩍' 복귀하는 이종환씨의 복귀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미디어다음>의 이종환 씨 복귀 기사에 500여개의 네티즌 의견이 이어지고, SBS 홈페이지에도 벌써부터 비판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 중 "멋진 방송으로 이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달라"는 기대의 글도 눈에 띄긴 했지만, 이씨와 SBS에 대한 비판글이 대부분이었다.
<미디어다음> 의견란에 글을 올린 네티즌 '한심'은 "행동에 책임을 질 줄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정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또 다시 목소리를 내놓는지 참으로 경탄해 마지 않습니다"며 "이종환씨 당신이 전에 했던 음주방송도 문제였지만, 다시 슬그머니 나타나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가 더욱 한심하오"라며 이씨의 DJ복귀를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 '쩌' 역시 "시간지나 사람들이 잊어버릴만하면, 은근슬쩍 다시 들어오자는 얘긴가"라고 비판했다.
네티즌의 비판은 이종환씨가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될 SBS에까지 이어졌다. SBS의 홈페이지 '방송에 바란다'에 글을 올린 네티즌(id 074236)는 "제가 알기로도 이종환씨는 음주운전, 음주방송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SBS에서 DJ를 맡길 사람이 정말로 없어서 이종환씨에게 맡기는 것인지 궁금합니다"라고 이씨를 기용한 SBS측에 따져 물었다.
<미디어다음>에 '안티이종환'이란 닉네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SBS PD들은 70, 80년대 수준의 청취자들만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라며 이씨의 기용은 청취자를 무시한 처사라고 제작진을 비판했다. / 한태욱 기자 | | | | |
박동주 SBS 라디오본부장은 "내년이면 이씨의 방송생활이 40년을 맞는다"며 "MBC에서 불명예로 물러났는데 본인이 참회를 많이 하고 있다, 이번 복귀로 그의 방송생활 40년 결실을 맺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본부장은 이씨가 자성의 뜻으로 출연료를 불우이웃 돕기에 기부할 것이라는 말도 전했다. 박 본부장은 "방송계 선배인 이씨에게 인간적으로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방송하면서 '자성하는' 진심을 이씨가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이번 진행자 기용에 청취율을 의식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DJ에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가'를 묻는 조사에서 이씨와 오씨 등이 상위에 링크됐다는 결과를 언급한 박 본부장은 "이씨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무리가 따르더라도 써보자'고 판단했다는 게 박 본부장이 든 기용 배경이다.
그러나 이씨 복귀를 바라보는 언론계 안팎의 시선은 매우 비판적이다.
SBS 노동조합(위원장 송영재)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송 위원장은 "회사측에서 공식적인 답변을 들은 뒤 정식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개인사로 인해 하차한 오미희씨 경우 회사의 편성정책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시청취자를 대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씨는 단순한 개인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SBS 사외이사인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오는 2일 열리는 이사회에 이번 문제를 적극 개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교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복귀는 공신력이 생명인 방송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행자 자질 검증에 대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송지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모니터 부장 역시 SBS의 이씨 기용이 '특혜'이자 방송의 공영성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부장은 "최근 박지원 전 장관의 언론인 촌지제공 의혹 등으로 언론인의 윤리가 땅에 떨어져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데 수 차례 물의를 빚어 퇴출당한 이씨를 재기용하는 게 납득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과거 이씨가 연예비리 사건에 연루됐을 때도 사법적인 심판을 받지 않고 방송에 복귀, 면죄되는 듯한 인상을 줬다"며 "공인인 방송 진행자의 자질은 곧 방송의 공익성과도 직결되므로 그 기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이종환씨는 30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전제한 뒤 "방송사에서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복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복귀하지 않으려 했는데, 오랜 친분이 있는 담당 간부가 하도 부탁을 해서 거절하기 힘들었다는 게 이씨 해명이다.
이씨는 "한번 실수로 그대로 물러나기보다 잘못한 것에 대해 정확하게 사과하고 용서받자는 뜻에서 응하게 됐다"며 "그런 차원에서 출연료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낸다는 것을 SBS에 복귀 조건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복귀에 반대하는 비판에 대해 "이 기회에 시청취자에게 용서를 빌 것은 빌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겠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