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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폐막 기자 회견
소리축제 폐막 기자 회견 ⓒ 최인
소리, 길, 만남을 주제로 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5일 오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어느 해보다 공연물의 완성도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대를 걸었던 개막작은 연출 미흡으로 인한 악재가 겹치면서 축제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먼저,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난해 주제 '목소리'에 이어, 소리축제의 정체성을 프로그램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낸 축제였다는 평을 들었다. 또, 프로그램간 상호보완적 연관성을 높여서 큰 흐름을 유지하도록 한 점과 높아진 객석 점유율, 짜임새 있는 축제 공간 등을 성과로 꼽는다. 그러나, 여전히 행사 운영면에서는 나아진 게 없었고 개막작의 실패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소리축제 조직위는 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점을 반성했다. 천이두 조직위원장은, "금년에도 개막공연 때 예상치못한 그런 일 있어 우리들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사람으로 치자면 겨우 걸음마 단계다, 그런 측면으로 이해해달라, 이런 경험을 축적해서 다음 축제 때는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진택 총감독 역시 연출상의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

“2003 소리축제의 개막공연작인 ‘소리 스펙타클-천음야화’는 기획의도도 좋았고, 주제의식도 있었지만, 연출상의 미흡으로 인해 관객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아시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계약과 함께 준비된 기획 작품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말하자면, 오케스트라 아시아는 소리축제를 겨냥해 사전에 준비된 공연으로, 이번 소리축제의 대표적 작품였다, 준비된 기획에, 이 단체가 준비된 공연을 해서 아주 성과가 컸다"고 말했다.

개막작과 일부 대형 작품이 관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반면에, 국악 칸타타인 ‘매창뜸에 이화우 흩날릴제’나 ‘김덕수 사물놀이 25주년 기념공연’, 전주소리축제의 핵심 프로그램인 ‘집중기획 판소리’는 전주소리축제만이 가지는 특징적인 프로그램으로 이번 축제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다만, 축제의 운영 미숙과 홍보문제는 또다시 개선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2003 전주세계소리축제를 계기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계획의 수립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예술분야와 전북도 직원, 조직위 직원 등 생리상 제각각인 조직위원회의 안정적인 조직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리축제 기간에 전국에서는 수많은 축제가 동시에 열렸다. 따라서, 소리축제가 ‘전주 소리축제'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축제의 홍수 속에서, 또 생존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조직체계의 정비를 통해 하나의 프로그램마다 기획의도가 치밀하면서도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소리축제 천이두 조직위원장(왼쪽)과 임진택 총감독
소리축제 천이두 조직위원장(왼쪽)과 임진택 총감독 ⓒ 최인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이번 축제로 2년 계약 임기를 마친 임진택 총감독은 할 말이 많다.

임진택 총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그 문제와 관련해 언성을 높이면서 "소리축제조직위가 조직체계의 불안정성 때문에, 혹은 불안정과 관련해 시중에 떠도는 좋지 않은 소문들 때문에, 중기적 장기적 계획을 내부에 있는 사람이 세울 수 없으니 누가 이 계획을 세우겠는가? 그 점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천이두 조직위원장 역시, 조직위의 성격이 생리가 다른 3가지 조직체계가 불협화음을 만들어 낸다고 말하면서, 차츰차츰 그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자칫하면 호흡이 잘 안 맞고, 보조가 잘 안맞는 경우 있었을 것 그러한 것이 불협화음으로 나타나고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이후, 전국에서는 소리축제뿐 아니라 수없는 축제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그 중에 소리축제도 포함된다. 축제가 끝나면 또다시 축제의 필요성에서부터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많은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세계소리축제라는 제목은 붙였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가 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존속돼야 할 이유도 없다. 전국적으로 수없이 치러지는 지방의 한 소규모 축제로 전락해, 돈만 낭비하는 축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전국의 수많은 축제속에서 돋보이는 축제가 되게 할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다.

올해 축제가 끝나기 전에 이미 다음 소리축제를 위한 준비에 돌입해 있는 체계적인 조직위가 되어 있지 않는다면, 또 그러한 준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치단체나 지역주민이 되지 않는다면, 소리축제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축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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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1988~2014)와 프레시안(2018~2021) 두군데 언론사에서 30여년 기자생활을 했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가을과 어우러진 전주천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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