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천막농성을 시작한 후 많은 보도가 나갔는데.
"기자들의 잔치 같았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고 계시다."
-어제 발표한 성명을 보면 이번 일에 침묵하고 있는 학내 구성원들의 카르텔을 지적했는데.
"그만큼 우리의 학문적 공간이 문화적으로도 건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체의 건강함으로부터 미학적 특징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이다. 내용은 없고 외형적인 껍데기에만 집착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기간 복직투쟁을 해오며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솔직히 처음 재임용에서 탈락되었을 때에는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충격적이었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만약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어디 나 하나 피한다고 될 일인가?
단지 직장을 옮기는 차원의 문제라면 이렇게 5년 넘는 시간동안 싸우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가 과연 우리 사회를 주무르고 있는지, 어떤 논리로 자신들을 정당화하는지, 그로 인해 한 개인의 인격과 존엄이 얼마나 철저하게 무시될 수 있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주위로부터 많은 걱정과 염려가 있었을 텐데.
"말 그대로 염려일 뿐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나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떳떳하려고 노력했다. 상처가 남는 것이 아니냐고도 하는데 무슨 상처인가. 처음부터 쉽게 끝날 싸움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웃으며 즐겁게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웃음은 일종의 보호본능이다. 스스로의 균형감각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해가 거듭되면서 내가 메말라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어제 성명서에서도 밝혔듯이 이 땅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에 대한 회한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본부 측은 대법원 판결이 나와 봐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것 자체가 이미 서울대가 자정능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복직을 위해 싸우는 게 소모적인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결코 복직 그 자체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제도권의 안과 밖을 구분하여 그 둘 사이가 영원히 단절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서울대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과 모순들이 그냥 방치되어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제도권 안과 밖이라는 구조가 아니다. 담고 있는 내용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나는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아웃사이더가 계속 밖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관심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 같다.
"사실이다.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어제도 밝혔듯이 내 경우 서울대와 관련되었기 때문에 이나마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훨씬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군분투 하시는 많은 해직교수들이 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주목받은 만큼 한 뼘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진정 그분들과 우리 사회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진행은 어떻게 되는가.
"해결되는 그 순간까지 학자적 양심과 소신을 갖고 임할 것이다. 서울대는 남들을 보려고만 했지, 정작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치는지는 관심조차 없는 듯 하다. 자신들이 어떻게 비치는지 깨닫는 순간 무언가 변하지 않겠는가. 나의 노력이 이러한 답답한 현실을 타파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한다.
인터뷰 도중 한 지인이 보내 온 샘물 한 상자를 받고는 “여기도 물은 팔아, 사람 사는 곳”인데 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 비폭력 표현의 수단”으로 선택한 천막 앞에는 “농성에 사용 중인 천막과 부대시설을 훼손할 시에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경고장이 붙어 있다. 그러나 정작 김 교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대학 당국의 천막 철거가 아니라, 모르쇠로 일관하는 대학당국의 처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