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자원 참전자들은 극우 파시스트에 맞서서 스페인 공화 정부를 지킨다는 명분을 위하여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기 목숨을 내걸고 다른 나라에 가서 싸웠고, 많은 사람들이 머나먼 이국 땅에 묻혔다. (물론 극우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서 여러 정파가 공동 전선을 펴다보니, 여러 정파 사이의 자세한 내막은 꽤나 복잡하였지만.)
대의 명분은 사람에 따라 주관적이라 차이가 있다. 따라서 신념 자체가 바람직한가 여부를 논외로 하면, 스페인 내전 참전자들은 자기의 신념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았다는 그 마음 자세만은 높이 살 만 하다고 본다.
파병 반대론자 몇몇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
파병을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는, 미국의 공격 시각에 (아무리 죽을 확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죽을지도 모르는 바그다드에 몇 명 있었으며, 또한 그 사람들을 경제적으로 도운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런 몇몇 사람들의 행동이 바람직했는지 않았는지를 떠나서, 그들은 자기의 신념이나 주장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공격 시각에 이라크에 있었던 그들 몇 사람이 결과적으로 모두 살아 남았지만, 그렇게 가 있으라고 하면 쉽게 가겠다는 말이 나올까? 적어도 글쓴이는 쉽게 가겠다는 말을 못할 것 같다. 겁쟁이라고 놀려도 좋다. 그 사람들의 행동이 바람직한가는 논외로 하고, 그 사람들의 (무모할지도 모르는?) 용기는 일단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파병 찬성론자들이 보여줘야 할 행동
보도를 통하여 본 바를 종합하면, 찬성론자들은 주로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를 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다면 자기 주장에 상응하는 행동으로는 좀 모자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찬성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그 가운데 적어도 몇 명, 경우에 따라서는 적어도 한 명쯤은 아래에 나오는 행동을 보여주어야 그 때 비로소, 그들이 진정으로 찬성 주장에 상응하는 행동을 했다고 인정받지 않을까 한다. 행동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은 공허할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첫째, "제 아들(또는 손자, 형, 오빠, 동생 등)이 현역으로 군대에 있는데 이번에 꼭 파병 지원하라고 하여 확답을 받았습니다. 반드시 지원할 겁니다. 나중에 파병된 사진을 보여드릴 것을 굳게 약속합니다"라고 집회에서 말하는 사람을 적어도 몇 명쯤은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저는 예비역인데 이번에 직장 휴직하고 이라크 파병 자원하겠습니다. 여기 파병 자원서 있습니다"라고 집회에서 말하는 사람을 적어도 한두 명쯤은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6.25 때 학생들이 학교에서 바로 자원하여 학병으로 전장에 나간 경우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경우 전쟁이 나면 현역이 아닌 예비역에게 동원령을 내리기도 한다. 실제로 1991년 이라크 전쟁 때 예비역이 일부 갔으며, 이번에도 예비역 일부를 이라크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파병 찬성 집회 현장에서 예비역이 파병 자원서를 내놓는다면, 나이든 파병 찬성론자들이 얼마나 흐뭇해하며 칭찬하겠는가.
물론 그렇게 파병 지원하여 파병 요청을 하더라도 실제로 한국군의 이름으로 파병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신념이 있다면 적어도 시도는 해야 하며, 뜻이 있으면 혹시 길이 열릴지 누가 알겠는가.
셋째, 찬성론자 가운데 적어도 한 사람쯤은, 파병 지원 신청하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자기가 제 1호로 신청하고, 친척, 친구,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지원하라고 홍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찬성 주장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 주기를...
위에서 보았듯이 파병 찬성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은데, 그 많은 사람 가운데서 찬성 주장에 상응하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은 의외로 좀 모자라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파병 찬성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나는 현역이 아니니까 걱정 없어', 또는 '우리 집안에는 파병 대상자가 없으니 안심이야'하면서 마음 탁 놓고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시 말하여, 나의 문제 또는 우리 집안의 문제로 보지 않고, 남의 얘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자기 목숨은 그렇게 중요하고, 남의 목숨은 아무렇게나 되어도 괜찮은지요?'
앞으로 파병 찬성론자 가운데 다만 몇 사람만이라도 파병 찬성 주장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