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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현 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창현 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이철용
대구에 소재한 장애인권단체 "밝은 내일"을 이끌고 있는 최창현씨가 5, 6일 양일간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1인 시위를 또다시 벌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 2월 25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식날 있었던 시위에 이은 두 번째다.

지난 2월 25일 있었던 1차 1인시위는, 98년 MBC 방송국에서 열렸던 '제2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 전 대통령이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약속이 이뤄지지 않자 99년 SBS 방송국에서 있었던 '3차 국민과의 대화' 녹화장에 들어가려던 최씨를 청와대 경호실에서 저지하는 과정에서 강제 연행, 감금,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이에 대한 사과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최씨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청와대 경호원들이 함부로 대했다는 생각에 억울함을 억누르지 못해 김 대통령을 서울지검 고소하기에 이르렀고 UN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을 각하시켰고 UN인권위원회에서는 특별한 연락을 받지 못했었다.

최씨는 이번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지난 2월 25일 1인 시위를 벌일 당시 비서관인 윤철구 비서관이 요구사항을 정확히 적어서 보내주면 사과의 글을 꼭 보내겠다는 약속을 믿고 대구로 돌아가 요구사항을 등기로 2번이나 보냈고 전화를 통해 우편물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며 지난 4일 오후 대구에서 상경해 5일 오후 4시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최씨에 의하면 1인 시위가 계속 진행되자 오후 5시 20분경 경비병력들은 최씨를 자택 건너편 초소로 강제 이동시켰고 전경 10명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사진기는 물론이고 전화기도 경찰에 빼앗긴 채로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최씨는 반대편 경비초소 앞으로 한 차례 옮겨진 뒤 다시 외곽의 경비초소 본부 앞에서 5인의 전경에 둘러싸여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경찰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시위를 하는 최창현씨가 전동 휠체어를 김 전 대통령 자택 정문에 충돌하며 자해 행위를 하기 때문에 보호 차원에서 격리를 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최씨는 자신은 절대로 자해행위를 하지 않았고 정당한 1인시위를 경찰이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정문의 하단이 최씨의 충돌로 인해 찌그러졌다.
정문의 하단이 최씨의 충돌로 인해 찌그러졌다. ⓒ 이철용
시위 과정에서 최씨는 자신과의 약속을 무시한 처사에 항의하며 김 전 대통령 자택 정문을 전동 휠체어로 부딪혀 정문의 일부가 페인트가 벗겨지고 찌그러졌다.

최씨는 '사과를 하는 것은 체면이 깍이는 것이 아니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씨는 '사과를 하는 것은 체면이 깍이는 것이 아니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 이철용
에바다 문제가 거의 해결 시점에 이러한 시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최씨는 "에바다 문제의 해결은 김 전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로 거둔 성과"라며 "에바다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들 앞에 약속을 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최씨는 "에바다 문제의 해결과 상관없이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그것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사과를 해야 하나 김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은 물론이고 자신과의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 10시경 무더위 속에서 최씨는 다시 김 전 대통령 자택 앞으로 이동해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최씨는 "빨리 사과하라", "전직 대통령이 사과하면 체면 손상할까봐 사과 못 하나?"를 온몸으로 외쳤다.

계속된 면담요구에 오전 10시 40분경 박한수 비서관이 밖으로 나와 최씨와의 면담이 노상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박 비서관은 부임기간이 짧아 그간 최씨와 관련한 상황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었고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러한 밀고 당기는 대화가 30여분 진행되었고 최씨는 박 비서관에게 "다시 한 번 박 비서관을 믿고 돌아가서 기다리겠다. 꼭 답장을 달라"고 부탁한 후 오전 11시 35분경 1인 시위를 마쳤다.

박한수 비서관과 노상 면담을 통해 속한 시일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약속 후 1인 시위를 마쳤다.
박한수 비서관과 노상 면담을 통해 속한 시일내에 답변을 주겠다는 약속 후 1인 시위를 마쳤다. ⓒ 이철용
최씨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통령들이 잘 알고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러한 시위를 감행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씨는 동교동에서의 1인 시위를 마치고 지난 밤 자신을 감금하며 정당한 1인 시위를 방해한 경찰의 처사를 고발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로 향했다.

지하철을 이용해 신촌에서 시청까지 가는데 1시간이 걸렸다. 최씨는 국가인권위원회 7층 상담실에서 담당관을 만나 지난밤 경찰에게 당한 일에 대해 상담을 한 결과 "1인 시위의 권리를 경찰로부터 침해당한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에 따라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최씨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1인시위를 방해한 경찰의 행위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최씨는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1인시위를 방해한 경찰의 행위를 조사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 이철용
최씨는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으로 장애의 벽을 뛰어넘어 전동휠체어를 입으로 운전해서 2001년 미 대륙 횡단에 이어 지난 6월에는 일본열도를 횡단했으며 지난 1일에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중증장애인들이 독립생활 실현을 위한 알몸시위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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