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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에서 정성껏 배추를 가꾸고 있는 박금례씨.
배추밭에서 정성껏 배추를 가꾸고 있는 박금례씨. ⓒ 최연종
각종 농기계로 손수 농사를 지으면서 적극적인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여 농군(女農軍)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한천면 정우리 정산마을에 사는 박금례(49)씨.

박씨는 남자들도 다루기 어려운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경운기 등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2t 트럭도 손수 운전하는 맹렬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한천면 생활개선회장을 8년이나 지내고 면 사물놀이 패의 리더격인 상쇠를 맡고 있는 등 사회활동도 적극적이다.

정월대보름날이면 농악대를 이끌고 각 기관이나 마을을 돌며 기금을 모금한다. 그 돈으로 불우이웃을 돕는다. 오갈데 없는 노인들의 목욕봉사에서부터 세탁에 이르기까지 궂은일도 박씨 몫이다.

박씨는 사물놀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돌아가셔서 기초만 배웠는데 주변에서 공연해달라고 초청하면 부끄럽다고 말한다. 박씨가 회장을 맡았던 한천생활개선회는 지난해 고인돌 축제 때 열린 허수아비형 공모전에 새끼를 꼬아 만든 운주사 '와불(臥佛)'을 출품해 2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회원 16명이 작품제작에 꼬박 보름간을 매달렸는데 애써 가꾼 고추를 썩힐 정도로 열심해 했다"고 말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똑순이'라고 부른다. 일이건 사회활동이건 똑부러지게 해낸다는 뜻으로 지어준 별명이다. 하지만 박씨 자신은 생활개선회원 모두가 '똑순이'라고 회원들을 추켜세웠다.

농사도 마을에서 가장 많이 짓는다. 남의 농사까지 포함해 벼농사만 50마지기가 넘고 담배농사 2500여평, 그리고 하우스 농사에다 한우도 30여마리를 기르는 등 박씨의 하루 일과는 눈코 뜰 새 없다. 게다가 자기 농사일 뿐만이 아니다. 이웃들의 논도 갈고 동네 사람들의 가을걷이도 직접 거들고 있다.

용암사 주지스님은 "박금례씨는 자기 일도 열심이지만 마을의 궂을 일도 앞장서기 때문에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하다"며 "우리 면에 이런 분이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처녀 때부터 쟁기질과 지게질, 농약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것. 동면 서성리에서 9남매 중 장녀로 자란 박씨는 위로 오빠 두 분이 있지만 일찍 도시로 떠난데다 부모님마저 건강이 좋지 않아 농사일을 돌볼 수 없게 되자 어린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직접 밭을 갈고 농약을 치는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당시의 농촌현실에 비추어 볼 때 남자들조차 힘들어하는 일들을 처녀의 몸으로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환경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긴 했지만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스스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좋고 나쁜 일, 바깥일과 집안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고 말한다. 또 태어나서 한 번도 시골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한 번도 후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남편 주동신씨도 10남매의 장남이다. 주씨도 위로 두 분의 누님을 두었기 때문에 집안일을 도맡아 오다시피 했다.
두 내외가 많은 형제를 둔 대가족 집안에서 자란데다 장남과 장녀로서 가정을 이루는 등 서로 닮은 점도 많다.

박씨는 현재 화순군생활개선회 감사를 비롯 능주향교 여성위원을 지내고 있다. 봉사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활동 경력을 인정 받아 군수표창 등 상도 많이 받았다.

농촌에 살면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만 여느 도회지 여성처럼 하얀 피부를 갖는 게 소원"이라며 검게 그을린 피부를 가리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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